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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1 - 잿불(6)

익명_0690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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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가장 작은 단위까지 나누어보면 어렵지 않다. 담대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시선을 잃어버리고 커다란 전체를 본다면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것이다. 한 번에 여러 정보를 마주한 뇌가 그 내용을 다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진은 태호를 마주했을 때를 생각했다. 다부진 골격 그러나 근육이 균일하게 발달하지 못한 몸. 오른쪽 어깨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봐서 오른팔에 힘을 싣는 습관이 있다. 준비 자세 없이 주먹을 막 휘두르는 거 같아 보여도 싸움에 대한 기본기는 있었다. 정확히 하자면, 경험에 의한 감각이 있었다. 가드를 올릴 타이밍, 밀고 들어가는 타이밍을 볼 줄 아는 것 같았다. 어설프게 하지 않기에 함부로 허공에 주먹을 휘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은 어떻게 했지

 

타이밍을 보고 들어올 줄 알기에, 손이 닿을만한 거리에서 공격을 유도했다. 확신을 가지고 크게 휘두른 공격에 힘이 들어 갔고, 그것을 피했을 때 태호가 휘청였다. 노인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태호의 힘의 방향을 틀어 넘어 뜨리는데 활용했다.

 

예상 가능한 공격은 기회다

 

유진이 상대하는 소년은 무작정 돌진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예상 가능한 공격이었다. 그 힘을 어떻게 이용할지만 생각하면 됐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유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눈앞의 풍경은 급박했지만 생각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유진은 소년이 들어오려 준비하는 것이 보이자, 한 발을 들어 천천히 걸어가듯 앞으로 살짝 내었다. 소년이 뛰어 들어오지 유진은 내민 발로 땅을 밟으며 반대편 무릎을 들어 올렸다.

 

-‘

 

무릎이 소년의 머리를 강타했다. 소년이 들이박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나선 안 될 것 같은 소리가 났다는 것이다. 소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유진은 감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때려 본 것이 처음이었다. 크게 기쁘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스스로의 몸을 써서 다른 사람한테 이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윽고 유진은 고개를 들었을 때 처음 접해보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투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이 무척 작아 보였다. 분명 자신의 목숨을 주고 흔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들임에도 말이다.

 

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주먹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을 걸

 

유진은 오만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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