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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싸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어쩌면 그 의문에 대한 답.

익명_435017
2791 0 1

내가 저장소에서 편싸움 떡밥을 보면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는데 여기서 아무도 그 부분을 지적 안 해서 이상한 점이 있는데

 

편싸움이라는 것의 폭력의 수위가 이상할 정도로 과하다는 거다.

 

아니 짱돌을 던지고 심지어 슬링까지 쓰는 석전에 육모방망이까지 동원되면서 상대방 뚝배기 깨는 것에 진심이고 심지어 관청에서는 여기서 사람이 죽어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패싸움을 왜 하고 앉아있냐는거지. 여기서 이겨서 뭘 하려고?


단지 재미 있어서? 할게 없어서?

 

다들 전근대라는 시대적 이유 하나만으로 일반인의 폭력성의 임계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해서 아무도 의문을 안 가지는 거 같았는데.


나는 오군영이 세금징수를 "대리" 했다는 사실을 보고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며 약간의 의문이 해소 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상상?


자, 지금부터 털어보려고 한다.

 

오군영이 세금징수를 대리 했다면 반드시 대리하는 "지역구"들이 있었을 것이란 말이지.
현대 서울로 대충 비유하면 A부대는 종로구에 대한 세금 징수권을 가지고 있고 B부대는 마포구, 강서구 그리고 C부대는 송파, 강남  이렇게 세금 징수권을 가지고 있는거지. 여기서 뽀찌 떼어가니까 이권은 당연히 엄청나고.


그럼 문제가 큰게 생긴다. 뭐냐고? 

 

1. 지역별 빈부격차 문제 : 

https://yugakkwon.com/taekkyeon/271577
이 글에서 보면 나름 엄청난 규모의 이권을 군영에 나눠준 것을 보이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지역마다 빈부의 격차는 생길 것이고 군영마다 혹은 군영 예하 부대마다 마진이 달랐을 거다. 즉 군영별로 수익률이 달랐을 것.


그리고 내 생각은 조정에서 오군영에 세금징수 대리 시킨 것처럼 오군영 자체에서도 소속 부대에 세금 징수를 대리 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짬처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


2. 무력이 있고 돈이 있다... 어? 여차하면 바로 반란군이다. 무신정변의 트라우마는 고려를 넘어서 조선에서도 이어지고 있었을 것. 조선 조정은 이것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


이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돼? 군대를 분열 시켜야 한다. 그런데 발생하는 또 큰 문제. 무력의 수준은 일정 수준 유지 혹은 심지어 발전 시켜야 한다.

 

 

 

이건 서로 상충하는 2개 이상의 요구사항이 동시에 군대에 요구 되는 것이다. 


반란을 일으키면 안 되는데 무력의 수준은 항상 우상향을 그려야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요구사항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고급스럽게 그러면서 남들과는 다르게 보이면서 너무 눈에 띄지 않는 드레스를 디자인 해주세요"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런데 조선은 이것에 대한 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근대 이전의 강한 군대는 어떤 환경에서 나오지?

 

"전국시대"

 

조선은 아마도 규칙을 가진 전국시대 상태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상상에 각색을 더 해서 써본다.

 

 

조정 : 오군영이 컴.
오군영 : 네
조정 : 늬들 요즘 잘 지내냐.
오군영 : 안 그래도 밑에 놈들이 불만이 좀 있습니다.
조정 : 뭔 불만.
오군영 : 조세 징수해서 뭐 나름 뽀찌 떼가지고 애들 입에다 넣어주고는 있는데 이게 동네마다 뽑아먹을 수 있는게 양이 달라서 입이 댓발로 나와있습니다. 달래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시사철 투덜댑니다 이놈들.
조정 : ( 오케이 잘 걸렸다. )야 그럼 형이 해결책 하나 줄테니깐 함 해보련?
오군영 : 오 뭔 방법입니까.
조정 : 간단하지. 단오날 같은 날에 석전 같은거 시켜서 이긴 쪽한테 징수 지역 더 떼준다고 해. 대신에 거기서 발생한 사고는 책임 묻지 말고.
오군영(단순) : 오 깔끔한데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긴 놈만 계속 이기고 그러면 어떻게 하죠? 그렇게 되면 한놈만 징수 지역이 너무 커질텐데.
조정 : 에헤이. 그걸 뭘 걱정하나. 규칙을 만들면 되지. 1년 지나면 리셋 시켜. 리셋 불만 가진 놈 생기면 작년에 졌던 애들 모아서 패면 되잖아.
오군영 : 오오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되나봅니다. 알겠습니다. ( 따그닥 따그닥 )

 

 

조정 : 련도감이 너 잠깐 와봐.
훈련도감 : 네
조정 : 너, 지금 좀 불안하지.
훈련도감 : 네, 불안합니다. 아무리 석전이래도 1년에 한번 저렇게 몸 풀어본 지방군들이 작당해서 한양 쳐들어오면 저희만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조정 : 그건 그래. 그래서 내가 생각이 하나 더 있다.
훈련도감 : 그게 뭡니까.
조정 : 너네는 석전할 때 할 수 있는거 추가. 빠따도 들어.
훈련도감 : 네? 빠따요?
조정 : 아이 참, 짱돌만 던지는 놈이 쎄, 빠따 같이 쓰면서 대가리 깨본 놈이 쎄? 규모 늘리는게 힘들면 애들을 쎄게 만들면 되잖아?
오군영 : 오오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되나봅니다. 알겠습니다. ( 따그닥 따그닥 )


대충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햔양에서는 편싸움까지 하고 지방에서는 석전까지만 했다는 저장소 글들을 바탕 삼아 상상으로 써본 약간의 대화다.

 

이런 생각으로 조정이 오군영의 세금징수를 대리 시켰다면, 그리고 편싸움 혹은 석전 같은 집단전을 종용했다면, 그 편싸움과 석전의 비정상적인 폭력성과 규칙성이 납득이 되지 않냐?

 

늬들은 어떻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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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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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익명_385952
아예 군 조직 차원에서 조장한 문화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것 같지만 지방에선 석전을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의식 겸 놀이로써 했다고도 하는데 농사가 아닌 본격적인 상업/소비 도시였던 한양에선 돈과 관련된 무언가가 걸렸다고 볼 여지도 충분한 듯.

본문이 지적한 것처럼 이권이 안 걸리면 나오기 힘든 수준의 폭력성이긴 함 ㅇㅇ
15:27
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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