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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고수 불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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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발달하지 않아서 정보의 교환이 느리고, 지역적으로 폐쇄되어 있어서 소통이 어려웠던 과거 혹은 그에 준하는 판타지나 무협 소설 등에서 은둔고수가 존재하는 것은 딱히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창작물 속의 은둔고수를 현실에서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특히 메이저급 격투기나 무술보다는 전통적이고 마이너한 무술을 익힌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는 은둔고수에 대한 신비감이 전통무술에 대한 신비감과 그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 많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은둔 고수'들은 양지로 나와서 메이저급 격투가들과 겨뤄보라 하면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그나마 다행인 정도고, 정말 본인이 고수라고 착각해 당당히 나와 싸웠다가 망신만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술이라는 것은 다양한 체계와 더불어 그것을 습득한 이들간의 교류를 통해 발전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즉, 산속이나 방구석 등에 틀어박혀 은둔고수니 뭐니 하며 타 무술가와의 교류를 피하는 무술가보다는 다양한 무술가와 온갖 대련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무술가가 훨씬 더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법칙은 무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모두 통용되는 것이다. 바둑, 학문, 게임 등등 모든 분야에서 그것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최고수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동료들과 온갖 연습을 한다. 이것도 모자라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객관적인 실력을 점검하거나 타 단체의 고수들과 교류하면서 기량을 쌓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단련된 프로들의 실력은 아마추어들과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교류 없이 혼자 연습해서 프로를 쌈싸먹는 은둔고수 따위는 그저 환상종일 뿐이다. 

 

제대로된 스승 밑(커리큘럼)에서 수련을 하지 않고 독학만을 하면서,

신비주의에 심취하면 대부분 저런 상황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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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익명_042976

계룡산에 자칭 도사들이 득실거리던 옛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계룡산에서 내려왔다는 도사 한 사람이 대전시에 있는 한국기원을 찾아왔다. 도사는 머리에 상투를 틀고 큰 갓을 썼으며 무명 두루마기에 버선을 신은 유별난 차림새였다. 자칭 계룡산 도사는 기원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원장부터 찾았다. 한국기원 대전 지원의 원장을 맡고 있던 프로기사 김태현 3단이 나가 맞으니 도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내 속성(俗姓)은 강(康)씨이고, 계룡산에서 20년간 수도했소. 여가 중 틈틈이 바둑을 익혀 그 이치를 터득했는데, 마침 대전에 나온 김에 세상 사람들에게 몇 수 지도해 주고 싶소. 이곳에서 제일 잘 두는 사람을 소개해 주시오.”

김태현 3단은 웃음이 나왔으나 꾹 참고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계룡산에도 바둑을 두는 사람이 많습니까?”

“많지는 않지만 고수 몇 분이 계시지요.”

“거기서 제일 잘 두는 분은 누구십니까?”

“신도안에 박(朴)도인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제일 잘 두지요. 아마 세계 최고수일 겁니다. 나는 스승인 그 분에게 두 점을 깔고 두는데, 이겼다 졌다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대전에서 제일 잘 두는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디 한 판 두어 보시지요.”

김태현 3단은 상대에게 몇 점을 깔라고 할까 잠시 망설였다. 프로기사는 구경하기도 귀한 시절이라 아마추어는 동네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고수라 해도 프로에게는 네댓 점 이상 깔아야만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계룡산 도사는 몇 점을 깔기는커녕 자리에 앉자마자 서슴없이 백돌 통을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바둑에서는 상수가 백돌을 쥐는 게 예의고 관례다. 가소롭고 황당한 일이지만 김태현 3단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도인인지라 일단 참기로 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기원 손님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기사인 원장이 흑을 잡고 바둑을 두다니, 굉장한 고수가 나타났구나!”

기원 손님들이 바둑을 두다말고 우르르 몰려와 구경을 했다.

막상 대국을 해보니 계룡산 도사의 실력은 터무니없었다. 정석도 포석도 모르는 9급 정도의 하수가 프로기사에게 백을 들고 덤볐으니 판이 될 리가 없었다. 몇 십 수 두기도 전에 계룡산 도사의 대마가 죽었으며, 바둑이 끝났을 쯤에는 바둑판 위에 살아있는 돌이 하나도 없었다. 낯이 벌개진 계룡산 도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이상한 일일세. 20년 수도한 내 바둑은 세상에 나오면 무적일 텐데, 어찌 이리 하나도 살지를 못했는고. 필시 상제신(上帝神)이 노하여 내 심안(心眼)을 가린 것이 분명하다.”

