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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이 아니라 비축구인을 만족시켜야 돼요.”: 이정효의 규칙 부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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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감독은 유럽 축구의 최신 트렌드와, 그것을 자신의 팀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공부하는 지도자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K리그에 없던 ‘선진 축구’를 경기장에서 보여주었다. 광주 FC와 함께한 3시즌간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 승격, 리그 최하위 수준의 연봉으로 K리그1 3위 기록,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수많은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키워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만으로는 그를 ‘고일대로 고인 한국 축구판의 도전자‘로 묘사하기에 부족하다. 이정효 감독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가 축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꿈, 계획. 그러니까 ‘세계관’이다. 이번에 <뽈리K>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본다.

 

결국은 축구인을 만족을 시켜서는 축구 산업이 발달할 수 없어요.

결국 비축구인을 만족시켜야 돼요.

 

기자: 박원교 코치가 비축구인이라는 것 자체가 시야를 바꾸는 데 도움을 좀 줬다는 말씀이세요.


이정효: 축구를 해봤던 사람이 축구를 더 잘 본다 생각했어요. 진짜 저도 그랬어요. 2020년도에도 그랬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사람은 절대 혼자 살 수 없어요. 그전에도 축구에 대해서 막 열정이 많고 근데 약간 뭔가 좀 지루하고 좀 뭔가 막힌 느낌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의 뭐가 나한테 안 나오나. (박원교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아! 축구를 보는 시각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새로 알게 된 거죠.) 

 

축구장에 오는 분들이 축구인이 많아요 비축구인이 많아요?

 

기자. 비축구인이 훨씬 많죠. 99% 그렇죠.

 

이정효. 결국은 축구인을 만족을 시켜서는 축구 산업이 발달할 수가 없어요. 결국 비축구인을 만족시켜야 돼요. 그럼 비축구인이 저런 시각으로 축구를 본단 말이죠. 그럼 비축구인을 경기장으로 데리고 와야 돼요. 결국은 그러면 저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돼요. 저 사람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해야 되고 그리고 저 사람들을 뛰어넘어야 돼요. 내가 이때까지 내 기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축구인을 내가 이기려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결국은 비축구인을 넘어서야 되는 거에요. 그 사람들 맨날 프리미어리그를 보고 우리보다 더 높은 축구 수준의 경기를 맨날 보고 그다음에 저희들보다 선수 이름을 더 잘 알잖아요. 뭔가를 했는데 “어떤 선수가 누구보다도 약해 약해.” (비축구인이 한국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해외 선수와 비교하는 이야기) 그러면 야 이거는. 정말 그렇게 확 생각 개념 자체를 바꾸게 됐어요. “비축구인이지만 축구에 더 전문가인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되는구나.” 그러다 보니까 이제 보통 업무가 많아진 게 아니죠.

 

1. 축구인과 비축구인


박원교 코치를 ‘비축구인’으로 규정한 맥락으로 볼 때, 이정효 감독은 엘리트 선수 경력이 있는 사람을 축구인,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축구인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이정효 감독은 ‘비축구인’인 박원교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축구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새로운 관점을 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비축구인의 눈은 축구인의 그것과 어떻게 달랐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내축구’와 ‘유럽축구’다. 이정효 감독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비축구인 대부분은 유럽축구를 본다. 세계 최고 레벨의 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수많은 현지의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놓은 경기 분석을 읽고 토론한다. 이들에게 축구의 기본값은 프리미어리그고 챔피언스리그다. 이들이 축구라는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유럽축구’에 기반한다.


반면 축구인들에게 축구는 ‘국내축구’다. 그들이 유년 시절부터 준비하고, 프로 생활을 하고, 지도자로 활동한 세계는 한국 학원축구고 K리그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학습해온 ‘국내축구’의 렌즈로 축구라는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한다.


데브라이너의 공간패스, 뮐러가 공간을 찾아 뛰어들어가는 움직임, 비니시우스의 퍼스트 터치와 드리블, 아놀드의 킥, 홀란드의 마무리. 그리고 과르디올라, 클롭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지도자들이 구상한 게임 모델의 격돌. 비축구인이 유럽 축구를 통해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들과, 축구인이 한국 축구판에서 선수와 지도자로서 경험하는 것들에는 아득한 차이가 있다. K리그 MVP가 간다고 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유럽이고, 이미 유럽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던 거스 포옛 감독이 부임해 단 ‘1년만에’ 압도적인 우승울 거둘 수 있는 곳이 K리그니까.


‘선출’ 유튜버 말년 호빙요가 한 영상에서 포든이 ‘기본빵’이 없다고 말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를 국내 축구인의 눈으로 유럽 축구를 해석했을 때 발생하는 모순을 드러내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말년 호빙요가 코치에게 매를 맞아가며 배운 볼을 터치하는 방식, 패스하는 방식은 포든의 그것과 너무나도 달랐을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렌즈로는 포든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 차이는 ‘선출’과 ‘비선출’이다. 축구인은 “밥만 먹고 축구만 하는 사람들”이다. 비축구인이 유럽 축구에 대한 식견이 있다고 해서 ‘축구’에 대해 축구인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비축구인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관련해 작년 11월 A매치 기간, 문도그가 ‘비선출’ 유튜버들을 향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유튜버 ‘문도그’, 문홍 씨는 한국과 영국과 스웨덴에서 아마추어 선수 생활을 했고, 지금은 필리핀의 마할리카 타기그FC에서 감독을 맡고 있는 축구인이다. 볼리비아와 가나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둔 홍명보호를 향해, 수많은 축구 유튜버들과 해설가들 – 비축구인 – 은 비난을 퍼부었다. “공수간격이 너무 넓고”, “중원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문도그는 이렇게 말했다. “맨시티, 아스날도 지공을 하다 역습을 당하면 공수간격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조기축구서라도 직접 뛰어보거나 코칭해봤다면 이렇게 쉽게 이야기 못한다.”


