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옛법택견은
태견책에 나온 고용우, 이준서 선생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태견책에 나온 기술들을 일단 『택견(태껸, Taekkyeon)이 아닌 것』으로 확정지어 놓고, 종래의 결련택견협회에서의 커리큘럼에서 무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택견이 아닌 다른 격투기들에서 채우려고 하다가 결과적으로 이도저도 아니게 된 비운의 컨텐츠 같다.
형섭 사범의 영상에서도 지적된 거지만 일단 태견책이라고 하는 새로운 기술적 레퍼런스가 등장했다면 그걸 기반으로 삼아서 복원을 하던 연구를 하던 하는 게 맞았다.
설령 고용우, 이준서 선생이 껄끄럽다 하더라도 시연의 주체는 엄연한 송덕기 옹이셨으니, 윗대가 태견책을 레퍼런스로 삼던 말던 그건 부차적인 문제에 가까웠고,
송덕기 옹의 택견을 계승한다는 결련택견협회의 모토 이전에 무술로서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도 영 엉뚱한 다른 격투기에서 기술을 따 오는 것보다는 태견책에 나온 기술들을 기존의 결련택견협회의 기술적 문법에 맞게 재해석하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이며 후술할 부작용들도 나오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결련택견협회는 윗대태껸협회를 의식해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윗대를 부정하기 위해 한풀이니, 송덕기 옹께서 치매셨느니 하면서 태견책 자체를 『오염된 것』으로 치부해 버렸으며, 그 탓에 종래의 결련택견협회의 커리큘럼에 있어 분명하게 완성도가 부족하였던 부분인 택견의 타격과 그래플링을 잇는 가교인 활갯짓을 비롯한 손기술 전반을 태견책의 기술들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재구성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인 옛법택견은 필연적으로 태생적 한계를 가진 컨텐츠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택견을 현대 격투기화하기 위해선 손을 이용한 타격과 그래플링을 연구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그러한 기법들이 담긴 태견책을 일단 자료에서 제외하고 나니 참고를 할 만한 자료 자체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당시 결련에서 택견의 옛법이라며 공개된 도기현 회장님의 시연 영상을 보면 누구라도 바로 느끼겠지만 차라리 참고를 안 하니만 못한 수준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어떻게든 이걸 현대 격투기답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황인무 선생이 해야 했을 고민과 고생이 감히 짐작조차 가지 않는데,
어쨌듯 결과적으로 결련택견협회의 커리큘럼에서 부족한 무술적 컨텐츠들을 보충하기 위해 황인무 선생은 복싱, 무에타이, 절권도(영춘권) 등의 제 3의 무술들로부터 기술들을 따올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어찌저찌 옛법택견이 완성이 되기는 하였지만 일단 손기술 전반을 타류 격투기로부터 가져왔다 보니 대중에게 어쨌든 이 또한 『택견』임을 어필하기 위해 결련택견협회의 상징인 도끼질을 옛법택견의 시그니쳐 동작으로 미는 등.
뭔가 일반적으로 무술들이 스스로을 대중에게 홍보할 때 나오는 정석 문법이라 할 수 있는 특유의 기술 흐름, 그리고 어떤 디테일과 매커니즘으로 이러한 기술이 들어가는지 등을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동작』에 기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건 결국 대중에게
"지금까지의 택견과는 다른 강한 택견. 옛법택견."
을 홍보해야 하지만 정작 종래의 택견(경기)과 차별화 되는 가장 직관적인 요소인 손기술 전반을 타류 격투기에서 가져왔다는 모순 때문에 벌어진 궁여지책이 아니었나 한다.
실제로 황인무 선생의 영상을 보면 본래의 결련택견협회의 커리큘럼 하에 있는 택견의 아랫발질이나 윗발질 등의 기술들을 설명할 땐 바로바로 디테일적 요소가 튀어나오지만 옛법택견의 손기술들과 관련된 설명으로 넘어가면 디테일적 설명이 나오지 못하는 편인데 그 원인 또한 상술한 것과 같이 옛법택견의 손기술 전반이 택견이 아닌 타류 무술에서 가져온 기예이기 때문에 벌어진 모순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요 근래 저장소를 다시 뜨겁게 달군 가마니 2장의 과학과 정면무술 택견론과 같이 2008년대 이후에 새롭게 재정립된 도기현 회장 특유의 택견 철학은 결련택견협회의 택견을 격투기적 보편성보다는 좁은 경기장과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경기 규칙이라는 특수성에 최적화시켰으며, 그 결과 옛법택견이 뛰놀아야 할 넓은 경기장과 손을 이용한 타격이 허용되는 규칙에서는 결련택견협회 스타일의 무게중심을 앞무릎에 쏟는 품밟기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되고 말았다.
그 탓에 오히려 옛법택견이 성숙할 수록 결련택견협회의 품밟기가 안 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옛법택견에서 결련식 품밟기가 잘 안 쓰이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건 오히려 황인무 선생의 옛법택견이 격투기적 보편성 만큼은 확실하게 추구해 가고 있는 증거이므로 무작정 비판받아야 할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황인무 선생이 목표로 했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택견의 현대 격투기화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쟁단체인 윗대에서 나오는 말들을 보면 그들 또한 자신들의 원형 기술을 현대 격투기에 맞게 글러브를 낀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나름의 수정을 거친다는 모양이니 말이다.
그러나 상술한 것처럼 태견책이라는 방대한 기술적 레퍼런스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오염된 자료, 없는 자료 취급하면서 결련택견협회의 택견에 부재한 손기술들을 아예 타류 격투기에서 가져온 것은 중대한 방법론적 오류였지 않나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결련택견협회의 정치적 입장상 윗대를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송덕기 옹께서 직접 시연하신 태견책만큼은 중립적인 자료로 보고 그것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이 결련 특유의 실전 격투기로서의 택견을 복원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싶은데,
굳이 윗대를 부정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서 태견책을 활용한 건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행동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 때문이다.
황인무 선생이 이 글을 읽게 될지, 아니면 결련택견협회의 다른 지도자급 선생님들께서 이 글을 읽게 될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이제와 윗대태껸협회를 없는 단체 취급하는 것도. 그리고 윗대가 택견이 아니라 주장하는 것도, 하면 할 수록 웃음벨 취급만 받고 말 현 시점에서.
태견책을 굳이 신뢰할 수 없는 책, 한풀로 오염된 책 취급을 유지하는 게 과연 맞을지에 대해 진지한 내부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너무 멀리 왔기에 이제와서? 라고 생각한다면. 뭐.... 그저 안타까운 거지만 말이다.
댓글 7
댓글 쓰기그렇지 않고 일단 다른 현대 격투기에서 손을 이용한 공격기들을 참고해 버렸기 때문에 본문에 적은 것처럼 특정 시그니쳐 동작(도끼질)을 이상할 정도로 부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함...
특히 그래플링 기술들 관련해서는 시합에서도 쓸 수 있게 연구하고 다듬기까지 진짜 얼마 안 걸릴 듯한데
힘을 쓰는 원리가 아예 바껴버린 셈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