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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주의/리메이크]오싹오싹 택견 시리즈 3화.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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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시리즈


1화. 소개 

2화. 송덕기. 그리고 현대 택견의 시작

3화. 두 거인의 죽음과 혼란기의 개막

4화. 대한택견협회의 부상과 이면의 문제점

5화. 대고소시대와 돌아온 송덕기 택견

6화. 결련택견협회의 비상

7화. 통합 대회와 대한택견연맹의 체육회 가입

8화. 황금기의 뒷면과 또 다른 계승자

9화. 결련택견협회의 내전과 윗대태껸의 등장

10화.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상편

11화.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하편

12화. 옛법택견의 짧은 봄

13화. 서울시 문화재 결련택견과 택견진흥법

 


오싹오싹 택견 시리즈


1화. 택견 4대 협회의 간략한 특징 요약

2화. 택견은 왜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웠을까?

3화.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다?!

4화. 놀이인가 무술인가? 기록을 통해 알아보는 구한말 택견

5화. 택견과 석전의 상관 관계

6화. 제 1회 택견 대회와 사라진 활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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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글은 아직 학설로서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100퍼센트 사실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재미로 읽어주세요!


 

화면 캡처 2024-02-16 110128.png

오늘도 돌아온 즐거운 오싹오싹 택견 시리즈입니다.

 

오늘의 이 편은 루리웹에서 선 연재되었던, 택견은 왜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웠을까? 편에서 어떤 독자분께서 주셨던 의견에서 반짝 하고 떠오른 영감 덕분에 올라올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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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이 분께 감사하십시오 휴먼)

 

 

먼저 말씀드리자면, 실제로 상당수의 대한택견회의 영향을 받은 택견꾼들이 저 분과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택견은 놀이(경기)로 시작이 되었고 씨름과 동일하게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우리의 역사 속에서 민중 사이에 널리 퍼진 민속놀이였다는, 소위 택견 민속놀이 사관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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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택견 경기를 재현한 모습입니다.)

 

 

따라서 저런 관점을 가지신 분들은 애초에 택견은 민속놀이였으므로 누군가 특별한 기예를 전수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스승과 제자 사이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기에 기술의 도입과 축출에 굉장히 자유로웠을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용적이고 내가 좋으면 하는 거지 눈치 볼 것 없다는 거죠.

 

실제로 위의 이론에 따라 가장 강경하게 택견의 근본은 무술이 아닌 경기라고 주장하는 대한택견회는 택견의 스포츠화에 가장 열심인 협회이기도 합니다.

 

 

https://youtu.be/PhVB5Lq2tUA

(대한택견협회의 전성기 시절 택견 경기. 매우 박진감이 넘칩니다!)

 

 

그렇다면 택견과 관련된 사료(史料)들은 택견의 기원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택견과 관련된 가장 오랜 기록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수박(手搏)은 변(卞)이라고 하고 각력(角力)은 무(武)라고 하는데 지금에는 이것을 탁견(托肩)이라 한다.
—  《재물보》, 이성지 —


 

 

그렇습니다! 요컨대 고려조의 맨손무술인 수박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각력(씨름)이 합쳐진 것이 택견의 기원이라는 설명입니다. 진실의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최소한 저 재물보가 쓰여졌을 당시(1798년)의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사실 택견에 가라데나 중국 권법들과는 다르게 소위 개파조사(開派祖師)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념이 뿌리내린 이유도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습니다.

 

 

화면 캡처 2024-02-16 110206.png(영춘권의 개파조사 엄영춘과 팔괘장의 개파조사 동해천 노사)

 

 

왜냐하면 특정 인물로부터 창시되어 후대로 전수되었다고 전해지는 중국/일본의 무술들과는 달리 택견은 사서에서조차 특정 인물 중심이 아닌, 고려조부터 전해져 내려온 수박과 씨름이 함께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서술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문과 유파를 통해 후대로 전수되어 온 중국/일본의 무술들과는 다르게 택견엔 인물 중심의 서사가 끼어들 여지가 없던 게 당연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수박은 현재 전승이 되고 있지 않으므로 그 형태가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만, 고려시대엔 무려 사서에서 공공연하게 언급될 정도로 매우 성행했으며(심지어 천민들까지 수박을 익혔다고 합니다.) 무신들의 출세의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수박의 영향력이 한국 역사에 있어 얼마나 크냐면...

 

화면 캡처 2024-02-16 110231.png
자, 궁에 있는 문신들을 모두 죽여라!!!!

 

인터넷에서 유명한 이 짤의 트리거가 된 사건(무신정변)도 바로 왕 앞에서 수박의 실력을 겨루는 과정에서 생긴 일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사실 택견을 한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택견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분들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았거나 아니면 알고 있었을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글을 썼을 리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최후의 구한말 택견꾼 송덕기 옹께선 제자들에게 택견의 기원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알려주신 모양입니다.

 

 


 

"박양박수 박양서각. 박양의 손기술. 그리고 박양의 발기술.

이것이 스승님께 내가 들은 택견의 다른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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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시연을 보이는 고용우 선생)

 

현재 미국 LA에서 제자들에게 윗대태껸을 지도하고 계신다 합니다.

