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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2 - 불티(1)

익명_7808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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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두 번째 싸움이 끝난 날 어김없이 노인을 찾아갔다. 그날은 전례 없이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성과에 들떠 실컷 떠들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것 덕분이에요

 

유진은 잠시 눈치를 보면 진중한 말투로 말했다.

 

아직 멀었다.”

 

노인은 달갑지 않은 말을 했지만, 동시에 안심한 듯 웃었다.

 

그 뒤로 매일 밤 투기장의 불이 켜졌다. 노인이 불을 지핀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만 갔다. 관중도 부랑자들도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싸움에 환호했다. 작은 담뱃불이 낙엽에 옮겨붙는 일처럼 그것이 거대한 사건으로 번질 것은 생각하지 않고 번져나갔다.

 

모든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은 노인과 5구역의 권력자 뿐이었다. 둘은 서로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만날게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도구로서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내가 준비한 것을 충분히 이용해라. 그런 너를 내가 이용할테니..”

 

권력자가 자신의 개인공간에서 읊조렸다.

 

그것은 자신의 말인 동시에, 노인에게서 읽은 생각이었다. 권력자는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그것은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독방에 혼자 앉아있는 그의 태도는 권력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몇 주 뒤 그 긴장감 속에서 권력자가 먼저 변수를 만들었다.

 

신경쓸 것 없다

 

노인이 유진에게 말했다. 유진은 그토록 신뢰하는 노인의 말에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유진은 자신이 들고 온 고지서 신경을 빼앗긴 채 말했다. 그것은 새롭게 배정된 뜻밖의 상대에 대한 고지.

 

서유진-권충일

 

바로 자신을 가르치는 노인과의 투기 일정에 대한 통보였다.

 

투기장에 자진해서 들어온 이상 싸움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충일은 유진을 돌려보내고 독방에서 새로운 선택을 고민했다. 그가 택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이 상황을 유진의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선생님 성함이 권, 충일 이었군요.”

 

노인이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유진을 앞에 세워두고 말이 없자, 유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특별한 수업이 있을 거라는 것을 예감하였기에 긴장을 풀어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좋아 아직 불필요한 습관은 없군

 

유진이 말을 듣지도 않는지 충일이 변죽을 울렸다.

 

필요한 습관이어도 최대한 숨겨야 해, 위협적인 타력만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승리는 비대칭적인 수 싸움에서 온다.”

 

“..! !”

 

충일이 모처럼 자세한 설명을 해주자, 유진이 잠시 놀란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기쁘게 화답했다. 그가 바라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 기회야! 그동안은 복잡한 설명을 생략하거나, 어려운 기술을 알려주기 꺼려하시는게 눈에 보였는데 지금은 뭔가 달라

 

유진은 생각보다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떴다.

 

적어도 내일부터는 싸움을 준비할 수 있도록 내 활동 영역이 다시 넓어지겠지. 그럼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훈련을 지도할 거야.”

 

!”

 

기술뿐만 아니라 체력도 키워야 한다. 힘들어도 쫒아와, 눈치는 있는 놈이니까 이번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것쯤은 알겠지?”

 

물론이죠

 

충일은 유진을 흘겨보았다. 기대와 자신감에 찬 눈빛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이들의 특권이지만, 제일 경계해야할 대상. 하지만 상황이 탐탁치 않을 뿐 유진에게는 악감정이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투기장에 오르는 날이 다가왔다. 설렁하게 구는 일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의 실력 차이는 단기간에 메울 수 없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충일이 유진을 죽으라고 밟아 놓는 것도 수지가 안 맞는다.

 

어떻게 할 테지?”

 

멀리서 두 사람을 바라보던 권력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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