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택견의 주된 향유층이
훈련도감에 소속된 무관과 군인, 한량이나 무예별감들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면, 문화가 그쪽 사람들 위주로 잡혀 있었을 테니 택견의 미해결 떡밥 가운데 하나인 태껸춤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도 대략적으로 설명이 되는 것 같음.
검을 익힌 무인을 예시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일단 본인의 검술 실력을 드러내는 방법이 대련에서 상대를 꺾는 것도 있겠지만, 검무? 같이 혼자서 검을 휘둘러서 내가 얼마나 몸놀림이 날쌘지, 보법이 얼마나 정교한지, 칼을 휘두르고 회수하는 데 힘과 기세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지 등등을 표현할 수 있단 말이지?
보는 눈이 있거나 그 검술을 아는 사람들 같은 경우엔 그걸 보고 방금 한 게 무슨 동작이었는지, 숙련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거고 말임.
같은 의미로 택견을 하는 사람들끼리도 굳이 바닥에 멍석을 깔고 겨루지 않더라도 본인의 몸놀림으로써 택견의 기술적 개념이나 형태를 보여주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었을텐데, 만약 이게 맞다고 한다면 왜 굳이 이름을 태껸'춤'이라고 붙였으며, 또 택견을 오래 한 사람만 이걸 출 수 있다고 한 건지 전부 설명이 됨.
검술을 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검무를 출 수 있을 리 만무한 것처럼(아예 춤으로서 시작부터 검무를 배운 게 아닐 가정 하에) 택견을 체화하지 못한 사람이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택견의 기술적 특징과 개념을 혼자서 표현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또 태껸춤은 본래 북장단에 맞추어서 추는 것이라는 윗대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동시에 여러가지를 배우기 어려운 전근대의 특성상(사실 이건 현대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택견의 동작들에서 멋있다, 혹은 중요하다 여겨진 동작과 개념들을 따 와서 조합된 정형화된 12가지의 춤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ㅇㅇ.
솔직히 이런 해석이 태껸춤을 부정하려고 한 사람들이 내 놓은 해석인, 노인의 건신연무보다 훨씬 더 개연성이 높기도 함.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까 느껴지는 건데, 이렇게 택견의 주 향유층이 기존보다 확장되면서 보다 정확하게 특정이 되다 보니까 의문이던 부분과 그에 대한 해답이 쉽게 이어지는 것 같네.
역시 뭐든 학술적인 연구가 중요하지 싶다.
댓글 4
댓글 쓰기그냥 흥이 나서 추신 춤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게 만약 그랬다면 아예 태견 책에 나오지도 않았겠지.
위대가 말한 것처럼 춤으로 택견의 기술들을 풀어낸 게 가장 유력한 해석이 아닐까 싶음.
그러면 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설명 되는거 같고.
이쯤되면 윗대에서 누군가가 설명 해줬음 하는데.
난 무에타이의 와이크루 같은 거라고 생각함. 무에타이 경기에선 경기 직전에 각 도장들의 개성을 살리며 예식을 함.
예식이라고 표현해서 그렇지 사실 그냥 음악에 춤 추는 거임. 당연히 무술적인 표현은 들어있고. 와이크루를 보면 선수가 어디서 수련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진지하고 경건한 자세로 각 도장을 대표하는 마음을 담아 춘다고 함.
택견이 경기화가 나름 고도로 진행된 무술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렇게 보는 것도 자연스러울듯. 태껸춤도 윗대의 정체성과 무술적 표현을 나타내는 춤이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