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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주의/리메이크]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10화 -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상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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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시리즈


1화. 소개 

2화. 송덕기. 그리고 현대 택견의 시작

3화. 두 거인의 죽음과 혼란기의 개막

4화. 대한택견협회의 부상과 이면의 문제점

5화. 대고소시대와 돌아온 송덕기 택견

6화. 결련택견협회의 비상

7화. 통합 대회와 대한택견연맹의 체육회 가입

8화. 황금기의 뒷면과 또 다른 계승자

9화. 결련택견협회의 내전과 윗대태껸의 등장

10화.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상편

11화.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하편

12화. 옛법택견의 짧은 봄

13화. 서울시 문화재 결련택견과 택견진흥법

 


오싹오싹 택견 시리즈


1화. 택견 4대 협회의 간략한 특징 요약

2화. 택견은 왜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웠을까?

3화.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다?!

4화. 놀이인가 무술인가? 기록을 통해 알아보는 구한말 택견

5화. 택견과 석전의 상관 관계

6화. 제 1회 택견 대회와 사라진 활갯짓

 

 

 

지난 편에서 저희는 한 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결련택견협회의 황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끝을 맺게 되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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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기 / 택견)

 

 

일련의 현기증나는(...) 과정 끝에 결련택견협회는 도기현 회장을 따르는 결련택견협회와 고용우/이준서 선생을 따르는 윗대태껸협회로 나뉘게 되었죠.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둘 사이의 화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한 쪽은 다른 한 쪽을 한풀을 택견으로 둔갑시키려 하는 사기꾼에 홀린 머저리들이라고 매도했고, 다른 한 쪽은 반대로 알량한 권력에 미쳐 송덕기 택견의 계승이라는 대의를 내던진 배신자들이라고 욕을 하고 있으니 화해를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요.

 

놀랍게도 이 프레임은 여전히 현역입니다...

 

따라서 송덕기 택견을 계승한다고 천명하고 있는 두 협회에게 남은 건, '누가 진짜 송덕기 옹의 택견을 계승하는가?' 에 대한 자료를 누가 더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싸움이었고, 이번 화에서는 두 협회가 나눈 정통성 논쟁들과 그 가운데에서 주된 화두로 떠오른 몇 가지 주제들, 그리고 이러한 끝없는 갑론을박을 결과적으로 영구히 잠재워 버린(...) 태껸춤 논쟁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1. 택견은 무술인가 놀이(경기)인가?

2. 택견엔 과연 자세가 없는 걸까?

3. 품밟기는 왜 해야 하는가?

4. 태견(책)과 송덕기 옹 노망론.


그럼 차례로 1번. 택견은 무술인가 놀이(경기)인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 택견은 무술인가 놀이(경기)인가?

 

이것은 이른바 택견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것을 따지는 논쟁이었습니다. 이 주제는 이미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7편 에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간 적이 있는데, 바로 통합 대회가 파행이 된 근본적 원인으로써 각 협회들간의 노선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잠시 언급했었죠.

 

충주택견은 택견은 무술이다. 라고 말하고, 반면 대한택견은 택견은 무술이기 이전에 승부를 가리는 놀이(경기)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결련은 택견은 무술이자 놀이라는 입장입니다만, 최근의 동향을 보면 상대적으로 놀이 측에 좀 더 치우친 경향을 보여주고 있지요.


-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7편 본문에서 발췌 -


윗대태껸협회는 이에 대해 택견의 정체성을 두 말 할 것 없는 완전한 무술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결련택견협회를 향한 이니시에이팅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의문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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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는 택견을 무술이자 놀이로 정의 한 다던데, 이게 그렇게 논쟁 거리가 되나?

그냥 약간의 관점 차이일 뿐인 거 아님?)

 


이건 저도 처음 조사를 할 때만 해도 정확하게 똑같이 생각한 부분이었습니다.