맞는 말이다. 비축구인 유튜버와 해설가들은 경기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고, 때로는 ‘공수간격, 중원숫자, 세부전술’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대단히 나이브하게 활용한다. 필자 역시 ‘방구석 축덕’ 출신이어서 잘 안다. 동네 조기축구에서 경기를 직접 뛰어보거나 대학교 동아리에서 부원들을 코칭해보지 않았다면, 엘리트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영역이 존재한다.

 

2. 한국 축구판의 규칙 따르기 


한마디로 축구인은 ‘국내축구로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 출신’이고, 비축구인은 ‘유럽축구로 축구를 이해하는 비선수 출신’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축구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전부 비슷비슷한 K리그1 팀들의 게임 모델, ‘MIK’와 벤투 이후 두 번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축구 협회의 행정력, 정몽규로 대표되는 리더십, … 우리가 ‘한국 축구의 병폐’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한국 축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이토록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U-23 아시안컵의 진행 과정을 보면, 이제는 정체를 넘어 퇴행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제 질문을 던진다. “한국 축구는 왜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는가?”

 

답을 하기 위해 사회학을 경유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에서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따르도록 강제되고, 따를 수 있으며, 위반한 경우에는 알게 되지만, 그 전체를 다 쓰고 셀 수는 없는 그런 규칙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 구조’라고 부른다. 사회는 규칙 따르기다.

 

예를 들어, 토마스 쿤은 ‘과학자 사회’의 규칙 따르기를 ‘패러다임’(paradigm) 이라 칭하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머리에 있는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풀며, 어떤 답이 옳은 답인가에 대한 기준을, 실제로 실험과 학습, 연습을 통해 몸에 ‘체화’ (embody) 한 것이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은 말로 다 옮기고 정의할 수는 없으나, ‘할 수는 있는’, 과학자 집단의 ‘실천의 논리’ (logic of practice) 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아니, 나가지 못한다. 축구인들은 자신이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생존하기 위해 ‘한국 축구판의 규칙’을 철저히 지켜야 했다. 선배나 지도자가 때리면 맞아야 했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러닝을 해야 했으며, 당장의 성적을 내기 위해 골을 넣는 축구가 아닌 골을 먹히지 않는 축구를 준비하고 구현해야 했다. 그것이 성적을 잘 내는 방법, 축구를 잘 하는 법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한국 축구판에서는 ‘한국 축구판의 규칙’을 보다 잘 지키는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 수많은 축구인이 ‘자신이 옳은 것이라고 배운’ 바로 그 실천을 통해 지금 이 순간도 한국 축구의 구태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3. 이정효의 규칙 부수기

 

다시 이정효 감독의 인터뷰로 돌아가자.


축구에 대해서 막 열정이 많고 근데 약간 뭔가 좀 지루하고 좀 뭔가 막힌 느낌이었어요. 이제 더 이상의 뭐가 나한테 안 나오나. .. (박원교 코치와의 대화를 통해) 아! 축구를 보는 시각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새로 알게 된 거죠.)


축구인을 만족을 시켜서는 축구 산업이 발달할 수가 없어요. 결국 비축구인을 만족시켜야 돼요. … 내가 이때까지 내 기본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축구인을 내가 이기려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결국은 비축구인을 넘어서야 되는 거에요.


한국 축구의 규칙은 ‘축구인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축구인들은 자신이 배웠던 대로, 해왔던 대로 실천한다. 축구인들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축구를 이해하고, 전술을 짜고, 경기를 준비하고, 구현한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축구 리그를 알고 있다. K리그다.

 

이정효는 이러한 규칙을 ‘부순다’. 축구인의 규칙에서 한계를 느끼고 비축구인과의 대화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국내축구로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 출신의 눈이 아니라, 유럽축구로 축구를 이해하는 비선수 출신의 눈으로 축구를 보기 원한다. 더 나아가 K리그 무대에서 최신 트렌드의 유럽 축구를 구현하여 ‘비축구인’을 만족시키기를 원한다. K리그에서도 이런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정효가 생각하는 ‘비축구인을 넘어서는 것’이다.

 

토마스 쿤은 기존의 정상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칙 사례가 누적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 ‘과학 혁명’이 등장한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축구는 90분의 경기를 통해 승패가 결정되는 종목이다. 과학에서의 변칙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정효가 제시하는 새로운 규칙은 그 특별함과 탁월함을 ‘성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또 축구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이기도 하다. 이정효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의 축구가 정말 비축구인을 만족시킨다면, 한국 축구라는 ‘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 권력을 등에 업을 수도 있다. 이정효 감독의 언행을 돌아보면, 이러한 사실을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

 

이정효 감독의 수원 삼성이 한국 축구의 모든 규칙을, 한국 축구를 모조리 부숴 버리기를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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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껸택견, 결련택견, 옛법택견, Taekkyeon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기사내용.

태껸택견, 결련택견, 옛법택견, Taekkyeon판이 발전할려면 비태껸택견, 결련택견, 옛법택견, Taekkyeon인도 만족시키는 뭔가가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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