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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주의/리메이크]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12화 - 옛법택견의 짧은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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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시리즈


1화. - 소개 - 

2화. - 송덕기. 그리고 현대 택견의 시작 -

3화. - 두 거인의 죽음과 혼란기의 개막 -

4화. - 대한택견협회의 부상과 이면의 문제점 -

5화. - 대고소시대와 돌아온 송덕기 택견 -

6화. - 결련택견협회의 비상 -

7화. - 통합 대회와 대한택견연맹의 체육회 가입 -

8화. - 황금기의 뒷면과 또 다른 계승자 -

9화. - 결련택견협회의 내전과 윗대태껸의 등장 -

10화. -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상편 -

11화. -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하편 -

12화. - 옛법택견의 짧은 봄 -

13화. - 서울시 문화재 결련택견과 택견진흥법 -

 


오싹오싹 택견 시리즈


1화. 택견 4대 협회의 간략한 특징 요약

2화. 택견은 왜 주먹이 아니라 발차기부터 배웠을까?

3화. 택견에도 개파조사가 있다?!

4화. 놀이인가 무술인가? 기록을 통해 알아보는 구한말 택견

5화. 택견과 석전의 상관 관계

6화. 제 1회 택견 대회와 사라진 활갯짓

 

 

여러분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시리즈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편의 마지막에 예고한 바와 같이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2021년, 택견판 뿐만이 아니라 전 무술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의 주인공,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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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는 마스터황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8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옛법택견의 첫 등장 시점은 2006년이었지만 결련택견협회가 그것을 일반 수련생에게 공개한 것은 2018년 이후부터였고, 본격적으로 옛법택견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20년대에 들어온 이후였습니다.

 

태껸춤 논쟁이 대략적으로 마무리가 된 것이 2017년. 그리고 오싹오싹 택견 근현대사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문화재 결련택견"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시기가 2022년이었으니 딱 그 중간을 채울 수 있는 주제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서론은 이쯤 하고 본격적으로 옛법택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에게 옛법택견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래의 2가지 답변을 할 것 같습니다.

 

1) 현대 택견 경기에서 금지 시킨 기술들의 모음

2) 1번 개념을 바탕으로 결련택견협회의 택견을 현대 격투기화 시킨 것

 

1번과 관련된 내용은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상 편택견은 무술인가 놀이인가? 파트에서 꽤나 상세하게 다루었으니 이번 편에선 생략하고, 오늘은 2번. 현대 격투기화된 택견으로서의 옛법택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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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무 선생이 선보이는 옛법택견 어플리케이션. 멋있다. )

 

 

일단 옛법택견의 연혁에 대해 다루어 보자면, 2006년 옛법택견이 시연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2018년에 이르기까지 약 12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옛법택견은 결련택견협회 내부에서 소수의 지도자/수련생이 참여하는 일종의 연구 모임의 형태로만 존속되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야 했던 이유는 2006년 당시 황금기의 뒷면과 또 다른 계승자 편에서 다룬 것처럼 결련택견협회가 보유하고 있던 옛법의 기술적 레퍼런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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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기 때문에(...) 이걸 실제로 경기에서 활용하기도, 일반 수련생들에게 공개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옛법의 대표자격 인물이셨던 장태식 선생께서 택견계를 떠난 뒤에는 결련택견협회 중앙 전수관의 황인무 선생의 주도로 옛법택견의 기술적 발전을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https://youtu.be/lMBAeyqDuXk

https://youtu.be/tgyg7sAbwZ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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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복싱의 스탭과 주먹 기술을 도입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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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무 선생은 복싱으로 입상 경력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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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영춘권/절권도의 치사오를 연구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뜬금없이 왜 영춘권의 치사오가 옛법택견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포함되었느냐는 뒷사정이 좀 있습니다.