 

대한택견협회처럼 아예 배타적인 개념인 것도 아닌데 왜 이게 논쟁거리가 되었다는 걸까요? 하지만 진상을 살펴보니, 사실 이건 논쟁이 될 만한 정도가 아니라 결련택견협회(추가적으로 대한택견협회)의 입장에선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관점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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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결련택견협회(대한택견협회)의 택견론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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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윗대태껸협회의 택견론입니다.

 

차이가 보이시나요?

 

결련택견협회는 공식적으로 택견이 무술임과 동시에 놀이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택견은 경기의 형태로 전승이 되어 왔으며 경기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술들 위주로 발전이 되어 왔다." 고 말합니다.

 

따라서 택견의 기술체계 안에 경기에서 사용되지 않는 싸움수인 '옛법'이 존재하지만 이건 몇 가지가 없고, 경기에서 사용되지도 못하기 때문에 택견의 본질은 경기에 가깝다. 가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론인 셈입니다.


참고로 결련택견협회의 저 주장은 의외롭게도 대한택견협회의 그것과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겹칩니다. 대한택견협회에도 택견의 본질은 경기이며, 결련택견협회의 옛법에 대응되는 개념의 기법들을 두고 그저 경기에서 쓰지 않는 싸움수들이라고 설명하거든요.

 

하지만 윗대태껸협회는 앞의 둘과는 전혀 다르게 말합니다.

 


"저건 뿌리와 줄기를 뒤바꿔서 보고 있는 거다. 택견은 무술이며, 택견의 수많은 기술들 가운데 실력을 겨룸에 있어 상호 합의 하에 넣는 기술과 빼는 기술이 갈릴 뿐이다. 따라서 경기 기술과 대비되는 싸움수(옛법)라는 개념이 택견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더욱이 현재 결련택견협회가 옛법으로 취급하는 기술들은 전부 손질이 금지된 신한승/이용복 택견 경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박철희 사범님의 증언에선 경기에서 장을 이용한 타격을 했다고 말하는데 손질 전부를 옛법 취급 하는 게 맞는 것인가? 애초에 옛법이란 개념부터도 이용복 회장이 만든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지 않는가?"



보면 아시겠지만 위대태껸회의 택견론은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론은 물론, 결련택견협회의 두 아이덴티티 가운데 하나인 옛법택견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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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금지된 싸움수의 모음이라는 옛법의 개념 자체가 허구이며, 결련택견협회가 경기 택견과 옛법택견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용복 총사의 대한택견회가 일찍이 성립하였던 개념적 레일로드 위를 그대로 따르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게 윗대태껸의 주장인 셈입니다.

 

https://youtu.be/5O6V4mweR3I
(윗대태껸의 기본 손질 기법 영상들)

 

실제로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듯 윗대태껸협회는 4개 택견 단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택견에 따로 분류되는 싸움수가 없는 게 당연하다(왜냐하면 모든 기술이 싸움수이기 때문에)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입문 1일차부터 다른 택견 단체에서는 최소 중급자 이상이 되어야 배우는 손질을 이용한 타격을 가르치는 협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둘 중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에 더 가깝겠느냐는 각자의 판단으로 넘겨야겠습니다만, 일단 경기에서 금지된 싸움수의 모음이라는 개념으로서의 '옛법'은 이용복 총사가 1995년에 최초로 구체화시킨 것이 유력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이전 시대에 언급된 옛법은 아래 사진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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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관 전통무술 택견 서적에 나오는 옛법)


 

 

여러분이 익숙하게 받아들일 만한 이름을 이용해 설명하자면 일종의 보디블로우를 치는 방법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1995년 이용복 총사가 출간한 택견연구에서 옛법의 개념적 확장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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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이 발로 차서 상대를 넘어뜨려 승부를 내는 경기로 발전되면서 주먹 쓰는 법이 유실된 것으로 보이는데 몇 가지 주먹 쓰는 법을 옛법이라 부른다."


