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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4 - 점화(4)

익명_08284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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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기고 메치는 것을 배우고 있었지만, 유진의 얼굴은 만신창이었다. 상대를 붙잡으러 들어가는 와중에 타격을 많이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죠?”

 

유진은 답답한 나머지 물었다.

 

난 똑같이 하고 있어. 충일이랑 너가 뭐가 다른지 생각해봐

 

한주는 정론을 말하며 한 번 더 가격했다.

 

-‘

 

유진은 얼굴을 얻어맞고 눈을 껌벅였다.

 

못 봐주겠군

 

그럼 알려주세요

 

유진은 더 이상 재고 따질 여력이 없었다.

 

애매하네.. 에이 몰라!”

 

한주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민하는 티를 내더니 말을 이었다.

 

네가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있는 잔 가지들을 쳐내야지

 

가지를 친다

 

유진은 그 말을 곱씹었다.

 

선생님도 그런 말을 했었어요!”

 

그야 현암의 말이니까그런데 들었다는 놈이 이렇게 맞고만 있으면 어떡해?”

 

한주는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짜증을 냈다.

 

파고 들어가서 줄기를 치려면 가지부터 쳐 내라고

 

..!”

 

그 순간 유진의 시야가 트였다. 넘긴다는 생각에 주의가 상대의 몸통에만 쏠려서 막고 있는 손이나 발을 못 봤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유진은 충일을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 동작을 따라 했다. 순간 걸어 들어가면서 팔을 쳐내고 그 움직임에 대한 반동으로 한주의 어깨를 밀었다.

 

?”

 

한주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유진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유진은 그대로 균형이 무너저 떠 있는 한주의 왼 다리를 잡아 밀었다.

 

-‘

 

적절한 타이밍에 온몸의 무게가 실리니 한주도 버틸 수 없었다. 그러나 무게를 주는 것이 서툴어 둘이 같이 넘어지는 모양새가 되었다.

 

맞아 그렇게! 잘했어

 

한주가 한결 차분해진 말투로 말했다.

 

이거 재밌는 걸 보게 됐네

 

때마침, 기척도 없이 다가온 무제가 말했다.

 

빨리왔군

 

그래, 올 건 알고 있었지?”

 

한주는 예상했던 인물의 등장에 덤덤하게 응대했다.

 

이건가? 충일이 준비해둔 수가

 

마뜩지는 않지만 그런 모양이야

 

무제가 유진에게 가까이 가서 말하자, 한주가 자신 없이 답변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유진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무제는 몸을 일으키는 유진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마주 보았다. 웃고 있는 얼굴이었지만 왜인지 섬짓한 눈빛이었다.

 

나는 재밌어 보이는 일에 움직여

 

무제가 단언했다.

 

알지

 

한주가 한숨을 내쉬며 호응했다.

 

이 따분한 시대에 현암을 되살리겠다는 거면 환영이야. 현암만큼 재밌는 사람이 없었거든

 

무제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자기 말을 이었다. 그는 유진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도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대신 우리도 암묵적이지만 규칙이란 게 있어서. 노골적으로 타 구역에 간섭할 수는 없어, 특히 인접구역이라면 더더욱

 

여기는 잘만 들어왔는데?”

 

무제가 지껄이고 한주가 딴죽을 치는 모양이 계속되었다.

 

나랑 성주는 조금 특별한 케이스지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내가 오는 길에 조금 장난을 쳐놨거든? 그걸로 분위기를 조금 바꿔볼까 해

 

그때였다. 예상이라도 한 듯 폭발음이 터지고 진동이 일었다.

 

, 이건 내가 주는 첫 번째 과제야

 

?”

 

어서 극복하면서 성장해봐, 재밌지 않아?”

 

유진은 무제의 눈에서 애증을 보았다. 그리고 단순한 감정을 넘어 아득히 먼 몇 수 앞을 보고 있는 듯한 여유가 보였다. 유진은 무제가 꾸미고 있을 일들이 하나같이 규격 외의 것일 거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타다당! ! !’

 

총알이 철로 된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누굴 불러온 거죠?”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돼

 

유진은 알리가 없었다. 그가 겪어온 세상에선 결코 볼 수 없었던 일이 그의 앞에 펼쳐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궁핍했지만 안전한 곳에서 몸을 뉘이며 살아왔다. 비루하고 매정할지언정 그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이 도시였기 때문이다. 무제는 그러한 유진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람이었다. 그는 유진이 위태롭게나마 서있던 땅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바랐다. 그는 충일이 선택한 인재에게 시련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유진이 더이상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악하게 만드는 것이 그를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시대를 바꿀 변화를 불러올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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