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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밟기를 왜 써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익명_51497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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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여러 실험을 해 봤는데 왜 현대 택견 경기의 기술 공방에서 품밟기가 잘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 잡은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경기에서 중단 발차기가 굉장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택견에 있어 품밟기의 쓸모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무게중심의 이동... 좀 더 자세하게 파고 들자면 발을 떼고 딛고, 나아가고 물러서는 와중에 몸의 중심을 원하는 순간에 올렸다 내릴 수 있도록 체계화시킨 방법론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물론 이것만이 품밟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아니지만 글의 주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니 생략하겠습니다. -

 

그렇다면 품밟기가 왜 택견에서 중요시 되었을까, 를 생각해보면 결국 결론은 하나뿐입니다. 택견은 타격과 그래플링이 혼합된 기술체계를 가졌으면서도 독특하게도 발차기를 주력 기술로 쓰던 격투기라는 점입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발차기는 동작이 크기 때문에 중단 이상으로 올라가는 발차기들은 생각보다 제대로 맞추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발차기를 상대에게 쓰고 싶다면 선제적인 페이크 동작이 필요한데 손으로 모션을 주는 페이크만으론 동작이 워낙 정직한고로 발차기 공방에 익숙한 상대라면 의도가 읽히기 쉽습니다.

따라서 손 모션에 더해 정말로 발차기가 날아올 것 같다는 위압감을 줘야 할 필요성이 있지요.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정말로 발이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가야 상대가 속는다는 이야기입니다.

 

https://youtu.be/SwBW67fNCPo

- 무에타이 영상이지만 스탭으로 어떻게 상대에게 페인트를 넣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상이라 가져와 봤습니다. -

 

그리고 그 올라간 발에 상대가 반응하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발을 회수하면서 포지션을 바꾸며 상대의 빈 공간을 타격하는 것. 깔끔하게 들어간 발차기이죠. 그걸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품밟기라는 겁니다. 올라간 무게중심을 떨어뜨리고 발을 바꾸어 다시 무게중심을 올리는, 택견식 무게 중심 스위칭 방법론 말입니다.

 

이러니 현대 택견 경기에서 품밟기가 나오는 모습을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중단 발차기가 자유롭게 풀려도 한판 승부규칙 때문에 그래플링 위주의 경기로 흘러가기 쉬운 상황인 것을 발차기 공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중단 발차기를 굉장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묶어 두었습니다. 그러니 대한택견마냥 강제로 품밟기를 하도록 규칙을 정하지 않는 다음에야 택견배틀과 같이 품밟기가 실종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https://youtu.be/PHRylVneaZo

 

실제로 발차기가 가장 자유로운 축에 속하는 문화재 택견 경기들을 보면 승부 자체는 그래플링으로 나더라도 선수들이 다른 두개 협회의 경기들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품밟기를 쓰는 모습을 확인 가능합니다. 

발차기 공방만으로 승부가 나진 않더라도 후속으로 이어지는 그래플링 공방에서 유리한 포지션에 있기 위해 무게중심의 이동과 조절에 필요한 품을 밟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역설적이게도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중단차기를 제한한 것이 택견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품밟기를 죽이는 결과물로 돌아온 셈이라 하겠습니다.

 

중단차기 싸움을 할 이유가 없으니 서로 어정쩡한 상태로 붙어버리는 모습이 자꾸 나오고- 물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손질 타격의 부재이긴 합니다만. - 안 그래도 경기 구조상 발차기 공방 -> 그래플링 공방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시작부터 슬금슬금 그래플링 거리에 붙어버리니 천편일률적인 경기만 나오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품밟기를 쓸 이유가 없다, 품밟기를 쓰고 싶은 사람만 쓰면 된다 같은 말들은 '왜' 품밟기가 나오지 않는가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지 않고 겉에 드러나는 현상만을 보고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 요 근래의 실험에서 제가 느낀 점이었습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손질까지 전부 허용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발차기의 제한만큼은 필히 풀어야 송덕기 옹께서 가르쳐 주신 품밟기가 사용되는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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