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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의 굳히기 기술 과시의 어원에 대해

익명이
405 5 8

안녕하십니까 인왕체육관 소속 수련생인 검은살생선입니다.

 

일전에 디시인사이드 무술 갤러리에서 위대태껸의 기술 명칭에 대한 시비가 있었다고 들어 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위대태껸과 한풀과의 연관을 의심하시는 분께서 제기하신 의문들이었는데, 몇 개는 이미 여러 번 반박이 된 내용들이라 굳이 언급을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지만 개중 몇몇은 택견에 관심이 있는 다른 분들께서도 궁금증을 가지실 만한 내용일 것 같아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짐작하건데 저 논쟁을 읽으셨던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셨지 않나 싶은 것은 그래서 과시의 어원이 뭔데?’ 였지 않을까 합니다.

 

해당 글에서 위대태껸이 한풀의 짭이라 주장하시는 분의 표현대로라면 쓸데없이 어려운단어가 기술명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것이 논쟁의 발단이었지요. 확실히, 면치기, 곧은발, 복장지르기 같은 기술명들을 떠올려 보면 꽤나 그럴듯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 저 과시라는 명칭이 어디에서 유래했는가를 알게 되신다면 저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주장이었는지를 느끼실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저 과시라는 기술명의 유래는 부를 과시하다’, ‘권세를 과시하다할 때의 그 과시(誇示)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어려운 한자어가 아닙니다. 정말로 일상적인 단어이죠.

 

그렇다면 대체 어째서 기술의 이름에 왜 뜬금없이 무언가를 자랑한다는 뜻을 가진 단어를 붙였을까요? 유력한 추측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이 과시를 실전에서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랑거리라는 것입니다.

 

합기도 시연 영상을 본 분들이라면 단박에 무슨 뉘앙스가 깔려 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합기도의 시범을 보면 사람을 가볍게 비틀어, 굳히기만 했는데도 옴싹달싹 못하고 마구 탭을 치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들이죠.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난관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치고 차거나(타격) 던지는 것(태질)은 숙련도가 아주 높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신체가 단련되어 있거나 속도를 살린다면 기술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익히 알려졌듯 꺾고 굳히는 류의 기술들은 그게 거의 불가능하기에 인체구조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충분한 숙련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시도하려다가 역으로 주먹 두세대는 더 맞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고수가 하수에게 실력을 말 그대로 과시하기에는 이만한 기술들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기는 어려우나 한 번 걸리기만 하면 철저하게 사용자의 자비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을 연출해 버리니, 이것보다 본인의 실력을 과시하기에 적합한 기술이 달리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택견의 기술 명칭들이 다 이런 식입니다. 예컨대 이마재기, 허리재기 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이 재기라는 말은 택견에서 상대와 나의 거리를 잰다, 의도를 잰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순수 기술명으로는 전혀 다른 뜻을 지닙니다. 이는 동사 재다의 의미 가운데 사람이 총, 포 따위에 화약이나 탄환을 넣어 끼운다, 혹은 눌러서 고정한다는 것에서 착안된 기술명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마재기가 이마를(탄환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누르면서 뒤로 밀치는(약실에 밀어 넣어 장전하는) 기술임을 생각해보면 어째서 이 기술에 재기라는 명칭이 붙었는가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와 같이, 택견 기술의 명칭은 거의 전부 다 직관적이고, 묘사를 하더라도 기저에 깔린 뉘앙스를 파악한다면 굉장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논쟁을 시작하신 분의 주장에서 택견의 기술명은 전부 직관적이다.’라는 말 만큼은 맞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이런 내부 정보를 접하지 못해 한자어 기술명만 듣고 나만 이상하냐?’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신 모양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그 의문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각에서 택견의 기술명칭을 붙임에 있어 송덕기 할아버지는 그렇게 세세하게 기술 명칭들을 붙이실 분이 아니다!’ 라는 주장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택견은 엄연하게 임호 선생을 거쳐 송덕기 할아버님께 전승되어온 한민족의 전통 무술이며, 근래에 만들어진 개인의 창작품이 결코 아닙니다.

 

