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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술 하는 분들이랑 얘기 나눠보면

익명_62927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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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의 현대화(스포츠화 + 경기 활성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들이 생각 이상으로 꽤 많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술들이 교류를 통해서 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고

하고 싶어도 현재의 체계를 유지하고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현대화를 하면서 그걸 쫓아가기엔 이미 해당 무술을 주로 수련하는 수련층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도 하는 걸 듣기도 했다.

 

그런데 개중에서 가장 뭐랄까, 좀 납득이 안 가는 말이지만 의외로 다들 너무나도 쉽게 긍정하는 주제가 현대화를 한다고 해도 어설픈 mma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였다.

 

전통무술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종합무술적인 면모를 띌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대화의 종착지는 결국 mma의 형태로 수렴하게 되는데, 
온갖 자본이 투입되고 기술의 진화가 벌어지는 mma에 비해 전통무술은 한계가 어쩔 수 없이 있기 때문에 기껏 현대화를 시켜봤자 어설픈 mma밖에는 못된다는게 그분들의 주장이더라.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저 말이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mma가 자본이 몰리고, 그만큼 기술의 진보가 빠르다는 말 자체는 언뜻 들으면 반박의 여지가 없는 말이다. 집약된 자본의 힘은 어마무지 하니까.
그런데 조금만 더 자세하게 분석을 해 보면 저 mma 신화는 상당 부분이 허상이나 다름 없는게 팩트다. 왜냐하면 'mma의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타격, 스탠드 그래플링, 그라운드, mma는 이 3개 부분의 싸움인데 까놓고 말해서 저 3개 부분 전체를 mma로 배워 챔프가 된 사람은 없는게 현실이다. 


이미 10년도 전부터 mma 키즈들이 미래 종합격투기 시장을 제패할 거라는 말들이 떠돌았지만 현실은 어떻지?

레슬링 베이스, 복싱 베이스, 무에타이 베이스, 주짓수 베이스, 산타 베이스 등등...
챔프나 순위권에 드는 선수들은 종합격투기 베이스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죄다 기존에 하던 운동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인물들이 mma에 투신한 것에 가깝다.


이게 바로 mma의 허상이고, 앞으로도 mma가 안고 가야 할 숙제다. 커버해야 할 경우의 수가 넓어도 너무 넓기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

 

그렇기에 난 앞서 언급한 전통무술가들의 '어설픈 mma로의 수렴'이, 실은 변화를 거부하고자 하는 변명밖에는 되지 않는 말이라고 본다.

 

전통무술이 공유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특징은 바로 '컨셉'이고, 아무리 기본 바탕이 종합격투기적 면모를 가지고 있더라도 최소한 어떤 한 부분에는 스페셜리스트하다는 특징을 가진 게 일반적인 전통무술들의 정체성이다

 

당장 택견만 해도 딴죽 등으로 연결되는 중심을 무너뜨리는 아랫발질을 장기로 삼고 있지 않는가?

 

난 전통무술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mma와 같은 현대 종합격투기만으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스페셜리스트한 기법들을 보존하고, 경기화의 과정을 거쳐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아 내는 것.
그리고 한층 더 나아가 그 무술의 기법들이 최대한 허용된 종합격투기적 상황에서, 해당 무술이 본래 가지고 있던 특유의 방법론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까지.

 

그것이 바로 종합격투기가 조명되는 현대에 있어 전통무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무술의 현대화 과정 그 자체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문제점들(스포츠화의 폐혜)를 염려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에 속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mma와의 차별점을 두지 못할 것이므로 현대화에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본인이 수련한 무술에 대한 무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전, 인터넷에서 종합격투기의 예를 들어 택견의 실전성의 추구를 부정하며, 차라리 택견이 지금의 형태로 남는 것이 더 이롭다 주장한 한 인물과의 대화가 문득 떠올라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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