 

 

이전 시대에는 단순하게 보디블로 자체만 의미하던 명칭이었던 옛법이 이용복 총사의 손을 타게 되자 경기에서 금지되어 택견에 몇 남지 않게 된 주먹의 사용 기법'들'로 바뀐 것을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그리고 정황상,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5편에서 나온 것처럼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대한택견협회와 상당기간 교류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던 도기현 회장이 저러한 개념을 답습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연도별로 옛법, 그리고 이와 유사한 개념인 쌈수에 대해 언급된 것을 정리한 아래의 표를 보시면 옛법의 개념이 어떻게 확장되어갔으며, 마침내는 결련택견협회의 경기 외 격투기 기술의 총칭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가를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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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39rDfk_h2c

(현재의 격투기 택견으로서의 옛법택견)

 


 

 

그렇다면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련택견협회의 옛법에 대해서는 그만 알아보고, 역으로 윗대태껸협회는 옛법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정의할까요? 싸움수라는 개념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으니, 어쩌면 옛법 자체가 없는 걸까요?

 

의외이지만 아닙니다. 윗대태껸에도 옛법이라는 개념 자체는 있는 듯해 보입니다. 다만 그 개념이 의미하는 게 소위 싸움수가 아닌 것 뿐이죠.

 

조사 결과 윗대태껸협회에선 옛법을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기술과 방법의 총칭"이라는 개념으로 취급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카더라이긴 합니다만 윗대태껸에선 택견의 스탭인 품밟기조차 옛법이라고 하는 모양이더군요.)

 

 

요컨대 그것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온 기술들을 옛법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 같습니다. 다른 협회들이 말하는 싸움수하고는 딱히 상관 없는 기술 카테고리일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윗대태껸의 단독적인 주장일 뿐이기에 진위를 가릴 수는 없는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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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윗대태껸협회에서도 이렇게 말만 했다 뿐, 품밟기 외에 또 어떤 옛법이 있는지. 옛법 기술들 사이에 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공개하지 않는 상태이거든요.

 

따라서 독자 여러분께서는 결련택견협회와 윗대태껸협회가 택견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상반되게 내리고 있다는 점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 논쟁은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고만해 미친 놈들아!

 

이런 점에선 앞으로 다룰 두 번째 논쟁도 약간 결이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첫 번째 논쟁에 대한 소개를 이만 마치고 두 번째 논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택견엔 과연 자세가 없는 걸까?


이번 논쟁은 1번과는 반대로 결련택견협회 측에서 윗대태껸회를 향한 공세적인 면이 매우 강한 논쟁이었습니다.


현재는 결련택견협회의 격투기 택견, 옛법택견과 마스터황(황인무 선생)이 미디어 상에 대두됨에 따라 사실상 거의 죽은 논쟁에 가깝습니다만, 고용우/이준서 선생의 윗대(웃대)태껸이 과연 택견이냐 아니냐를 따지던 당시에는 매우 치열하게 전개된 논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왜냐하면 택견꾼들의 영원한 우상이자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송덕기 옹께서 남긴 문화재청의 영상자료들에서 송 옹께선 딱히 자세를 취하지 않으신 채로 기술들의 시범을 보이셨지만 윗대태껸에서 공개한 영상들을 보면 특정한 자세들을 취하는 모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x5y6SgXtW9g

(송덕기 옹께서 자세를 잡지 않으신 건 이러한 수기 기술들을 시연하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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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대태껸의 4가지 겨누기.

 

(윗대태껸에서는 자세라는 말을 쓰지 않고 겨누기라는 호칭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결련택견협회는 저러한 모습이 나오는 이유야말로 고용우/이준서 선생의 기법이 택견이 아닌 한풀이라는 증거(혹은 최소한 영향을 받은 증거)라며 윗대태껸협회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격은 최소한 일정 기간 동안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논쟁들과는 다르게 이 부분 만큼은 윗대태껸협회가 '어째서' 송덕기 옹께서 문화재청의 시범에서 자세를 취하시지 않았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해내지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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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을 찔렸다.)

