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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4 - 점화(3)

익명_788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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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가 3구역을 떠나기 사흘 전이었다. 한주는 유진이 찾아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 유진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간에 그를 찾았다.

 

현암은 어떻게 됐죠?”

 

유진이 대뜸 물었다.

 

한주는 그가 자신을 찾아와 어떤 질문을 할지 이미 생각해봤었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다만 이처럼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이제 없지.. 우리가 떠나고 얼마되지 않아서 죽었다고 들었어

 

그는 흥미로운 듯 유진을 흘겨보았다.

 

현암은 없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냐

 

제자들에게 배우면 되죠

 

유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기술은 이어지는 거니까요. 선생님이 그랬듯 당신이 저에게 기술을 알려주세요

 

당돌한 유진의 태도에 한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왜? 내가 안 도와준다고 하면 어떡하려고 그렇게 당당해?”

 

한주가 의뭉스럽게 굴었다.

 

그럼 다른 제자라도 소개해주세요

 

그러나 유진도 지지 않았다.

 

! 안 그래도 그럴 셈이었다. 그냥 돌려보내면 나중에 충일 그 아저씨가 무슨 보복을 할지 모르니까. 다만, 그 전에 배울 자격이 있는지는 봐야겠지?”

 

한주는 천성이 솔직하지 못했다. 그러나 분수를 알고 겸손했다. 지금도 그랬다. 자신의 식견이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유진을 먼저 가르치겠다고 들지 않았으나, 충일의 부탁은 들어주고자 했다. 그는 유진을 기다릴 때 이미 여기까지 생각했다.

 

그때까지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여야 한다. 무제 그놈이 도착했을 때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땐 무제가 너를 없앨 테니

 

유진의 능력이 된다면 스스로가 배운 것은 빠르게 가르치고 곧 찾아올 다른 누군가에게 유진을 맡기려는 것, 그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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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의 시험은 이틀째 계속됐다. 유진은 처음에 비해 눈에 띄게 실력이 올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투기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여태까지의 그의 상대들은 못 먹고 굶주리다 온 부랑자들이었다. 유진은 그것을 몰랐다. 때문에, 체감하지 못했던 벽을 한주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우선 체급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한주의 골격은 투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 중에서 상위권에 속했다. 그는 타고난 골격에 기술적인 훈련까지 받은 더욱 다부진 외관을 지니고 있었다.

 

힘이..!”

 

유진이 한주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리려 해보았으나, 한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내가 현암으로부터 배운 건 기술이다. 힘을 배운 게 아니라 힘을 쓰는 법을 배웠다는 거다

 

유진은 밀어도 밀리지 않고 당겨도 당겨지지 않는 한주를 보며 낙담하자 한주가 말했다. 그리곤 예고 없이 덤벼들었다.

 

내가 어떻게 하는 지 잘 봐둬, 첫째는 기습이야!”

 

한주는 말과 달리 아주 천천히 접근했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거리를 좁히는 거지

 

유진은 그제야 그가 위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터였다. 유진은 곧바로 온몸에 힘을 주어 막으려 했다. 그러나 유진이 한주를 부여잡고 몸을 기대어 버티자, 한주는 몸을 물결치듯이 움직이며 바로 유진을 자빠트렸다.

 

힘은 직선에서 잘 전달되지만,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야. 이게 둘째.”

 

한주는 자연스럽게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상대가 정면에서 부딪히는 걸 받아냈다면, 이제 아래서 위로 그것도 안 되면 다시 위에서 아래로 상대가 준비되지 않은 쪽으로 밀어서 넘겨

 

그래도 안 되면요?”

 

사선으로!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당겼다가 밀어보는 거야

 

유진은 한주에게서 충일과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럼 이제 제가 해볼게요

 

그래 받아줄게

 

근데 이제 시험은 끝인 거죠?”

 

유진은 질문을 던지며 한주를 향해 덤볐다.

 

아니, 그게 아니지!”

 

한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진을 넘어뜨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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