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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2 - 불티(2)

익명_1692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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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일은 진지한 태도를 일관하고 투기장에 올랐다. 유진도 당당하게 그 뒤를 따라왔다. 짧은 시간이었기에 유진의 몸에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투기장의 동료들이 힘 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저래서야 뻔한 거 아냐?”

 

일방적인 구타가 되겠군

 

그때 뜻밖에도 태호가 말을 얹었다

 

그건 지켜봐야지, 건방진 꼬맹이가 봐줄 게 없는 건 사실이지만 저 노인네가 또 무슨 수를 썼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

 

모두가 숨죽이는 그 때, 충일이 먼저 달려 나갔다.

 

그는 그대로 뛰어서 유진을 향해 발차기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유진의 목에 앞꿈치가 들어올 찰나 유진이 반보 뒤로 빠지며 공격을 피했다.

 

빨라

 

날카로운 발차기야

 

부랑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충일의 움직임을 고평가했다.

 

아니, 저 노인네 답지 않게 동작이 커

 

다만, 태호만이 냉철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다.

 

견제가 아니었어, 첫 타격부터 맞출 심산으로 얼굴을 노렸다. 힘으로 누르는 계열이나 빠른 연타가 가능한 경우에나 쓸 법한 전술이야. 지난번과 너무 달라

 

태호는 속으로 분석했다.

 

사실이었다. 충일은 이후로도 계속 빨리 지칠 법한 화려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유진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1분 조금 지났을 때, 충일의 박치기가 유진의 관자놀이에 강하게 꽂혔다.

 

-‘

 

한 순간 유진의 정신이 날아갔다. 가쁘게 쉬던 숨이 막혀버린 채 그의 몸이 뒤로 넘어가려 했다. 바로 그 때 충일이 유진의 멱살을 채어 잡아당기며 뺨을 후려갈겼다.

 

, 하악

 

유진의 정신이 돌아오려는 찰나 충일이 가까운 거리에서 나즈막히 이야기했다.

 

합을 맞춘대로만 해, 타점은 제대로 노릴 테니 못 따라오면 이렇게 맞는 거야

 

유진은 고통 속에서 되뇌었다.

 

집중해야 한다

 

피 대신 땀이 흩뿌려졌다. 화려한 움직임에 관중이 환호했다.

 

시발 장난하냐, 누구 앞에서 이런 장난질을

 

그동안 여유로움을 보여왔던 권력자가 격분했다. 그가 그토록 화를 내는 이유를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다. 오직 그의 자리에서만 보였던 풍경, ‘환호하는 관중감탄하는 부랑자들그리고 총구를 내려놓고 바라보던 관리인들이 그를 불안하게 한 것이었다.

 

그 모습은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충일을 의심하며 경기에 몰입하지 않았던 그만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권력자의 여유를 앗아갔다.

 

, 총 내놔

 

하지만 아직 투기장의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5구역의 권력자는 이성을 잃고 관리인의 총을 뺏었다. 그는 격분한 와중에도 능숙하게 충일을 겨냥했다.

 

달각

 

그가 숨을 참고 방아쇠를 당기려던 바로 그때였다. 의문의 사나이가 바로 옆에 나타나 총의 안전장치를 올렸다.

 

성주, 그건 아니지

 

젊은 외양의 남자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5구역의 권력자에게서 총을 뺏었다. 권력자를 직속보좌하는 관리인은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언제 온 거지...”

 

5구역의 권력자, 성주가 물었다. 젊은 남자가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일관하는 것과 달리, 동등한 위치의 사람에게 말하는 어투였다.

 

방금? 그게 뭐가 중요해... 네가 하려던 일이 중요하지

 

남자는 주위를 서성이다가 성주의 의자를 뺏어 앉고 말을 이었다.

 

티나게 굴면 안돼, 멍청한 관중들 사이에서도 눈치채는 놈들이 나온다고

 

그럼..저걸 놔두라는 건가

 

아니.. 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보이지 말라고, 뒤에서 다리 하나만 날리면 얼마나 좋아. 투기장에 다리 병신 하나 더 늘고 곱절은 이득이지

 

정체불명의 남자는 스스로 가슴을 두 번 치며 모종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성주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 그렇게 하지

 

좋아, 잘 생각했어

 

그 말을 뒤로 젊은 남자는 말이 없었다. 주변을 맴도는 발소리만 몇 번 울리다 이내 그것마저 사라졌을 때 성주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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