도사는 갓을 고쳐 쓰고 옷깃을 바로잡은 다음 눈을 감더니 중얼중얼 주문을 외었다. 얼마 뒤 눈을 뜬 도사는 이번에는 흑돌을 들고 다시 한 판 두기를 청했다. 그러나 주문을 왼 효험도 없이 이번에도 죽은 돌만 가득한 몰판으로 져버렸다. 결국 한 점 두 점 까는 접바둑으로 두기 시작해 아홉 점까지 내려갔어도 계룡산 도사는 김태현 3단을 이기지 못했다. 계룡산 도사는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자리를 떴다.

그러고 열흘 쯤 지난 뒤의 일이다. 이번에는 계룡산에서 제1의 바둑 고수라는 박도인이 찾아와 대국을 청했다. 제자를 대신해 스승이 리턴 매치에 나선 셈이었다.

“지난번에 내 제자인 강도인이 아홉 점을 놓고 뒀는데도 졌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일이오. 수십 년 동안 산 속에서 수도한 사람이 어찌 속인들에게 질 수 있단 말이오. 어디 한 판 두어봅시다.”

이번에는 김태현 3단이 단호하게 말했다. 바둑은 산에서 혼자 수도했다고 해서 잘 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한 뒤 7점을 깔게 했다. 박도인은 반신반의하며 7점 접바둑을 두었는데,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첫판을 무참하게 진 뒤 서너 판을 더 두었는데도 박도인의 일방적인 참패였다. 넋이 빠져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박도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어허, 어찌 이리 되었는고. 나는 이제까지 계룡산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세상 참 넓구나. 헛 세상을 살았어, 헛 살았어….”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계룡산 도사는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쭐거리는 사람이야말로 하수에 지나지 않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아는 자는 말이 없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라고 일깨운다. 고수는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하수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수는 교만함이 없고, 하수는 겁이 없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야말로 하수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 용사는 힘을 자랑하지 않고, 참 부자는 재산을 자랑하지 않으며, 진짜 지혜로운 자는 지혜를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수는 감추고 하수는 뽐낸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자(晏子)와 마부의 일화도 그런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57

정확히는 조남철 9단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김태현 4단의 일화입니다.

 

김태현 프로는 1910년생이라 저 은둔고수들은 높은 확률로 19세기에 태어난 사람들.

 

진지빨고 하면 평범한 사람이 일억년 혼자 수련해도 수준 대단치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웹소식 세계관에선 칼질만 열심히 해도 초월적인 깨달음을 얻어 모든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신선이 되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바키 유니버스도 그렇고 핍진성만 있음 보는데는 문제 없죠.

 

스타 컴까기 백년 해봐야 실력이 안 늘고, 당구 80따리들이 모여서 하루종일 당구장에서 짜장면 먹어도 안느는 이유이기도 하죠. ㅋㅋ

20:29
25.03.11.
1등 익명_301498
독학, 신비주의... 그거 딱 대택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27
25.03.10.
2등 익명_042976

계룡산에 자칭 도사들이 득실거리던 옛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계룡산에서 내려왔다는 도사 한 사람이 대전시에 있는 한국기원을 찾아왔다. 도사는 머리에 상투를 틀고 큰 갓을 썼으며 무명 두루마기에 버선을 신은 유별난 차림새였다. 자칭 계룡산 도사는 기원에 들어서자마자 다짜고짜 원장부터 찾았다. 한국기원 대전 지원의 원장을 맡고 있던 프로기사 김태현 3단이 나가 맞으니 도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내 속성(俗姓)은 강(康)씨이고, 계룡산에서 20년간 수도했소. 여가 중 틈틈이 바둑을 익혀 그 이치를 터득했는데, 마침 대전에 나온 김에 세상 사람들에게 몇 수 지도해 주고 싶소. 이곳에서 제일 잘 두는 사람을 소개해 주시오.”

김태현 3단은 웃음이 나왔으나 꾹 참고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계룡산에도 바둑을 두는 사람이 많습니까?”

“많지는 않지만 고수 몇 분이 계시지요.”

“거기서 제일 잘 두는 분은 누구십니까?”

“신도안에 박(朴)도인이라는 분이 계시는데 제일 잘 두지요. 아마 세계 최고수일 겁니다. 나는 스승인 그 분에게 두 점을 깔고 두는데, 이겼다 졌다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대전에서 제일 잘 두는 김태현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디 한 판 두어 보시지요.”

