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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식 품밟기와 옛법택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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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결련택견 하던 사람들끼리 공유하던 오랜 떡밥거리가 하나 있음. 단순한 수련생 레벨 뿐만이 아니라 선생 급들도 나름 진지하게 품었던 의문이라고 해야 하나, 문제의식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쉽사리 결론을 못 내리고, 또 자기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더라도 막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하지는 못했던 그런 일임.

 

그건 바로 품밟기에 대한 것이였음. 정확히 말하면 품밟기의 실체적 활용에 대한 방법론이라 해야 할텐데, 다른 2개 택견단체들이 그러했듯 결련택견협회도 품밟기를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협회 내부적으로 결론이 안 난 상황이었던지라 고민이 많았던 문제였음.

 

그럴 수밖에 없는게, 평소에 열심히 연습하던 품밟기가 경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실상 실종되는 모습이 자꾸 나타나니 없던 고민도 생길 수밖에...

 

그래서 협회 내부적으로 나온 이론들이 몇 가지가 있었음. 대표적으로 몇개만 꼽으면

 

1) 품밟기는 택견에 필요한 뱃심과 다리힘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다. 따라서 실제 싸움이나 경기에서는 굳이 품밟기를 할 필요가 없다.

2) 품밟기는 택견 경기라는 규칙에서 파생되었고 거기에 특화된 움직임이다. 따라서 택견 경기에서 품밟기는 당연히 활용이 된다. 다만 파편화 시켜서 그걸 쓸 뿐이다.

3) 품밟기는 택견 특유의 스탭이다. 따라서 실제 싸움이나 경기에서도 품밟기를 당연히 활용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활용법을 모를 뿐이다.

4) 기타 등등....

 

아무튼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결련택견협회에서 최종적으로 결론내린 품밟기에 대한 정의는 이러했음.

 

품밟기는 좁은 경기장이라는 특수성에서 파생된 택견 특유의 스탭이자 택견 기술을 사용함에 있어 필수적인 뱃심과 다리힘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경기에서도 품밟기는 사용되나, 숙련된 택견꾼이 필요성에 따라서 품밟기의 동작들을 사용하기에 연습할 때와 동일한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 뿐이다.

 

그래서 실제로 택견배틀 경기에서 결련택견을 수련한 택견꾼들을 보면 규칙으로 정해서 시키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다들 품밟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언뜻언뜻 보였음. 많이 쓰고 덜 쓰고의 차이만 있다 뿐이지 하는 모습을 보면 아, 저 사람은 결련택견을 수련했구나 하는 감이 다 옴.이 부분에 있어서 결련택견협회는 분명히 성공했다고 생각함. 다른 협회들처럼 무언가를 강제해서 어떤 형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니 말임.물론 마구잽이 금지는 빼고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언급한 택견배틀과는 다르게 결련택견협회의 신규 컨텐츠인 옛법택견에서는 최근에 다다를수록 결련택견의 품밟기가 사라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거임.

 

실제로 "이 분은 옛법택견을 수련했습니다.", 하는 설명이 없으면 킥복싱 수련을 했는지 mma 수련을 했는지 구분이 안 갈 것 같다는 감상을 하는 사람이 유튜브 덧글만 봐도 꽤 되고, 저장소에서만 해도 

https://yugakkwon.com/topic/72677?page=4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로(물론 이건 무에타이 경기에 나가기 위해 어느 정도 무에타이식 스타일을 받아들인 결과겠지만) 과거 옛법택견 초창기의 무브먼트와는 달라지는 경향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음.

 

이런 지적에 대해 옛법택견을 수련하는 택견꾼들은 아마 이렇게 대꾸를 하지 않을까 싶음.

 

현대 격투 스포츠에 그대로 쓰이기에 택견의 기술들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안타깝게도 품밟기는 택견 경기에 특화된 스탭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사실 이 말은 거의 대부분 맞다고 할 수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오류가 있음.

 

택견의 기술들이 현대 격투기에 그대로 사용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긴 하나, 품밟기 같은 경우엔 애초에 결련택견식 품밟기 자체가 종래의 택견 경기에서는 모를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싸우는 것이 전제가 되는 격투기에서 활용되기엔 근본적인 문제를 품고 있어 사실상 옛법택견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임.