 

결련택견협회에선 택견을 뒤로 물러섬이 없고 앞으로만 나갈 수 있는 정면무술이라는 주장까지 할 정도로 매우 근접해서 싸우는 격투기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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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사전에 '후퇴'란 없다! 물러설 바에야 서서 죽어라! )

 

 

그랬기 때문인지 꽤 오래 동안 근접전에 특화된 영춘권의 수기가 택견의 수기와 유사했거나, 호환이 잘 될 것이라는 추정이 협회 내부에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는데, 아마 그런 인식 때문에 택견의 싸움기술이라 할 수 있는 옛법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중국권법과 교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도기현 회장님의 쿵후 경력도 한 몫 했을지도 모르구요.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스승을 둔 윗대태껸협회 측에선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론과 반대 방향에 가까운 해석을 보인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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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yugakkwon.com/taekkyeon/88292 )

( 출처 : https://yugakkwon.com/taekkyeon/88568 )

 


실제로 윗대태껸협회 측의 시연들을 보면 아래와 같이 순간적으로 그래플링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안전거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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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 둘 중 어느 쪽이 송덕기 옹의 택견과 보다 유사한지는 전성기의 송 옹의 모습을 알 수 없으므로 판단이 불가능 하지만, 같은 스승을 둔 제자들의 택견 모습이 이렇게 다르다는 건 뭔가 뭔가 입니다.

 

어쨌든 저런 과정들을 거쳐 옛법택견은 꾸준히 발전을 이어갔고, 2018년대부터는 아래 영상과 같이 결련택견협회 중앙 전수관의 수련생들이 옛법택견을 경험하고 수련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DcNt4sRtw3g

https://youtu.be/JEkqmuLpk78

 

순수하게 시연용 기술 몇 가지에 불과했던 2006년에 비하면 정말 환골탈태나 다름없는 변화였죠.

 

하지만 불행하게도 결련택견협회에겐 시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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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엿같은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어 버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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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핑이 또 너야?! )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겠지만, 코로나-19는 스포츠 산업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2020년 3월 기준 스포츠산업 업종별 사업체 평균 매출액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전년 동기 대비 스포츠시설업이 61.4% 감소, 스포츠용품업이 51.0% 감소, 스포츠서비스업이 84.4% 감소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은 업종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체력단련시설업이 81.0% 감소, 스포츠무도장업이 73.4% 감소, 스포츠교육기관이 90.2% 감소를 기록했다..."

 

스포츠가 팬더믹에 대처하는 자세


 

코로나 시대 동안 수많은 체육시설들이 작년 대비 반토막 그 이하로 떨어진 매출에 고통을 받아야 했고, 최악의 경우엔 폐업을 하기도 하는 등,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지만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실내 체육시설의 입장에선 더더욱 끔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창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던 옛법택견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죠.

 

수련생이 와야 보급을 할텐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아예 전수관에 오지를 않아버리니 이건 뭐 답이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결련택견협회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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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결련택견협회에게는 황인무 선생이라는 장태식 선생 이래로 가장 큰 인지도와 무술계의 넓은 인맥을 가진 택견꾼이 있었고, 무엇보다 4개 택견 단체들 가운데서 가장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협회가 바로 결련택견협회였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시대 동안 결련택견협회는 황인무 선생의 인지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미디어 홍보 활동에 나섭니다.

 

https://youtu.be/zb3qyFmxAHE

 

대표적으로 우리동네 무술 체육관 시리즈가 그것입니다.

 

대중들에게 우리 주위에 이런 다양하고 훌륭한 무술 체육관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코로나 시대에 다 함께 고생하고 있는 무도인들에게 각 종목의 강점들에 대한 홍보의 기회를 주기 위한 프로젝트였죠.

 

이것은 무술계 다방면에 인맥을 가지고 있던 황인무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고, 실제로도 인터넷 상으로 많은 호응과 긍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동안 경쟁 단체인 윗대태껸에서는 수련생들을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에 내보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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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대태껸회는 결련이랑 달라. 윗대태껸회는 개인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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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taekkyeon.net/blog/30285?page=1 )

 


...뭐, 윗대태껸이 타류 시합에 나가던 말던 결련택견협회의 홍보는 계속해서 지속되었고,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빛을 발한 끝에 마침내 결련택견협회에게 옛법택견을 대중들의 뇌리에 박아 넣을 절호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바로 2021년, 양감독 TV)가 주최한 천하제일 무술대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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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회 천하제일 무술대회.

 

절권도 / 극진가라데 / ITF태권도 / 옛법택견 이 4개 팀이 출전했습니다.

 

 

그 옛날 이종격투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말 그대로 4개의 무술이 격돌하는 경기들은 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https://youtu.be/ZJf-HjC1uqE

https://youtu.be/ZBK2h4-Qbyg

 

그리고 일련의 경기들에서, 강한 격투기라 하면 손에 꼽히는 극진가라데를, 그리고 이소룡 하면 떠오르는 무술인 절권도를 상대로 전부 승리해 낸 옛법택견은 사람들의 박수 속에 화려하게 그 꽃을 피워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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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기 그지없던 극진과의 접전들.)

