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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8 – 도탄塗炭(1)

익명_8771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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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유진이 그런 원론적인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유격대의 창단식이 이루어졌다.

 

하나, 나는 군과의 공동의 목표에 헌신한다

 

하나, 나는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다

 

하나, 나는 전우의 목숨을 나 자신과 같이 여긴다

 

모두가 함께하는 선언과 함께 유격대가 창단되었다. 대대장은 이어서 선언문답지 않은 긴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가 전장에서 느꼈던 것들이 담겨 있었다. ‘미련, 애착, 회한그것들이 항상 그의 말을 길게 했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어떠한 역경이 와도 함부로 죽음을 생각하지 마라. 끝까지 살아남아라. 살아남은 자에게 길이 있다.”

 

대대장이 이야기를 마치고 교관에 의한 통솔이 이루어졌다.

 

부대 차렷, 대대장님께 경례!”

 

단결!”

 

분대의 선두에서 대대장의 이야기를 들었던 유진은 누구보다 큰소리로 경례했다.

 

살아남는다

 

그 한마디가 유진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 뒤로 본격적인 교육훈련이 시작되었다. 작전을 이해하고 임무완수를 위한 기술들을 숙달하는 과정이었다. 지식이 없던 부랑자들에게 하루하루가 곤욕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한 교육 내용조차 몸이 기억하게 됐다.

 

대대장님께선 살아남으라고 했지만 작전을 알아갈수록 살아남을 확률은 희박해보여

 

임무수행계획보고가 끝나고 2분대장이 한탄하듯 말했다.

 

사실 그곳에 위험이 없으면 살아남으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았겠지

 

유진이 대답했다.

 

“11번은 어떻게 생각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유진이 1분대장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뭘 물어봐 또 살벌한 대답이나 하겠지

 

2분대장이 비아냥거렸다. 이전에 자신을 죽이려했다는 공포감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경계심 을 풀지 않은 것 같았다.

 

힘들겠지

 

거봐 저렇다니까

 

하지만, 어렵진 않아

 

?”

 

1분대장의 말에 2분대장이 놀란듯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 작전은 습격이니까. 배운대로만 잘 따라준다면, 전투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어. 주도권을 가져오면 큰 손실 없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어.”

 

그래..? 정말로?”

 

하지만 들켜서는 안돼. 전면전에서는 무조건 방어가 유리해.”

 

그럼 그렇지 항상 이렇게 초를 친다니까

 

1분대장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2분대장의 투덜거림도 이해가 됐다. 항상 맞는 말만 하는 그에게 유진도 조금 서운함을 느꼈다.

 

난 먼저 간다. 11번이랑은 오래 같이 못있겠어.”

 

2분대장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 유진은 11번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싸움은 어리석은 걸까

 

11번이 먼저 말을 건 것이다.

 

? 그건 무슨 뜻이야?”

 

유진은 질문의 의도를 되물었다.

 

창단식에서부터 대대장이 자주 이야기하는 말이 떠올라서

 

싸우는 행위 자체에 가치가 있냐는 건가?”

 

난 지금까지 상대를 제압하고 우위에 서는 게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 사람의 말을 듣다 보면 그건 이유가 아닌 거 같아

 

맞아 싸워서 이기는 건 수단에 불과하다고 하셨지. 아예 전쟁도 투기도 모두 불필요하다고 보는 거 같기도 하고.”

 

유진은 생각보다 회의적인 질문들에 놀랐다. 내심 이 목석같은 사람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넌 여기에 왜 온 거야?”

 

유진은 그동안 미뤄온 질문을 할 용기가 생겼다.

 

너가 맡은 일이 뭐길래?”

 

그건 말할 수 없어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의외야. 나는 이곳에 오면 무언가 독단적인 일을 시킬 줄 알았거든, 근데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은 일만 하고 있잖아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이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건가?”

 

유진은 조급했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자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싸워왔던 이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많았다.

 

가자. 이만 일어나야겠어.”

 

그러자

 

11번이 말했다. 유진은 11번과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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