 

 

하지만 윗대태껸협회가 가만히 입 다물고 맞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조사 결과 윗대태껸협회는 결련택견협회의 압박에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3가지 논리들을 펼치며 대응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1. 수기를 비롯한 타격 공방을 하게 되면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안면을 비롯한 신체 상단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두 팔이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굳이 수기 공방까지 갈 것도 없이, 현재 택견배틀에서도 발질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형태의 자세가 보편화된 상황인데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 레퍼런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태견(책)을 보면 송덕기 옹께서 자세를 취하신 사진들이 남아 있다.


3. 70년대에 배운 제자들의 교습법과 80년대 이후 배운 제자들의 교습법이 달랐다. 


 

어쨌든 논쟁의 결과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위에서 결련택견협회의 공격이 효과적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자세 논란은 사실 결련택견 협회의 입장에선 크게 실익이 있던 논쟁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손해에 더 가까웠죠.

 

왜냐하면 1번 반론 부터가 그런 게, 실제로 손과 발로 상대를 치고 차는 격투기 치고 일정한 형태의 자세(가드)를 취하지 않는 종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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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도, 태권도도, 무에타이도. 모든 격투기에는 가드(자세)가 있기 마련입니다.)

 


윗대태껸측의 반론이야말로 완벽한 일반론에 부합하며, 자세가 있으므로 한풀일 것이라는 결련택견협회의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억까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저런 다른 무술로 갈 것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결련택견협회가 개최하던 택견배틀에서도 일정한 형태의 자세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 가능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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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배틀에서 나온 다양한 택견의 자세들)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 게, 모든 격투기는 그 격투기의 룰에 맞춰 최적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택견배틀 같은 경우 발로 얼굴을 맞으면 패배하며 손을 이용한 타격은 허용되지 않지만 그래플링이 허용이 된다는 룰을 가지고 있죠.

 

따라서 한 손으론 아래에서 올라오는 발차기를 견제하고, 다른 한 손은 상대와의 그래플링 대결을 위한 앞손 싸움을 준비하거나. 혹은 발차기가 올라오기 어려운 근접 거리라면 좌측 상단과 같이 아예 그래플링 싸움을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는 등. 선수 성향과 상황에 맞춰 주로 취하는 자세들이 대체로 정형화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택견배틀의 경기 룰에 최적화되는 자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듯, 윗대태껸을 두고 송덕기 옹께선 취하시지 않던 자세를 취한다며 한풀의 영향력을 의심하던 결련택견협회야말로 이미 경기에 최적화된 형태의 자세들을 보편화시키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애초에 따지고 보면 택견배틀에 나온 저런 자세들을 송덕기 옹께서 영상에서 취하신 적이 없는데 결련택견협회는 어디에서 저런 자세들을 배껴왔단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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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또한 정론입니다)

 

 

다만 본인들부터가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것 자체가 내로남불이지 않느냐는 비판을 제쳐 놓고, 순수하게 학술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결련택견협회의 지적이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송덕기 옹께선 문화재청에서 찍으신 영상 자료에서 윗대태껸이 보여주는 자세들을 취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자세가 있는 것 자체는 납득할 수 있지만 저 4개의 겨누기가 택견의 자세가 맞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 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물음에 대해 윗대태껸협회는 위에 언급했다시피 전가의 보도태견(책)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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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세, 팔짱끼기, 사면세)

 


 


다만 이 해명이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위에도 언급하였지만 결련택견협회는 이미 고용우/이준서의 기술을 한풀로 취급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상태였기에(...) 사진들을 가져오라 할 때는 언제고 이런 단편적인 사진들 몇 개로 윗대태껸의 겨누기들이 택견 본연의 자세라는 사실이 증명되지는 않는다고 곧바로 말을 바뀌었거든요.


따라서 윗대태껸협회 측에선 마지막 3번 반론. 70년대에 배운 제자들과 80년대에 배운 제자들에 대한 송덕기 옹의 기술 교습의 방식이 달랐다는 인터뷰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적극적으로 자세 논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뭘 더 반론해봤자 인정 못한다고 나오면 답이 없으니...

