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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조심스런 추론 하나만 적자면

익명이
272 5 9

 

택견에 관련된 논문들이나 송덕기 옹의 제자분들의 술회, 그리고 송덕기 옹 생전 인터뷰 영상들을 비교분석 해 보면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택견 경기의 규칙이라고 생각했던 구성요소들 중 몇몇 부분은 사실 경기로써의 택견의 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단순한 심증이라고 보기만도 좀 껄쩍지근한 것이,

송덕기 옹의 제자들의 회고(도기현 회장, 고용우 선생 등)를 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게 이런 부분이거든?

 

택견에서의 금지사항에 대해 직접 묻지 않으면 먼저 말씀을 해 주시는 케이스가 거의 없었고,

예외적으로 제자들끼리 임의적인 겨루기를 하는 경우에만 이따금씩 주의사항을 던져주셨다는 거 말이야.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자들이 임의적인 겨루기를 하는 경우에만 이따금씩 주의사항을 말씀해 주셨다는 점인데, 도기현 회장의 회고를 살펴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우리끼리 연습을 하고 있으면 스승님이 이렇게 보시다가,

이놈아 옷을 잡으면 안 돼.”

넘어지면 지는 거야.” 이런 식으로 알려줬어요.

견주기를 하다 잘못해서 얼굴에 손이 부딪히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 안 돼.” 그렇게 하였고, 대부분이 이런 식이죠.

그러니까 발차기를 하다 곧은발질을 하게 되면 곧은발질은 크게 몸이 상하니 쓰면 안 돼.” 이런 식으로 지도해 주시다가...’

 

이걸 보면 일반적으론 아, 원래 택견은 이런 규칙으로 경기를 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한 발짝 물러서서 조금만 더 고민을 해 보면 위의 예시와 같은 송덕기 옹의 지적들이 두 가지 시점으로 해석이 가능해진다고 봐.

 

하나는 옷을 잡으면 안 된다, 넘어지면 진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 안 된다 등,

저런 것들이 구한말의 택견 경기의 규칙들일 것이라는 택견계가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받아들여 온 기존 방식의 해석이지만.

다른 하나는 저런 말씀들 가운데 몇 가지는 구한말의 택견 경기들이 가진 규칙이 아니라

동문 제자들끼리 견주기를 하는데, 서로 간 안전한 수련을 하기 위한 일종의 '룰적 제약'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지.

 

예컨대 곧은발질의 사용 허용 여부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거야.

 

넘어지면 진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 안 된다, 옷을 잡으면 안 된다와 같은 부분은 분명하게 송덕기 옹께서 구한말의 택견 경기의 룰이라고 언급하신 부분이지만,

저 곧은발질 관련 썰은 도기현 회장만이 언급을 하고 있고, 다른 송덕기 옹의 제자들 같은 경우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가 중론이거든.

 

오히려 송덕기 옹께선 저 곧은발질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과는 반대로

발차기의 기법 가운데 곧은발질을 굉장히 중요하게 취급하셨고, 실제 위대태껸 하는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가장 먼저 배우는 중단 발차기도 곧은발질 일 정도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 같더라구.

 

물론 여러 동문들과 함께 배웠기에 보다 동문들과 견주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으니, 송덕기 옹께서 도기현 회장에게 특히 더 택견 경기의 규칙에 대해서 많이 가르쳐주셨을 가능성도 높겠지만

반대로 아직 수련의 단계가 깊지 않았던 동문들과의 견주기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송덕기 옹께서 본인의 스승이신 임호 선생께 들었던 주의사항들을 말씀해 주셨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봐.

(송덕기 옹께서 택견에 입문했을 때 동기들이 많았었다더라.)

 

더욱이 지금의 우리들도 같은 전수관의 동문들과 스파링을 할 때 라이트 스파링 위주의 견주기를 하던가 몇몇 기술들에 제약을 두고 견주기를 하는 걸 떠올려 보면,

최후의 택견꾼이기 이전에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던 스승의 입장에서,

아직 초보였던 제자들에게 보다 안전한 동문간의 겨루기 방법을 일러주셨던 게 보다 합리적인 추론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리고 이렇게 되면 택견의 룰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부분에 다들 너무 크게 매몰 되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하는 게 내 생각이야.

