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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 격투일 때 왜 장타를 쓰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유 +@

익명_80597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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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말해, 글러브를 꼈을 때와 끼지 않았을 때의 싸움 양상이 180도 바뀌기 때문이다.

 

글러브 스파링을 하다 보면 익히게 되는 요령 가운데 하나가 상대의 주먹을 머리로 받아내거나 흘리는 것이다. 이건 비단 글러브 스파링 뿐만이 아닌 맨손 격투에서도 똑같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며 주로 인파이팅을 위해 파고들 때 많이 쓰게 된다.

 

이 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법은 들어오는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러 상대의 진입을 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대응이 실은 글러브를 꼈을 때에나 할 수 있는 편법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들어오는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해선 충분한 수준의 충격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러브를 꼈을 때완 달리 맨주먹 상태에서 그만한 양의 충격을 상대의 머리에 꽂아넣기 위해선 두 가지 위험부담을 지게 된다.

  • 하나. 글러브를 벗었기에 그만큼 손의 면적이 작아져 머리라는 구형의 물체를 타격하는 과정에서 타점이 쉽게 어긋나 손이 미끄러지기 쉽고, 거기에서 따라오는 손목부상의 위험 또한 함께 증가하게 된다.
  • 둘. 글러브를 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위력으로 주먹을 날릴 경우 단단한 머리뼈에 역으로 내 주먹이 부상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두 문제점 때문에 글러브 내지는 테이핑을 하지 않은 전근대 격투기들은 주먹을 통한 안면 타격에 굉장히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주먹의 대체재로 고안된 것이 바로 장타였다.

 

안면 타격에 있어 장의 장점에 대해 나열하면

  • 하나. 인체구조상 안면타격에 있어 장타가 주먹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 부상의 위험이 낮아진다.
  • 둘. 손가락이 자유로워 눈과 같이 민감한 급소를 공략하거나 상대방의 머리채를 붙잡기에 연계성이 주먹보다 장타가 훨씬 높다.

정도가 있다. 여기에 그래플링과의 조합까지 생각하면 전근대 맨손무술들이 왜 굳이 장타를 썼는가에 대해서는 다들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저 장점들이 스포츠에 있어서의 장점이라곤 결코 말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글러브를 끼는 것을 전제로 한 현대 격투기에 있어 장타는 효율적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NO이지 않을까 한다.

 

주먹의 보호와 급소 공략이라는 장타의 장점이 현대 격투 체계에서는 무의미해진다. 글러브의 존재 자체가 손을 보호해 줄 뿐더러 선수의 안전이라는 대명제에 의해 급소 공략은 오히려 하면 안 되는 기술로 카테고리화 되어 버리며, 결정적으로 장타가 주먹에 대해 가지던 최악의 단점인 사거리 싸움에서의 불리함만 더욱 부각될 뿐이다.

 

그래플링과의 연계 또한 따지고 보면 주먹을 쥔 손을 풀면 될 뿐이기에 주먹이라고 해서 안 되리란 법도 없다. 애초에 무에타이에서도,  mma에서도 다들 잘만 그래플링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장타를 쓸 이유가 없다.

 

전통의 계승이라는 목적이라면 모를까.

 

물론 택견의 정체성은 전통무술이기에 난 위대태껸의, 옛법택견의 장타 사용 기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날 지 모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안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현대 격투기와 택견의 호완에 있어 택견만의 고유의 장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부정적이며, 오히려 요즘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아랫발질과 연계된 그래플링이 더 정답에 가까운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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