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꾼으로서 검술을 맛보면서 느끼는 단상 몇 가지
긴 연휴에 하필 비가 더럽게 많이 오는지라 밖에 나가지도 못하다 보니 심심풀이 겸 생각을 정리 해 볼 겸 하여 쓰는 글이다.
검술은 사실상 응애 수준이고 택견도 막 사범급으로 운동한 수준은 아니라 "내가 맞고 너가 틀림 ㅇㅇ" 이렇게 말할 정도의 전문성은 없지만 택견이랑 검술 양쪽을 같이 하면서 갖게 된 감상 몇개만 대충 정리하는 느낌으로 적어 봤다.
[하나. 의외로 품밟기와 검술의 스탭은 거의 같다.]
검을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 사이의 간격이 택견을 할 때보다 좀 더 넓어지고, 무게 중심이 아래로 깔리는 걸 제외하면 둘 사이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https://youtu.be/Ndh5YQG_6S8
특히 검술 공방에서 사면밟기와 뒷품밟기가 정말 자연스럽게 쓰이고 품밟기 특유의 포지션 체인지를 이용해 기습적으로 튀어 나가면서 베는 것도 생각보다 잘 먹힌다.
갈지자 밟기와 반보잦은걸음은 그냥 모든 상황에서 다 쓰이는 기초 중의 기초라서 설명을 더 붙이는 게 섹시하지 않을 수준.
[둘. 코등이 싸움 상황에서 활갯짓을 통해 익힌 감각이 도움이 많이 된다.]
활갯짓을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능력 중 하나가 내 팔 너머로 상대가 가하는 힘의 방향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의외로 팔과 팔이 맞닿았을 때 느껴지는 감각이 칼과 칼이 맞닿아 서로를 향해 압박을 가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상당 부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떤 의미에선 후자가 더 직관적인 편인데, 팔을 빼버려도 대처가 되거나 손해가 덜한 편인 맨손에 비해(즉 변수가 많다) 칼 대 칼의 경우 이미 코등이 싸움 레벨까지 둘이 밀착한 상황에선 칼을 먼저 빼는 쪽이 내 중심선을 찍어누르는 상대의 칼을 맞고 죽기 때문이다.
물론 검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순수 맨손을 쓰는 요령으로 코등이 싸움이나 소드 레슬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일단 어디서 많이 느낀 감각이라는 것만으로도 입문자의 입장에선 큰 가산점이었다.
[셋. 택견의 특기인 아랫발질을 쓸 상황이 생각보다 꽤 있다.]
택견에서 자주 연습하고, 태질 싸움에서 많이 활용되는 게 안짱다리와 같은 아랫발질로, 거기에 활갯짓까지 활용하면 상대의 포지션을 돌려놓고 아랫발질로 상대를 쓸어버리는 용법들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그런데 경험 결과 의외로 검술에서도 아랫발질의 사용이 나올 법한 상황이 종종 나오는데 바로 코등이 싸움과 소드 레슬링이 그것이다.
https://youtu.be/4Z14FuqNVBk
위 영상과 같이 내 검과 맞닿아 있는 상대의 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변칙적으로 아랫발질이 들어가는 것인데, 숙련도 문제로 많이 활용은 하지 못했으나 무리해서 쓰지만 않는다면 의외로 코등이 싸움 중에서도 큰 부담은 없는 기술이라는 인상이었다.
물론 기초적인 검술 실력에서 밀리면 그런 거 없이 윽엑이라는 건 알아두자...
[넷. 마주대기와 조선의 검술 수련법 대타(對打)의 지향 방향의 유사성]
택견의 전통적 기술 수련은 일반적으로 2인 1조로 이루어지며 이걸 마주대기라고 말한다.
기초적인 마주대기는 상호간에 같은 기술을 계속해서 반복하면서 숙련도를 쌓는 방법이지만 수련자 양 측의 수준이 올라가고 상호간에 신뢰가 쌓이면 기술의 가지수를 풀되 상호간의 안전을 위해 라이트 스파링에 가까운 약식대련 식의 마주대기를 하거나 중간에 끊거나 공격을 들어갈 때 "잌!!!" 하고 기합을 질러주면서 상대에게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도 진행이 된다.
이러한 식의 수련법은 검술에서도 유사하게 존재하며 바로 제목에서 언급한 대타이다.
https://youtu.be/zrDRtiMth38
대타란 조선군의 제식 검술 훈련법이자 동양 3국은 물론 인도, 유럽에서도 사용한 보편적 검술 수련법 중 하나였던 방법으로 무기끼리만 부딪히고 몸 앞에서는 멈추며, 승부보다는 자세가 완벽하게 나왔느냐, 기술을 제대로 썼느냐의 여부로 잘 했고 못했고를 판단하는 수련법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대타를 경험할 수록 마주대기와 대타가 강조하는 지점이 거의 동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기술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과 상호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어 최대한 실전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든다는 점이 바로 그것었다.