 

송덕기 옹의 교습 과정을 짚어보면

결국 송덕기 옹께선 택견의 기술을 물려주시는 데 주된 관심을 기울이셨을 뿐, 경기의 형태가 어떠했는지를 전수하는 것에 대해선 사실상 무관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셨었어.

근거로 송덕기 옹께 가장 오래 사사한 고용우 선생 또한 자세한 규칙을 묻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술회했을 정도지.

 

그렇게나 오래 배운 제자에게조차 택견의 규칙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안 해 주셨던 거라면, 나는 송덕기 옹께선 택견의 경기에 대해 큰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셨다는 결론 외에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해.

이렇게 된다면 신한승 선생이 얼굴 한 판 룰을 택견 경기에 도입 하겠다 하셨을 때 별다른 제지를 안 하셨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기술? 현대 사회에 발맞춘 스포츠화? 아마 많은 대답이 나올 수 있을 거고, 나는 이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봐.

 

저장소에서 택견의 룰이 어땠을까 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와서 한 번 써본 글이야.

모두들 코로나 조심하고, 나중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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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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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익명이

난 반대로 전통을 지키려는 데 너무 집중한게 문제라고 봄. 애초에 그 전통이 뭔지도 불분명한 상태지만 말이지.

본문의 내용대로라면 경기 형태보다 기술에 송덕기 옹이 더 집중하신 건데, 너 말 처럼 그 기술을 전부 못 살리는게 지금 택견 룰이라...

16:01
20.12.13.
1등

지금의 태껸룰이 구한말 태껸에 있었던 기술을 담아내지는 못하지만 스포츠화라는 측면에서 볼 땐 그래도 되게 괜찮은 룰 같음. 만약 mma룰로 시합하면 전통무술을 담으려 했지만 결국 현대의 방법론에 잡아먹힌 우슈산타꼴 날 것 같음. 오히려 기술을 제약하는 게 다 풀어 놓는 것보다 전통을 지키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

15:38
20.12.13.

난 반대로 전통을 지키려는 데 너무 집중한게 문제라고 봄. 애초에 그 전통이 뭔지도 불분명한 상태지만 말이지.

본문의 내용대로라면 경기 형태보다 기술에 송덕기 옹이 더 집중하신 건데, 너 말 처럼 그 기술을 전부 못 살리는게 지금 택견 룰이라...

16:01
20.12.13.
익명이

그 과정 중엔 분명히 누군가의 욕심이나 상업적인 의도가 있었겠지. 근데 그런 상황이 없었을 수 있었다고 보기엔 상황이 참 뭣 했고, 또 이미 일어난 일이니 참 복잡한 문제임..

16:04
20.12.13.

우슈 산타에 무슨 문제가 있었어?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좀만 더 자세하게 설명 해줄 수 있을까?

16:21
20.12.13.

산타가 문제라기 보단...원래는 전통권사들이 모여 군용무술로 쓰기 위해 전통권끼리 겨룰 수 있는 룰과 기술을 합의한 거였는데 어느 순간 산타에서 전통권은 거세되었다는 거임.

 

이를 통해 유추해본다면, 태껸 단체에서 mma룰 비슷하게 시합을 열었을 때 어느 순간엔 품밟기가 뭔지도 모르고, 품밟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우승하게 되겠지.

 

다른 무술에 비해 문화재적인 성격이 강한 태껸은 태껸만의 룰을 만들어서 시합을 열거나 아예 열지 않거나 해야 태껸의 기술들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음. 지금은 전자로 하고 있는 거고..충분친 않지만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님.

21:55
20.12.13.

아 그런 의미였구나 ㄱㅅㄱㅅ. 산타에 대해선 거의 관심이 없었다시피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네.

확실히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을 테니 신경을 써야 할 문제점인건 분명한 것 같다.

22:06
20.12.13.

위대태껸은 태껸에 대한 정의가 있거든

그것대로 하면 위대태껸에서 MMA 룰을 도입한다거나 기술 혹은 현대화를 해도 태껸의 모습을 잃어버릴꺼 같지는 않아

태껸의 모습으로 현대화나 기술 발전이 가능하다고도 생각해

글에서 처럼 태껸 모습을 잃어버리는거 아니냐하는 걱정도 적을꺼같고

22:20
20.12.13.
익명이

위대한테 말한게 아닌데 MMA 도입 이야기 나와서 위대한테 질문한건줄 알았네 미안~

22:26
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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