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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1 - 잿불(5)

익명_9749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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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유진은 노인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런데 이 좁은 곳에서 제가 뭘 배울 수 있죠?”

 

유진은 독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다 할 수 있어. 나는 뭐 여건이 다 받쳐줘서 이 기술을 익힐 수 있었을 거 같나?

 

"맞아, 전부터 여쭤보고 싶었어요. 선생님처럼 되려면 어떤 기술을 익혀야 하는 거에요?"

 

"치고 차고 어르고 무너뜨리는 기술들이지. 처음엔 위치를 잡는 걸 익혀 그리고 어르는 걸 배워야 하지"

 

얽어요? 그게 무슨 말이죠?”

 

"치고 차는 게 구슬이라면 어르는 건 그걸 엮는 실 같은 거야. 사실... 지금은 어떻게 말해도 이해하기 힘들거다."

 

노인은 말이 필요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서 한 손을 유진의 얼굴 쪽으로 천천히 뻗었다

 

? 잠시만요

 

유진이 겁에 질려 팔로 얼굴을 감싸자 노인은 뻗어 오던 팔을 유진의 팔 위에 얹어 놓고 말했다.

 

얼른다는 건 이런 거지

 

노인이 그대로 자신의 팔을 몸으로 끌고 오자, 유진의 몸이 낚시줄에 걸린 고기 마냥 딸려왔다. 유진은 팔을 떼어내려는 건가 싶어 힘을 주었다가 온몸이 딸려나가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뭐죠?”

 

자신의 몸이 끌려다니는 것에 놀랄 새도 없이 어느새 노인의 주먹이 유진의 얼굴 앞에 와 있었다.

 

”치고 차는 건 언제든 배울 수 있다... 그 사이를 엮어 내는 길을 먼저 익혀야해.  우리가 익히는 기술의 차이점은 거기서 온다."

 

노인은 아주 잠깐 감상에 빠지는 듯 하더니 바로 말을 돌렸다. 유진은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신이 첫번째 제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 제자 때문에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걸까

 

유진은 더 많이 배우기 위해서는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왜 선생님을 찾아왔는지 궁금하시죠?”

 

노인은 침묵으로 긍정했다.

 

전 더 강해지고 싶어요, 그것 외엔 가지고 싶은 게 없어요. 제 삶에 은인도 원수도 사치일 뿐이에요. 먹을 거 뺏기지 않고 배고프지 않게 살 수만 있으면 돼요.”

 

유진이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유진의 말에서 의도를 읽고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걸음마도 못뗀 놈이 꿈은 크구나

 

그의 너스레에 유진도 안심하고 웃었다.

 

노인이 처음 시킨 훈련은 걷는 것이었다. 조그만 독방을 앞으로 뒤로 옆으로 걸어 다니면서 같은 보폭을 유지하도록 연습시켰다. 그야말로 걸음마를 떼는 과정이었다.

 

“무게중심을 유지한 채 빠른 변환을 만들 수 있는 보폭을 찾아. 단,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넘으면 안 돼.”

 

당연한 것 같지만, 감을 잡기 어려운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유진은 자신이 본 노인의 능력을 믿고 계속 작은 방을 걸었다.

 

그러나 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다그침을 들으며,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나 싸운다! 하고 들어가면 당연히 상대도 안 맞으려고 하지”

 

“알죠”

 

“싸움은 기습적으로 비대칭적으로 해야 이기는 거다”

 

“맞습니다”

 

유진은 긍정으로 일관했지만 피로와 피곤이 묻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걱정마라 오래 끌 생각 없다”

 

노인이 유진의 생각을 알고 말했다

 

“혼자 백날 한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야, 직접 다른 사람이랑 마주해봐야 알지”

 

유진은 막상 다른 사람과 맞붙는다는 이야기에 당황했다

 

“막상 사람이랑 붙인다니 긴장되냐”

 

“아 아뇨 그런건 아닌데..”

 

유진의 눈에 노인이 모든 걸 꿰뚫어 본 것마냥 보였다. 그 눈에 홀려 두려운 내색도 못하고 찾아간 것은 다름이 아닌 노인의 첫 투기장 상대였다.

 

“뭐?”

 

그는 투기장에서 입지가 줄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아 저.. 이름도 못 여쭤봤네요”

 

“시덥지 않은 놈.. 꺼져…”

 

그는 퉁명스럽게 굴면서 노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하..씨 태호.. 박태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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