 


 

 

송덕기 옹께 약 16년 동안 택견을 사사하였던 위대태껸회의 고용우 선생이 서울대학교 스포츠 과학 연구소 연구원, 무예 연구가 김영만 선생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증언입니다.

 

저 인터뷰에 덧붙여, 윗대태껸협회에서는 박양박수 박양서각에서의 박양은 사람의 이름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저 증언 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아는 택견의 기원은 조선시대에 박양이라는 인물이 수박과 씨름을 함께 조합하여 만들어낸 무술이었다는 것이며, 택견에 개파조사가 없게 아니라 그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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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었다니!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이 박양이란 인물은 대체 누구였던 걸까요?

 

사실 팔괘장과 같이 정말 근대에 만들어진 무술이 아닌 다음에야 대다수 무술들의 개파조사는 그 진위를 확인하기 힘든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실제 태극권에선 장삼봉이라는 전설적 인물(...)을 개파조사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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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극권의 개파조사?!)

 

 

매나 독수리가 먹이를 움켜잡는 동작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고 하는 북파계 중국권법 응조권(鷹爪拳)은 아예 송나라의 명장 악비를 본인들의 개파조사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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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조권..? 내가...?)

 

 

이런 것을 보면 사실 개파조사란 실제로 그 무술을 만들어낸 인물이기보다는, '우리 무술이 이렇게 정통성 있다!'라고 하기 위해 무술의 탄생신화를 좀 더 아름답게 포장해 주는 인물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 전설 속의 인물도, 아니면 당대에 유명한 무장도 아니고 하필 이름조차 생소한 박양이란 인물이 택견의 개파조사라니요? 최소한 저는 지금까지 조선시대에 박양이라는 유명한 인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그건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한 번 찾아 봐야겠죠?

 

 

화면 캡처 2024-02-16 110359.png

(조선의 유명한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조선왕조실록을 찾아 봅시다!)

 

 

정말 운이 좋게도 조선왕조실록에서 박양이 언급된 흥미로운 문헌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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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sillok.history.go.kr/popup/viewer.do?id=kka_10810023_002&type=view&reSearchWords=&reSearchWords_ime= )

 

 

바로 중종대에 있었던 역모 사건에서 역모의 주동자의 아들 중 하나로 박양이란 인물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 인물 이외에 박양의 이름을 가진 인물들은 전부 다 문신들이었기에 적절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므로 제외하였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다음 문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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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sillok.history.go.kr/id/kka_10810024_004 )

 


문헌을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박양의 아버지 박영문과 형제들 박공, 박검이 사형을 당해 죽습니다. 그런데 일전에 분명 추포의 대상으로 언급되었던 박양은 정작 사형을 당했다는 언급이 없으며,  놀랍게도 이후 조선왕조실록 어디에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위키에는 아들이 다들 잡혀서 죽었다고 나와 있는데 정작 실록에서 그 기록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둘 중 어느 쪽이 오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무려 역모죄로 인해 의금부가 나서 추적하였음에도 다른 형제들과 같이 끌려오지 않고 살아 도망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 이걸 살아서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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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사람들이 잡아 죽이려고 찾아다닌 건데 그걸 런 했다는 거죠? 세상에.)

 

 

참고로 이 박양이란 인물에 대한 간략한 신상을 말하자면 역모로 인해 처형된 박영문의 둘째 아들로, 정실 소생이 아닌 얼자였다고 합니다. 

 

 

화면 캡처 2024-02-16 195904.png.jpg

중종실록을 보면 얼자 주제에 감히 관직에 올랐다고 사헌부한테 탄핵까지 당합니다(...)

 

물론 아버지가 필사의 쉴드를 쳐서 잘리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 출처 : http://db.itkc.or.kr/inLink?DCI=ITKC_JT_K0_A02_01B_06A_00050_2005_001_XML )

 

어쨌든, 당대 조선에서 대놓고 괄시받는 출신을 가졌음에도 지닌 바 무예실력이 뛰어나 선전관 직위(왕실 호위무사)에 올랐던 나름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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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실력 특채로 선전관에 올랐다고 하니 ㄹㅇ로 이런 류의 사람이었던 것)

 


이 인물과 택견의 개파조사 박양간의 상관관계는 사실 미지수에 가깝지만, 택견이 양반이 아닌 중인들 사이에서 수련되었으며 양지보단 음지적 면모를 상당히 강하게 띄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정말로 저 조선의 반역자 박양이 택견의 개파조사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택견은 뿌리부터가 역적과 아웃로(Outlaw)들의 무술이었던 셈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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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우리를 말하는 것인가? 햣하! 혁명무죄 조반유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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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무 것도 못 본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물론 앞서 말씀드렸듯, 택견의 개파조사가 정말로 박양이란 인물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박양이 조선왕조 실록에 실린 인물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저 약간의 조사로, 그럴듯하게 끼워맞춘 결과물인 게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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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래서 시작부분에 CAUTION 표시를 하지 않았읍니깟!

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닷!)

 

 

하지만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택견이 창작물의 소재로 다루어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개파조사 썰과 같은 컨텐츠로써 써먹을 만한 정보들이 없거나, 있는 정보들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택견의 이런 흥미로운 일면들이 좀 더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이번 편을 써 보았으며 부디 앞으로 택견에 대해 다루는 여러 창작물들이 생겨나고, 그게 흥하기를 바라면서 이번 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모두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A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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