 

그럼 문제의 결련택견식 품밟기에 대한 해부에 들어가도록 하겠음.

 

https://youtu.be/3rYShPU3_oE

우선 결련택견식 품밟기의 개념에 대해 마스터황이 올린 영상임. 2019년 영상이긴 하지만 결련택견협회의 품밟기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이전에 확립되었고, 지금까지도 크게 변한 바가 없기 때문에 저런 개념과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임.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2:29초임. 체중을 앞뒤로 움직이다가 공격을 가할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체중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부분 말임. 그리고 2:40초에 실제로 그것을 시연하는 모습이 나옴.

 

1.jpg

 

자, 여기에서 문제점의 실체가 살짝 드러남. 저 몸의 포지션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음? 별 생각이 안 든다고? 그럼 다음 화면을 보여주겠음.

 

2.jpg

3.jpg

 

자, 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음. 결련택견협회식 품밟기가 가진 진짜 문제, 그것은 무게중심이 앞뒤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몸을 쏠리게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못박히게 만들어 버린다는 거임. 이것이 앞서 언급한 '택견 경기장의 특수성'과 맞물림.

 

결련택견협회는 택견을 좁은 경기장에서 사용되었던 무술, 정면무술로 정의했었음.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결련택견의 품밟기는 일반적인 격투기용 경기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스탭의 특징인 '따라들어가고 빠진다'라는 개념이 사실상 부재함.

 

쉬운 말로 하면 상대가 빠지는 만큼 내가 들어가야 타격이 가능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대가 들어오는 만큼 내가 빠르게 빠져야 하는데 결련택견협회식 품밟기는 애초에 그게 어려운 상황(좁은 경기장)을 상정하고 있어서 현대 격투기와 같이 넓은 경기장에서는 수련자가 품밟기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오히려 발목을 붙잡는 방해요인이 되어버린다는 거임.

 

상황이 이러하니 연구가 계속되고 자료가 축적될수록 현대 격투기화를 추구하는 옛법택견은 결련택견식 품밟기를 안 쓸 수밖에 없음. 아니, 쓰면 안됨.

 

내게 유리한 거리는 유지하고 상대가 유리한 거리는 피하는게 중급 이상 클래스 격투가가 되기 위한 필수적 소양인데 넓은 경기장을 가진 현대 격투기 룰에서 결련식 품밟기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란 말임. 그러니 당연히 점점 결련식 품밟기를 안 쓰게 될 수밖에.

 

https://youtu.be/CFBzj6Cm6e4

 

그런데 골때리는 건 또 이렇게 효율을 추구하자니 또 택견을 택견답게 만드는 느낌이 날아감 ㅇㅇ. 사람들이 괜히 킥복싱이지 이게 택견이냐 하는 게 아님. 품밟기야말로 택견을 택견답게 만드는 건데 그게 안 나오니 택견식 아랫발질과 윗발질, 그리고 택견식 태기질을 하는데도 택견다운 느낌이 안 나는 거임.

 

옛법택견 초창기때는 그래도 아, 결련택견협회 택견이네 하는 느낌이 분명하게 났는데 이젠 그런 느낌도 거의 안 나는 이유가 수련생들이 잘 싸우려다 보니까 거기에 방해되는 결련식 품밟기를 자연스럽게 버리게 되었기 때문임.

 

이게 바로 딜레마인 거고, 옛법택견이 무슨 수를 써서든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인데 사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원인도, 문제 해결법도 정말 간단하긴 함.

 

그냥 '가마니 두 장 위의 과학', '정면무술 택견'이라는 이 두 캐치프레이즈만 버리고, 결련택견협회식 품밟기의 문제점만 충분히 고민해서 수정하면 깔끔하게 해결되는 문제일텐데 뭐... 그게 어려운 일이겠지.

 

아무튼 나름 정성 들인 진지한 분석이니까 또 결련 까는 글이네 ㅉㅉ... 이러고 넘어가지는 말았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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