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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5 - 동홰(2)

익명_4577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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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단의 선봉이 입을 열었다.

 

놀라긴 우리가 더 놀랐지, 어느 대단한 양반이 조직의 배신자가 여기 있다고 제보를 해줘서 위험을 무릅쓰고 왔는데, 그놈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정작 그 양반이 여기 있네?”

 

하하, 그게 말이지..”

 

어떻게 된 걸까? 설마하니 자기 빼달라고 농간을 부린 건 아닐테고..”

 

에이 설마, 내가 그렇게 옅은 놈으로 보여?”

 

그럼 그 깊은 수가 뭔데?”

 

무제가 곁눈질로 유진을 보았다. 의도를 들키지 않으려 아주 잠깐 흘긋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지 나는 더 얕은 사람이지, 그냥 재미로 그랬어. 여기도 구경하러 온 거고

 

그걸 믿으라고?”

 

-‘ 천장을 겨눈 총구에서 한 번의 총성이 더 울렸다.

 

히이익! 그만!”

 

조지가 멀리서 소리쳤다.

 

조용히해 제발!”

 

부랑자 중 한 사람이 작게 뇌까렸다. 무제가 언쟁을 벌이는 사이 투기장의 부랑자들은 총을 든 무뢰배들로 부터 조금씩 거리를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같이 짜증나게 하는군

 

총을 든 이들 중 한 사람이 미간을 찌푸리고 작게 불평했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라고!”

 

그러자 그가 다급한 듯 총을 사람들에게 겨누었다.

 

젠장, 그런건가...”

 

태호가 무언가 알아챈 듯 뇌까렸다. 그러더니 조지에게 눈짓을 주고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총구는 자연히 그를 향했다. 그 덕에 조지가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뭐 하는 짓이지?”

 

어쩐지 자경단은 바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대화를 시도했다.

 

아무리 퇴역이라고 해도 멋대로 죽일 순 없겠지. 너희들 사이에도 규율이 있고, 그걸 어기면 책임을 져야 하잖아?”

 

태호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이의 눈치를 살피며 팔을 걷어붙였다. 어깨에서 내려오는 삼각근의 윤곽을 따라 활모양 흉터가 드러났다. 그 역시 자경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알린 것이다.

 

그렇게 나온다면...’

 

무제가 속으로 생각하며 상황을 살폈다.

 

태호에게 총구를 겨눈 이가 과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어서 정적이 계속됐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무제만이 그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들은 조직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딘가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이 모든 것을 보고 현장의 요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어떤 통신수단을 쓰고 있지? 생체전자기기(Bioelectronics)를 내장한 건가? 그렇다면 저 덩치의 처분이 결정되는 순간 전황이 바뀌겠군. 그래봐야 한 명을 살리는가 아닌가 정도의 차이. 내가 세운 계획에는 지장은 없다. 오히려, 이 상황을 좀 더 이용할 수 있진 않을까. 가능하다면 좀 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무제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려 들었다. 안타깝게도 태호가 어설프게 대화를 유도하고 있는 사이 그는 모든 계산을 마쳤다.

 

, 지금부터 저 친구를 살려봐.”

 

무제가 유진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

 

내가 과제를 준비했다고 했지? 원래 나나 한주를 미끼로 삼으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다 싶어서.”

 

그게 무슨

 

발뺌해도 소용없어 접촉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사하고 왔으니까. 어떡할래, 이대로 두면 진짜로 죽고 말걸?”

 

유진이 턱을 당기고 침을 삼켰다. 그의 기민한 기질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둔감해졌던 감각이 하나씩 되살아났다. 어느새 좁아져 있던 동공이 넓어지며 시야가 트이고 먹먹했던 귀도 뚫리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위험으로부터 숨고자 했던 육신이 움츠러드는 것을 그만두고 현실을 마주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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