 

 

이렇듯 결련택견협회의 천하제일 무술대회의 출전은 정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실제로 저 경기들 이후 인터넷에서 택견을 다시 봤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고, 택견 하면 이크에크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많이 희석이 되기도 하였을 뿐더러 출전 이후 택견에 대한 문의도 많이 왔고, 수련생도 실제로 늘었다고 하니 2002년에 있었던 '고수를 찾아서' 이후로 결련택견협회가 이뤄낸 가장 성공한 홍보였던 셈입니다.

 

또한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황인무 선생은 옛법택견을 수련한 수련생들이 무에타이 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 등, 기세를 이어가며 옛법택견이라는 강력한 무술이 있음을 대중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했습니다.

 

https://youtu.be/ECjfO7GFN3o
(당당한 옛법택견꾼들)

 

이러한 옛법택견의 행보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영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악명이 높은 위대태껸회에서 무에타이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을 정도였죠.

 

https://youtu.be/EjsejxZwSlc

 

어떻게 보면 그간 키보드 너머로 서로의 정통성을 깎아내리면서 병림픽을 벌였던 것보단 몇 배는 나은 건실한 경쟁관계를 보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옛법택견의 전성기는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짧은 봄처럼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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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충분한 실적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련택견협회의 메인 컨텐츠가 되지 못하고 말았거든요...

 

 

현재 택견을 현대 격투기화 시켰다는 옛법택견은 오직 황인무 선생이 지도하고 있는 결련택견협회 송파 전수관에서만 수련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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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ver.me/G14xNd6J


대체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자세한 내부 사정에 대해 알 수는 없었습니다만,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힌트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결련택견협회 전부의 합의를 거쳐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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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yugakkwon.com/taekkyeon/69036 )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과 결련택견협회의 옛법이 다르다 말하는 결련택견협회 사범의 댓글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약 12년간 소수의 사범/수련생들의 연구에 의해 재탄생 된 커리큘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곧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이 결련택견협회 전부의 동의를 얻고 추진 된 '협회 차원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종의 '개인 프로젝트', 내지는 '중앙 전수관에 한정된 프로젝트'였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위 댓글의 

 

"마스터황의 옛법택견은 옛법의 기술을 경기화 시켜가는 실험적인 공간."

"결련택견 전수관은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과는 별개로) 옛법의 기술들을 갈무리하고 있다."

"각 관마다 옛법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이 3개 문장에 의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 마스터황의 옛법택견과 결련택견협회의 옛법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이 바로 결련택견협회의 오피셜이라는 것이죠.

 

이것이 현재 옛법택견을 위에 언급한 결련택견협회 송파 전수관에서만 유일하게 배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되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옛법택견 자체가 애초에 결련택견협회 전부에 퍼진 적이 없으니, 당연히 황인무 선생에게만 배울 수 있을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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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렇다면 어째서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우수한 실적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련택견협회 전부에 퍼지지 않았을까요?

 

유력하게 추정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2.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을 과연 택견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택견을 베이스로 복싱 / 중국권법 / 무에타이 등등 수많은 격투기의 기술들을 차용하고 이를 개량해서 만들어 진 것이었고, 이와 유사한 케이스로는 종합격투기나 가라데에서 갈라져 나온 대도숙 쿠도를 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8MwvWBqpOE

(착의종합격투기 대도숙 쿠도)

 

하지만 종합격투기나 대도숙 쿠도를 과연 전통무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통무술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굉장히 논쟁의 여지가 많은 주제입니다만, 대부분의 전통무술 수련자들이 동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타 무술의 기술이 섞여선 안 된다"는 점이죠.

 

그런데 옛법택견의 경우엔 위를 보아서 아시겠습니다만 온갖 다양한 격투기가 혼합되어 있으며, 태껸춤과 정통성 논쟁 하편의 품밟기 논쟁 파트에서 나온 것과 같이 택견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품밟기마저 잘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거기다 겨루기를 보면 손질은 복싱과 거의 다를 바가 없으며, 아랫발질을 이용한 그래플링이나 상단 발차기에서 간간히 택견틱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 이외엔 이게 택견인지, 아니면 택견의 기술을 받아들인 현대 격투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기도 하지요.

