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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정을 위해 택견을 손질했던 과정에 대한 신한승 선생의 소회

익명_6346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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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부분 생략) 본디 무술이 사람의 몸으로 하는 노릇이라 고정된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세 나라 무술이 서로서로 주위 무술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했으리라고는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동작의 기본만은 쉽사리 변해지지 않았을 터이니, 그간 많이 변하기는 했겠지만 태껸이 우리나라의 고유한 몸짓을 지니고 있는 무술임에는 틀림없다.

 

신: "참 힘에 겨운 노릇입니다. 재간도 없는 놈이 이런 일을 벌여 놓다 보니 일이 자꾸 어려워져서 그만두고 싶던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기본기를 정해 놓은 것도 실상은 마음에 꺼림찍합니다. 원목은 원목대로 놔 둬야 재간 있는 목수가 깎아서 쓰지 재간도 없으면서 괜스리 고치고 다듬으면 되레 해치는 법인 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해 놓았으니 말입니다."

 

신 승 씨는 이런 말을 하며 이제 자기는 더 이상 태껸을 다듬을 재간도, 의욕도 없노라고 여러 번 강조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편으로 현대는 경기의 시대이니 태껸도 경기를 할 수 있게 가꾸어져야 할 것이라고 여러 번 주장했다.

 

이처럼 모순된 말을 열심히 되풀이하는 신 승 씨의 모순은 그의 모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순일 것이다. 원형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과 그것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는 두 가지 일을 무리 없이 조화시키기란 여간한 재간이 없이는 힘든 노릇이다. 보존만 하자면 아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을 테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면 원형이 깨어질 염려가 있다. 이것은 전통을 찾자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에 그런 쪽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안고 있는 어려운 숙제다. 신 승 씨는 자기가 더 이상 태껸을 손질할 것을 포기하고 이제는 다만 널리 소개하는 쪽으로 힘을 기울인다.

 

신: "이제 문화재 지정만 받으면 저는 뒷전으로 물러서렵니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태극기 하나만 뎅그렇게 걸려 있는 우툴두툴한 이층 세멘트 건물에서 땀을 흘리며 수련하고 있는 스물 남짓한 제자들을 바라보며 그가 하는 말이었다. 한 달에 오백 원 씩 건물 사용료도 되지 않는 회비를 받는다는 그는 그나마도 안 받으면 애들이 시시하게 알고 오지도 않는다고 하며 아직 뒤를 물려줄 마땅한 제자가 없다고 쓸쓸해 한다. 여지껏 그렇게 기운차게 얘기하던 것과 달리 미래의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쓸쓸해 하는 그의 모습이 태껸만이 아닌 우리 전통 문화 모두의 모습인 것만 같이 느껴져 나도 덩달아 쓸쓸해졌다.

 

출처: 김명곤, 팽개쳐진 민중의 무술 태껸 (뿌리깊은나무,1977)

 

이거 보니까 좀 짠하기도 하네.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 이런 일을 했다면

굳이 직업을 팽개치고, 가산을 탕진할 만큼 열정을 쏟았을리가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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