[결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맨손과 무기를 손에 들고 휘두르는 방법론이 완벽하게 동일할 수는 없으므로 검술을 잘 하고 싶으면 검술을 따로 배워야 하고, 택견을 잘 하고 싶으면 택견을 해야 하는 게 맞다.
다만 택견의 손질 중에서는 아래 링크의 예시와 같이 "이건 아예 검술인데요?" 하는 수준으로 상호간의 개념적 동질성을 가진 기술이 있고


출처 : https://yugakkwon.com/taekkyeon/369298
2번에서 언급한 활갯짓의 소드 레슬링/코등이 싸움에서의 응용과 같이, 활갯짓 수련을 통해 무기와 무기가 부딪힌 상황에서 상대의 의도(힘의 방향)를 읽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수벽타(手癖打)]
九屬有手術古自劍技而來對坐相打兩手去來如有一手失法則便打倒名之曰수벽치기.
옛 풍속에 수술(手術)이 있는데 예전에 칼 쓰는 기술에서 온 것이다. 마주 앉아서 서로 치는 것인데 두 손이 왔다 갔다 할 때에 만일 한 손이라도 법에 어기면 곧 타도(打倒)를 당한다. 이것을 수벽치기라고 한다.
劍術先從手術妙(검술(劍術)은 먼저 손재주의 묘한 것으로부터 온다.)
戚將軍己敎兵才(척장군(戚繼光을 지칭)이 이미 군사에게 기예를 가르쳤다.)
三節胊如差一節(세 절구(節句)에 만일 한 절구만 어긋나면)
拳鋒一瞥落頭來(눈 깜짝할 사이에 주먹이 머리에 떨어진다.)
해동죽지에 언급된 위의 수벽치기의 구절과 같이 본래부터 검을 쓰는 요령에서 택견의 손질이 발달되었거나, 혹은 과거 택견의 주된 향유층들(군사, 무관)의 영향을 받아 검을 쓰는 요령이 택견의 손질에 포함되었거나, 아니면 둘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병사와 무관들의 도수격투법 겸 검술의 보조 수련법으로 택견이 발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본인이 택견을 하고 있다면 한 번 검술을 찍먹해 보는 건 어떨까? 굳이 검술 자체에 입문을 하지는 않더라도 나름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끝.
댓글 10
댓글 쓰기중국권법에서도 왕왕 보이는 케이스인데 의외로 전근대에 발달한 격투기 중에선 맨손 기술의 사용법을 창이나 칼 같은 냉병기에서 가져오거나 둘을 같은 요령으로 쓰게 발전시킨 경우가 좀 됨.
무기술과 격투기를 따로 익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건 전근대인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하나를 쓰는 요령으로 둘 모두를 대응하려고 한 셈인데 어쩌면 택견도 그런 발상 하에서 발달한 무술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네
글쓴인데 일단 검술 공방 중 상대가 막기 어려운 지점(사면)으로 타고 들어가면서 베거나 상단으로 내리쳐지는 칼을 비스듬하게 흘리면서 이동할 때 품밟기들 중 사면밟기랑 뒷품밟기가 자연스럽게 나옴.
갈지자 밟기는 상대를 내 중심 안에 놓고 칼을 쳐야 위력이 나오니까 호흡처럼 쓰는 거에 가깝고 반보잦은걸음은 상대랑 거리 재면서 자잘하게 거리 좁히거나 약간씩 빠지거나 할 때 썼음.
품밟기를 쓰는 요령대로 포지션 스위칭하는 건 본문 내용 그대로임.
그리고 내가 검도를 직접적으로 배운 건 아니라 발구름 관련은 잘 모르겠는데 순간적으로 땅을 박차고 힘을 팍 내면서 들어가는 거라면 굼슬르기를 응용하는 느낌으로 쓰고 있는 중.
팔뚝을 검처럼 쓰는 기법이 많은 것도 있고, 글쓴이 말대로 보폭이 넓은 걸 지적받긴 했는데 스탠스나 스텝이 검술 하던 느낌을 떠올리고 하면 잘 나오는 경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해
냉병기가 사용되던 시대에 발전한 무술들은 대부분 무기술과 함께 발달하는 경우가 많았으니 딱히 이상한 경우는 아니긴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