따라서 할아버지가 하나하나 기술 이름을 붙이셨을 리도 없을뿐더러, 분명한 근거도 없이 택견의 기술들이 세세하게 분류되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훌륭한 무술을 전해주신 선대 택견꾼 분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한 사람의 택견꾼으로써 이러한 행동은 가급적 지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이만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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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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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익명이 작성자
네 ㅎㅎ. 저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기술 몇 번 받아보고 직접 해 보기도 하니 왜 저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ㅋㅋ
22:16
22.07.03.
그 글 보면 어원이 진짜로 궁금해서 배우려는 태도가 절대 아니던데. 안하무인 그 자체... 그런 사람 상대로 고생했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말도 섞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배워서 자신이 모르는 걸 채우려는게 아니라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재단하려고 눈 가리고 마구잽이로 덤비는 사람은 정말 싫다.
22:33
22.07.03.
best 익명이 작성자
방금 또 갤에 글 올리셨던데 내용 보니까 이해하실 생각이 아예 없으신 모양이더라구요... 뭐 지금까지 저런 분들이 한둘도 아니셨고, 굳이 연연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22:54
22.07.03.
한 마디만 더. '과시'는 기존 택견 단체에선 거의 접하지 못한 거라서 생소하고 모를 수 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생각함. 게다가 이건 다른 택견단체 뿐만 아니라 무술판에서 거의 안 쓰는 용어였으니까. 나도 위대태껸 배울 때 비로소 설명 듣고 바로 이해되었고, '관절기'라는 용어보다 훨씬 더 실용적 맥락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됨. '과시'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기술이 태껸이란 무술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가 딱 전달이 되니까. 이런 부분은 태껸이 가진 전통문화로서의 내용이자 가치이기도 하고.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전히 일상 속의 말에서(그리고 외국 속담에서도) 비유로 'A가 B의 손목을 비틀어서 무슨무슨 일을 관철시킨다'라고 쓰기도 하잖아. 이건 전형적인 힘의 과시, 혹은 권력의 작용을 손목 꺾기로 비유한 것이지. 우리가 문화적으로, 혹은 비유를 통해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당대 사람들도 유사하게 생각했던 건데, 그게 아예 구체적인 신체동작으로도 존재했다는 것을 태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컨텐츠라고 생각함. 그래서 나는 처음 들었을 때 약간 감동도 있었음.

어쨋든, 모를 수는 있음. 그런데 몰랐던 거니까 위대가 가짜고 한풀에서 배껴왔다? 하 정말... 이미 철지난 레파토리로 다시 싸우는 게 너무 진절머리 난다. 저런 행동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22:57
22.07.03.
자꾸 무술갤 얘기 나오는데 지금 같은 경우 아니면 걍 금지어 때려버렸으면 좋겠음 왜 저런 영양가 없는 곳에서 분탕글들 퍼오는 애들이 있는건지 이해가 안감
00:06
22.07.03.
2등
자꾸 무술갤 얘기 나오는데 지금 같은 경우 아니면 걍 금지어 때려버렸으면 좋겠음 왜 저런 영양가 없는 곳에서 분탕글들 퍼오는 애들이 있는건지 이해가 안감
00:06
22.07.03.
3등

택견의 과시가 저런 어원을 가졌는지는 처음 알았네. 찾아봐도 딱히 맞는 조합의 한자가 없어서 뭐지, 옛날말중에 지금은 안 쓰이는 다른 단어가 있었나 싶었는데 과시하다 할때의 그 과시였구만 ㅋㅋㅋㅋㅋ

08:38
22.07.03.
네 ㅎㅎ. 저도 처음 들었을 때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 보니까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기술 몇 번 받아보고 직접 해 보기도 하니 왜 저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ㅋㅋ
22:16
22.07.03.
심각하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간단한 거였네? ㅋㅋㅋ
11:58
22.07.03.
그 글 보면 어원이 진짜로 궁금해서 배우려는 태도가 절대 아니던데. 안하무인 그 자체... 그런 사람 상대로 고생했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말도 섞기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인데. 하나 하나 차근 차근 배워서 자신이 모르는 걸 채우려는게 아니라 자기가 아는 범위 내에서 재단하려고 눈 가리고 마구잽이로 덤비는 사람은 정말 싫다.
22:33
22.07.03.
방금 또 갤에 글 올리셨던데 내용 보니까 이해하실 생각이 아예 없으신 모양이더라구요... 뭐 지금까지 저런 분들이 한둘도 아니셨고, 굳이 연연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싶네요.
22:54
22.07.03.
한 마디만 더. '과시'는 기존 택견 단체에선 거의 접하지 못한 거라서 생소하고 모를 수 밖에 없는 영역이었다 생각함. 게다가 이건 다른 택견단체 뿐만 아니라 무술판에서 거의 안 쓰는 용어였으니까. 나도 위대태껸 배울 때 비로소 설명 듣고 바로 이해되었고, '관절기'라는 용어보다 훨씬 더 실용적 맥락에서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하게 됨. '과시'라는 이름에서부터 그 기술이 태껸이란 무술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가 딱 전달이 되니까. 이런 부분은 태껸이 가진 전통문화로서의 내용이자 가치이기도 하고.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여전히 일상 속의 말에서(그리고 외국 속담에서도) 비유로 'A가 B의 손목을 비틀어서 무슨무슨 일을 관철시킨다'라고 쓰기도 하잖아. 이건 전형적인 힘의 과시, 혹은 권력의 작용을 손목 꺾기로 비유한 것이지. 우리가 문화적으로, 혹은 비유를 통해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당대 사람들도 유사하게 생각했던 건데, 그게 아예 구체적인 신체동작으로도 존재했다는 것을 태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컨텐츠라고 생각함. 그래서 나는 처음 들었을 때 약간 감동도 있었음.

어쨋든, 모를 수는 있음. 그런데 몰랐던 거니까 위대가 가짜고 한풀에서 배껴왔다? 하 정말... 이미 철지난 레파토리로 다시 싸우는 게 너무 진절머리 난다. 저런 행동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22:57
22.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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