 

어쨌든, 그렇다면 70년대와 80년대 사이에 송덕기 옹의 교습법 가운데 무엇이 바뀌었다는 것일까요? 윗대태껸협회가 공개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바로 품밟기와 더불어 택견 기술의 양대 아이덴티티인 활개짓을 80년대 이후엔 송덕기 옹께서 제자들께 그다지 가르치시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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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껸이라는 거는 품밟기부터 마주 보고 했다고 활갯짓도 하면서 말이지. 활갯짓이라는게 상대를 현혹하고 방어 수단이면서 잡기도 하고 동시에 공격 수단이었지. -(중략)- 옛날에 할아버지는 품밟기 하면서 손을 흔들고 활갯짓을 했잖아. -(중략)- 할아버지가 (활갯짓 동작을) 활발하게 하셨지.

- 민이홍


민이홍 선생. 70년대 봄부터 군대 가기까지 약 4년간 고용우 선생과 택견을 수련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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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할 때, 품밟기도 하고.... [활갯짓도 혹시..?] 당연하죠. 품밟기하면서 활갯짓도 하고. -(중략)- 아니야 아니야 난 했어. [선생님은 70년대...] 아, 그렇구나! 힘들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게(활갯짓) 중요하다 했어.

- 양창곡


양창곡 관장. 1979년에 송덕기 옹께 택견을 배웠으며 현재 대한카팝크라브마가 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렇듯 송덕기 옹께 70년대에 택견을 배운 택견꾼들의 증언을 모아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바로 송덕기 옹께서 품밟기 만큼이나 많이 시킨 것이 활갯짓이였으며, 단순히 품만 밟으며 연습한 것이 아니라 항상 활갯짓이 함께 하고 활갯짓에 연계된 손질 또한 함께 배웠다는 것이라 합니다.

 

반면 80년대에 택견을 배운 다른 제자 분 같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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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땐 두 가지 방법밖에 안 했어요. 이게 그냥 이완(활개 내리고)시키는 동작이니까, 계속 이렇게 이완 시키고 팔이 무거워 질 때까지... 하다 보면 여기서부터 이렇게는 다 나가니까. 눈을 때리는 것도 그렇고 (중략) 여기서 연결되서 나가니까. 팔동작(높은 활갯짓)을 따로 하지는 않았고요.

- 이병한


이병한 선생. 1983년 말부터 송덕기 옹께 택견을 사사하였다.

( 출처 : https://taekkyeon.net/blog/20185 )

 

 

인터뷰 내용처럼 70년대에 배운 두 분과는 다르게 팔을 내려 기본적인 형태(아래 활개짓)를 취한 채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윗대태껸회의 주장은, 70년대엔 송덕기 옹께서 활갯짓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손질 기법들을 가르치셨기에 당시 배운 사람들은 택견에 자세가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길 수밖에 없지만 80년대 이후 배운 사람들(ex 도기현 회장) 같은 경우 손을 어깨 위로 올리는 동작을 거의 배운 적이 없으므로 택견에 자세가 있다는 개념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요약이 가능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윗대태껸협회는 활갯짓과 자세를 연결 짓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힌트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8aa35423df4fc691.png.jpg( 출처 : https://yugakkwon.com/taekkyeon/151246 )



윗대태껸협회의 수련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윗대태껸에서는 세간에서 택견의 자세라고 논란이 되었던 저 4개의 겨누기들조차 실은 전부 활갯짓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활갯짓의 개념 자체가 택견의 손기술의 흐름을 담고 있는 하나의 체계라는 것이 윗대태껸 측의 입장인 거고, 남들이 자세를 취한다고 말하는 것조차 애초에 활갯짓을 쓰고 있는 거다.(왜냐하면 저 4개의 겨누기들이 전부 활갯짓에서 나온 흐름들이니까) 라는 말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윗대태껸협회의 설명에 대해 결련택견협회는 이렇게 일축할 뿐입니다.

