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Chaper8 – 도탄塗炭(3)
어느새 유진이 부사수를 맡아야 하는 차례가 되었다. 그는 사실 다른 이의 사격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부사수를 맡아야 하는 인물이 누군지도 몰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분대원의 부사수를 맡아야 한다니…’
사실은 모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아야만 했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앞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우리 분대원이 아닌데?’
유진은 기시감을 느꼈다. 자신의 분대원이 있어야할 자리에 2분대장이 있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바짓자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손에 땀이 좀 나서”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가 멋쩍은 듯 말했다.
“아 그렇구나, 괜찮아 침착하게 해”
유진은 반사적으로 답했지만 딩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2분대장이 몇 번이었지? 왜 아직까지 쏘고 있지, 성적이 안 돼서? 그렇다면 나도 저렇게 남아있게 되는 건가? 남아있는다면 얼마나 계속 있어야 하는 거지?”
짧은 시간 동안 유진은 혼자 수도 없이 질문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격을 해야 할 때, 그는 2분대장이 남아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부사수 탄알집 인계”
“탄알집 결합”
“탄알 1발 장전”
“조정간 단발”
“사격 개시”
일련의 통제에 따라 사격이 시작되고, 사방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2분대장의 총만은 전혀 소음을 내지 않았다. 그의 떨리는 손가락은 방아쇠를 전혀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
폭발음 사이로 교관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사격 종료”
결국 2분대장은 단 한발도 쏘지 못한 채, 사격이 종료되었다.
2분대장은 절망에 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유진은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자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오만을 품었다.
‘아냐, 이래선 안돼’
유진은 자신이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식겁했다. 그는 손으로 입을 감추고 2분대장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그는 유진의 표정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2사로 집중 안해? 2사로!”
교관의 호령에 유진은 복명했다.
“2사로”
“부사수 정신차려라”
유진은 자신이 2사로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정신상태라고 보기 어려웠다.
“사수 소총 들고 퇴장”
유진은 통제를 듣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 그보다 앞서 했어야 하는 중요한 절차가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유진은 2분대장이 그 절차를 시행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잠깐, 움직이지마!”
그 말을 꺼냈을 때, 2분대장은 이미 몸을 틀어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유진은 다급하게 총을 살폈다. 유진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그 총에는 탄알집이 제거되어 있지 않았다.
“총 내려놔”
유진은 상황을 키우지 않기 위해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2분대장은 총을 쥔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시기 나쁘게 교관이 소리쳤다.
“2사로 안나와?”
그 말에 겁에 질린 2분대장이 바로 나오려 했다. 그 순간 유진의 머릿속에 떠올려서는 안될 한 마디가 울려 퍼졌다.
“...사람을 죽이고 와...”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 무제가 건넸던 말. 유진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 어쩌면 지금이 그 일을 수행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무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조급함이 유진을 극단적인 사고로 이끌었다. 심지어 2중대장은 전방을 향하던 총구를 그대로 돌리고 있었다. 저지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순간 유진의 머릿속에는 충일이 총에 맞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슬픈 이별이었기 때문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젠장!”
그 총구가 이동 중인 3분대의 분대원을 향하기 전에 유진은 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무모하게도 총신을 잡아 돌렸다. 긴장한 탓에 2분대장의 팔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버티는 힘과 다른 쪽으로 힘의 방향을 전환해서 무력화시키는 방법, 한주가 알려준 기술이 있었다. 몸에 베인 행동이 이끄는 대로 팔을 비틀자 총은 어느새 유진의 손에 있었다. 그러나 총을 잡고 있던 2분대장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려 한 발의 탄환이 나가고 말았다. 유진의 손이 타들어갔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그는 몸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의 몸에 총알이 박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벌겋게 달궈진 총신을 바라보며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면 빼앗은 흉기의 끝이 향한 곳에 2분대장이 쓰러져 있을 것을 알아 차렸기 때문이다.
‘삐이-‘
극도로 고양되어 있던 탓에 탄환이 나가는 소리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바로 코앞에서 격발음이 터지는 바람에 고막에 손상이 가고 말았다. 유진이 충격적인 장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자. 뒤에서 통제하던 인원들이 와서 유진을 패대기쳤다.
“정신차려!! 씨발 총 안 내려놔? 손가죽 다 늘러붙게 그걸 왜 계속 잡고 있어. 너...! 제대로 안보고 뭐하고 있던 거야 너 때문에 이렇게... 아니... 너 이따 따로 좀 보자. 27번 이 새끼 의무실로 데리고 꺼져”
잔뜩 격양된 교관의 목소리가 울려왔지만, 유진의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유진의 신경은 오롯이 자신을 타이르는 교관 옆의 2분대장을 향해있었다. 유진은 숨을 헐떡이는 2분대장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가 눈을 그쪽으로 향했음에도 머릿속에 그의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마치 의도적으로 검열한 영상처럼 상처 부위와 얼굴이 검게 지워진 것 같은 모습으로만 보였다. 그 이상한 체험 때문에 유진은 의무실로 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한 곳만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일지도 모를 그 모습을. 자신이 만들어 버린 참상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도 비겁하게 느껴져서. 눈물을 흘리면서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