 

https://youtu.be/CFBzj6Cm6e4
(옛법택견 스파링)


이쯤 되면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순수한 택견이라기보단 택견을 바탕으로 현대 격투기를 더한 현대 창작 무술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뭘 어떻게 봐도 전통이라기엔 뭣한 상황이죠.


아마 이 점이 결련택견협회의 정규 커리큘럼으로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이 들어가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지 않나 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결련택견협회는 송덕기 옹의 택견에 대한 계승의식이 굉장히 강한 협회입니다. 그런 협회의 공식 커리큘럼에 대놓고 다른 무술들을 섞어 넣은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옛법의 기술적 레퍼런스를 중국권법에서 가져온 게 아니냐는 논란은 일단 접어둡시다(...)

 

요컨대 실험적인 시도로서는 OK일지 몰라도 그걸 결련택견협회의 정규 커리큘럼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송덕기 옹의 택견을 '계승한다'는 결련택견협회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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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맞는 말입니다.)

 

 

...물론 앞선 문제들 전부가 협회 구성원들의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지도 모릅니다.

 

8편에서 언급하였듯, 결련택견협회는 원형의 보존을 따지는 만큼 타 무술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을 흡수하는 게 당연하다는 협회 내 분위기가 있던 단체였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은 과거 결련택견협회가 가졌던 심상을 구체화 시킨 결과물에 더 가까웠습니다.

 

"택견은 놀이(경기)였지만 격투기이기도 했기에 다른 격투기에 있는 보편적 기술이라면 택견에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택견을 복원하기 위해선 다른 격투기의 효율적인 기술을 흡수하면 된다."

 

보다시피 완벽하게 결련택견협회의 택견론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옛법택견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애석한 것은, 2020년대의 결련택견협회는 더 이상 과거의 결련택견협회가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택견은 무술이라 외치며 결련택견협회를 공격해 왔던 윗대태껸과의 10년에 가까운 갈등은 결련택견협회가 가졌던 특유의 유연함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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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련택견협회와 반드시 죽인다 MAN.png )

 

 

당장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결련택견협회의 연구 대상이자 송덕기 옹의 택견을 복원하기 위한 바이블 취급을 받던 태견(책)이 위대태껸과의 갈등 이후 일종의 금서와 같은 취급이 되고, 택견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강력한 무술임을 주장하는 말들이 마스터황의 옛법택견에서만 나오게 된 것만 보아도 결련택견협회가 얼마나 과거와는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택견을 무술이라 주장하는 윗대태껸과 싸우기 위해 반 강제적으로 반대 포지션에 위치해야 하던 것이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놀이와 무술을 양립시키던 협회 내부의 기조가 놀이 쪽으로 치우쳐 버렸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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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는 것처럼, 윗대태껸과의 10년 동안의 갈등은 결련택견협회의 기조를 한 쪽으로 치우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결련택견협회와 가장 친하고, 협력 관계에 있는 단체가 택견 놀이론으로 악명이 높은 대한택견회라는 점만 봐도 격투기 택견을 하는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이 결코 결련택견협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거기다 결련택견협회 내부에서 옛법택견을 좋아했을 법한 사람들은 이미 다 쫓겨나서 위대태껸에 가 버린 상황이라...

 

그렇기에 어찌 보면 현재 옛법택견의 상황은 4개 협회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아 자체적으로 대회마저 개최하지 못한다는 윗대태껸보다도 좋지 않은 편에 속합니다.

 

그 규모가 작다는 윗대태껸도 전수관이 5개는 된다고 하는데 옛법택견은 현재 전수관 한 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옛법택견 경기가 치뤄질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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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런 현실이 있단 말이냐! )

 

 

결국 옛법택견은 최초로 선을 보인 2006년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결련택견협회의 메인 커리큘럼이 되지 못한 채 택견배틀에서 시연용으로만 쓰이는, 황인무 선생 개인의 기예로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 감히 단언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보이는 것만 따져봐도 옛법택견의 미래가 딱히 밝아 보이진 않다는 게 슬프군요...

 

...이번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결련택견협회와 윗대태껸회의 리턴매치(?)인 문화재 결련택견과, 빠도 까도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 택견진흥법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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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쓸데없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o Be Continue~

 


 

슬슬 마지막 화가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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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결련택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