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왜 택견은 손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우게 되었는가에 대한 가설

익명_31430687
341 1 16

간단하게 요약하고 시작하자면 전근대에 기원을 둔 무술 중에서 탑클래스 급으로 경기화-근대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봄.

 

전근대 맨손무술들의 특징이 바로 무기술과의 연계를 염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그런 무술들이 공유한 몇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발차기의 비중이 낮다는 거임.

 

그야 손에 무기를 들었다고 가정하면 어줍잖은 발차기 두 번 찰 바에야 무기를 한 번 휘둘러서 상대를 병★신으로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론이라 할 수 있음.

 

하지만 전근대에 뿌리를 두었음에도 택견만큼은 아니지만 발차기에 큰 지분을 두고 있는 두개의 무술이 있는데 바로 무에타이와 가라데가 그것임.

 

사실 저 두 무술은 명백히 무기술이 전해지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차기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편이며 그 이유는 각각 다음과 같음.

 

무에타이 : 도박, 마을 공동체의 유희로서 전승되어 옴.

 

오키나와테 : 일본인들에 의해 무기 사용이 금지되고 강제로 맨손무술화 되어버림.

 

기시감이 들지 않음? 저 두 개의 경우를 합치면 완벽하게 택견의 케이스에 부합함.

 

택견은 도박에서 사용되었으며 마을 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유희로서 전승되어왔고, 그나마 언급이라도 된 무기술이 택견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육모술 밖에 없을 정도로 무기술과는 연이 없는 역사를 가졌음.

 

여기까지야 모두 알고 있는 내용들이겠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을 거임.

 

그렇다면 어째서 택견은 손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우는 독특한 커리큘럼을 가지게 되었는가?

 

역설적이게도 여기에서 바로 중국권법이 등장함.

 

중국권법은 일본의 고류 유술과 더불어 무기술의 비중이 매우 높아 발차기의 비중이 낮은 전근대 무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만, 흥미롭게도 무규칙에 가까운 상황에서 무기술이 아닌 맨손 싸움을 하게 되면 굉장히 발차기를 많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임.

 

이건 사실 당연한 일인 것이, 무기술끼리 싸울 때도 단검보다 장검이, 장검보다 창이 더 강하다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상대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상대를 치는 것이 싸움을 리드할 수 있는 건 맨손싸움에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기 때문임.

 

복서가 킥복서를 이기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건게, 발차기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나보다 먼 거리에서 일방적으로 날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임.

 

그렇기에 (발차기가 허용된)맨손격투 경기가 오래 되면 될수록 발차기 기술에 대한 재발견과 중요도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음.

 

당장 UFC만 해도 오블리킥(택견의 밟기류 기술)에 대한 찬반논의가 뜨겁고, 쓰는 사람만 쓰던 카프킥이 주목받으며 과거만 해도 종합격투기에서 쓰기 어렵다고 평가받던 태권도가 어느 순간부터 발차기 스킬 장착용 무술로 호평받기 시작한 걸 보셈.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트랜드가 바뀐다는 MMA에서조차 발차기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임.

 

하지만 이런 발차기의 유일한 단점이 바로 익히는데 효율이 지랄맞게 안 좋다는 거고, 실제로도 UFC에서 발차기를 잘 쓴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태권도나 가라데 경력이 긴 사람들 뿐임.

 

이런 것들을 미루어보면, 택견이 전근대 무술이면서 손질보다 발질을 더 먼저 배우는 커리큘럼을 가지게 된 건 바로 오랜 경기화를 통해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낸 게 아닌가 싶음.

 

발차기는 익히고 사용하는데 오랜 수련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손질과 태질은 아니니까, 아예 처음부터 발차기 위주의 커리큘럼을 통해 발차기를 익히고 그 위에 손질과 태질을 얹으면 충분하다는 발상의 전환 말임.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한 택견이 손을 이용한 타격은 없는 발차기 위주였을 거라고 짐작된다는 것까지 추가해 보면...

 

어린 시절 동무끼리 "택견놀이"를 함으로써 발차기와 태질의 기초를 익히고.

더 자라서 선생을 모시게 될 경우 품밟기부터 시작해서 익숙한 발차기 기술들을 정교하게 가다듬은 다음.

본격적으로 무술 기법으로서의 손질-태질 단계를 밟았던 게 바로 택견이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임.

 

아무튼 내 가설은 이러니까, 조금 다른 견해가 있다던가 이 부분은 좀 틀린 것 같다는 부분이 있다면 많이들 지적해주면 고맙겠음.

 

그리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움 ㅎㅎ...

신고공유스크랩

한달이 지난 게시글은 로그인한 사용자만 토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