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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1 - 잿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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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을 더 뒤척이다가 당장 노인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있는 곳은 미리 봐두었기에 숨어들 능력만 있다면 바로 만날 수 있었다. 유진은 생각한 바를 바로 실현했다.

 

“가진 것이 많다는 건 습관 이야기죠?”

 

유진이 누워있는 노인의 옆에 서서 물었다.

 

“역시 재밌는 아이구나, 독방에는 어떻게 들어왔지?”

 

노인이 역으로 물었다.

 

“밖에선 도둑질밖에 할 게 없었거든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노인은 그저 웃었다.

 

“오래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안 궁금해도 들어주세요”

 

“그래”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유진을 앞에 두고 노인은 듣는 이의 태도로 일관했다.

 

“할아버지는 첫날 저에게 빵을 건네주셨죠. 음식에 큰 미련이 있으신 분이 아니라는 건데 거구의 상대를 두고도 싸우신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이야기죠. 아니 그것보단 싸울 만하다고 생각하신 게 맞을 거 같아요. 직접 보여주셨듯이 당신한테 능력이 있었어요. 싸우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게 쉽게 선택을 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럼 ‘가진 것’ 그건 상대방이 지닌 어떤 약점, 그러니까 습관 같은 거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노인은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답했다.

 

“생각이 깊구나... 너무 생각이 많아도 안 좋은데… 그래도 뭐 반쯤 정답이다.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특징,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습관, 생각하는 사고의 패턴, 이 모든 게 가진 것이지”

 

유진은 표정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가슴 속에 순수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노인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넌 비워진 그릇이다 그만큼 배워야 할게 많다"

 

노인은 청년에게 앞으로의 일들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떠보았다

 

"지금보다 나빠질 것도 없습니다"

 

돌아온 말은 너무도 어리고 무지한 답변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그 패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 었다. 역경을 해쳐온 자들은 노련하지만,  고통을 겪어 본 만큼 두려움도 많다. 노인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그래 너이기에 가능한 도전이겠지..."

 

"그럼 지금 바로!"

 

유진은 들뜬 마음에 성급하게 굴었다.

 

"아니 아직, 오늘은 네가 들어두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노인은 그런 유진을 저지하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유진이 태어난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가 앞으로 헤쳐나아가야 할 난관에 관한 이야기였다.

 

전쟁 후 피해는 오롯이 약소국들의 몫이었다. 약소국들은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수복할 능력조차 지니고 있지 않았으나, 강대국들에게는 영토확장과 군수산업 활성화의 기회가 되었다. 진즉에 분단의 설움을 안고 있던 대한민국은 더 말할 수 없이 황폐해졌다. 이번 전쟁이 있고 나서는 미군도 주둔을 결정하지 못했다. 강대국들의 영토가 더욱 복잡해진 탓이었다.

 

더구나 전쟁 중에 강대국의 등쌀에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동안 수도 없는 전쟁과 정권교체에 시달려야 했기에 국민들 또한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결국 강대국들은 무정부 상태의 한반도가 자력으로 수복할 때까지 어느 쪽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협약을 맺었다. 말이 좋아 자력 수복이지, 방임에 가까웠다. 폐허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노인이 올라가야 할 투기장은 혼란에 빠진 도시를 대변하는 공간이었다. 투기장의 신입들은 잔뜩 긴장한 채 지하에서 대기하고, 관객들은 방자한 태도로 높은 곳에 앉아있었다. 우습게도 관객들은 경기의 기량을 기대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허우적거리는 광대’ 그리고 ‘몸부림치는 벌레’를 보고 싶어 했다. 그 어디에도 뛰어난 기량을 보려고 자리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은 꽤 큰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처참한 결과를 원하고 있다. 공포에 질린 약자, 허우적 거리는 밑바닥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어할 뿐이었다. 그런 이들이 모여 앉아있는 광기의 공간에 투기장의 부랑자들을 들여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만 하지, 나도 이제 내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으니"

 

노인이 달이 지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 예 그렇게 하죠"

 

유진은 그제야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알고 황급히 자리를 치우고 떠났다

 

이윽고, 다음날이 왔다

 

거대한 남자는 긴장과 화를 억누르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오히려 노인은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름해보이지만 첨단의 기술로 첨철된 투기장 중앙에 몸뚱아리 하나만 들고 온 두 사람이 섰다.

 

지하에서 투기장 가운데로 정비를 마친 링이 올라왔다. 핑계댈 그 어떤 조건도 없도록 만들어진 공백의 공간은 미끄러질 바닥, 걸릴 돌멩이는 커녕 세균 하나 없이 깨끗했다.

 

입장한 두 사람은 현실 같지 않은 공간 속에서 태초의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침착하던 노인마저 조금은 놀란 눈치였다. 그들을 쫒아다니던 총구들의 레이저 포인터가 그 공간에서만큼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이미 경기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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