 

 


"할아버지는 문화재 시연 영상에서 윗대태껸이 말하는 것과 같은 활갯짓을 보이지 않으셨고, 보이신 활갯짓이라곤 팔을 배 아래에서 노니게 만든 게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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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해 볼테면 반박해 보시지)

 

 

요컨대 결련택견협회는 송덕기 옹께 윗대태껸협회가 말하는 것 같은 활갯짓의 기법들을 배운 적도 없으며, 윗대태껸협회의 주장이 사실이 되기 위해선 송덕기 옹 생전 촬영된 활갯짓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료가 남아 있어야 하는데 정작 그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 결련택견협회가 펼치는 반박 논리의 골자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최근에 제가 얻게 된 자료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있었던 제 1회 택견 경기에서 신한승 옹의 제자분들과 송덕기 옹의 제자분들이 경기를 치루는 영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상에선 놀랍게도

 

 

 

 

 

시합에 임하셨던 송덕기 옹의 제자분들이 정작 송 옹께선 문화재 시연 영상에서 보여주신 적 없던 높은 활갯짓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대의 몸통에 대한 타격, 상대 손질의 방어, 상대와 나의 거리재기, 상대의 시선 유도하기 등의 다양한 용법을 선보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나오는 손질의 형태를 보면 딱히 제대로 손질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어쨌든 신한승 옹의 제자분들과 차이가 나는 것은 활갯짓의 모양이 약간 다르다는 것과, 상대의 공격이 들어올 염려가 없어지는 거리에 들어서면 팔을 아래로 떨어뜨린다는 것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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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결론을 말하자면 결련택견협회의 주장과 같이 송덕기 옹께서 소위 높은 활갯짓 기법들을 선보인 적이 없던 게 아닌 겁니다.


 

당시 송덕기 옹 문하의 수련생들이 저런 공식 경기에서 자연스럽게 활갯짓을 사용하는 걸 보면, 최소한 경기에 나갈 정도의 레벨인 수련생들은 상호 대련에서 활갯짓을 일상처럼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죠.

 

이게 단순한 추론이 아닌 것이, 실제로 제 1회 택견배틀에 참여하였던 결련택견꾼들이 부산 구덕체육관에서 열렸던 제 1회 전국택견대회에서와 같이 적극적으로 활갯짓을 활용하는 영상들이 여럿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https://youtu.be/xv8GSrE5OyU

https://youtu.be/aa1qU0Bpq2s

 

요컨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만 해도 결련택견협회 또한 지금의 윗대태껸협회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활갯짓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그저 20년이 지난 지금, 이런저런 이유로 그 중요성과 쓰임이 잊혀졌을 뿐인 것이죠.

 

그렇기에 전 최소한 활갯짓에 대해선 결련택견협회가 "왜 송덕기 옹 생전엔 저렇게 적극적으로 사용되던 활갯짓이 송 옹 사후 경기에서 실종되었는가"를 다시한 번 진지하게 되짚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회 대회에서 규칙에 없음에도 양 단체가 마치 합의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손질을 왜 없애게 되었는가 또한 마찬가지고요.

 

https://youtu.be/Pnk6T_pKuJA

 

누가 봐도 현재의 택견배틀과 송덕기 옹께서 살아계셨던 당시에 열렸던 대회의 경기 양상은 차이가 심각할 정도로 큰 상황이니까요...

 

타격은 말할것도 없지만, 활갯짓조차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안 나오잖습니까 이건...

 

그렇다면 활갯짓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이 다음에 다룰 세번째 논쟁인 품밟기는 왜 밟아야 하는가? 에 대해선 글이 지나치게 길어진 감이 있어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퀄리티의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

 

 


 

개인적으로 제 1회 택견 대회에서 송 옹 제자분들의 활갯짓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저렇게 적극적으로 쓰시던 분들이 택견배틀에선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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