김태현 3단은 상대에게 몇 점을 깔라고 할까 잠시 망설였다. 프로기사는 구경하기도 귀한 시절이라 아마추어는 동네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고수라 해도 프로에게는 네댓 점 이상 깔아야만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계룡산 도사는 몇 점을 깔기는커녕 자리에 앉자마자 서슴없이 백돌 통을 자기 앞으로 가져갔다. 바둑에서는 상수가 백돌을 쥐는 게 예의고 관례다. 가소롭고 황당한 일이지만 김태현 3단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도인인지라 일단 참기로 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기원 손님들이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기사인 원장이 흑을 잡고 바둑을 두다니, 굉장한 고수가 나타났구나!”

기원 손님들이 바둑을 두다말고 우르르 몰려와 구경을 했다.

막상 대국을 해보니 계룡산 도사의 실력은 터무니없었다. 정석도 포석도 모르는 9급 정도의 하수가 프로기사에게 백을 들고 덤볐으니 판이 될 리가 없었다. 몇 십 수 두기도 전에 계룡산 도사의 대마가 죽었으며, 바둑이 끝났을 쯤에는 바둑판 위에 살아있는 돌이 하나도 없었다. 낯이 벌개진 계룡산 도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이상한 일일세. 20년 수도한 내 바둑은 세상에 나오면 무적일 텐데, 어찌 이리 하나도 살지를 못했는고. 필시 상제신(上帝神)이 노하여 내 심안(心眼)을 가린 것이 분명하다.”

도사는 갓을 고쳐 쓰고 옷깃을 바로잡은 다음 눈을 감더니 중얼중얼 주문을 외었다. 얼마 뒤 눈을 뜬 도사는 이번에는 흑돌을 들고 다시 한 판 두기를 청했다. 그러나 주문을 왼 효험도 없이 이번에도 죽은 돌만 가득한 몰판으로 져버렸다. 결국 한 점 두 점 까는 접바둑으로 두기 시작해 아홉 점까지 내려갔어도 계룡산 도사는 김태현 3단을 이기지 못했다. 계룡산 도사는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자리를 떴다.

그러고 열흘 쯤 지난 뒤의 일이다. 이번에는 계룡산에서 제1의 바둑 고수라는 박도인이 찾아와 대국을 청했다. 제자를 대신해 스승이 리턴 매치에 나선 셈이었다.

“지난번에 내 제자인 강도인이 아홉 점을 놓고 뒀는데도 졌다고 들었소.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 일이오. 수십 년 동안 산 속에서 수도한 사람이 어찌 속인들에게 질 수 있단 말이오. 어디 한 판 두어봅시다.”

이번에는 김태현 3단이 단호하게 말했다. 바둑은 산에서 혼자 수도했다고 해서 잘 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세히 설명한 뒤 7점을 깔게 했다. 박도인은 반신반의하며 7점 접바둑을 두었는데, 결과는 보나마나였다. 첫판을 무참하게 진 뒤 서너 판을 더 두었는데도 박도인의 일방적인 참패였다. 넋이 빠져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박도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어허, 어찌 이리 되었는고. 나는 이제까지 계룡산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세상 참 넓구나. 헛 세상을 살았어, 헛 살았어….”

씁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계룡산 도사는 그 뒤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쭐거리는 사람이야말로 하수에 지나지 않는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아는 자는 말이 없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知者不言 言者不知)”라고 일깨운다. 고수는 자신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하수는 자신이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수는 교만함이 없고, 하수는 겁이 없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야말로 하수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참 용사는 힘을 자랑하지 않고, 참 부자는 재산을 자랑하지 않으며, 진짜 지혜로운 자는 지혜를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고수는 감추고 하수는 뽐낸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자(晏子)와 마부의 일화도 그런 고수와 하수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257

정확히는 조남철 9단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김태현 4단의 일화입니다.

 

김태현 프로는 1910년생이라 저 은둔고수들은 높은 확률로 19세기에 태어난 사람들.

 

진지빨고 하면 평범한 사람이 일억년 혼자 수련해도 수준 대단치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웹소식 세계관에선 칼질만 열심히 해도 초월적인 깨달음을 얻어 모든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신선이 되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바키 유니버스도 그렇고 핍진성만 있음 보는데는 문제 없죠.

 

스타 컴까기 백년 해봐야 실력이 안 늘고, 당구 80따리들이 모여서 하루종일 당구장에서 짜장면 먹어도 안느는 이유이기도 하죠. ㅋㅋ

20:29
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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