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의 무기술에 대해 송덕기 옹의 증언이 엇갈린 건
아무래도 송덕기 옹께서 택견은 기본적으로 맨손 무술/겨루기라는 인식을 가지셨기 때문인 것 같음.
최근 공개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택견의 전통적 향유층(군인, 한량, 왈패)가운데 직업적이나 신분적으로 무기를 다루거나 소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택견의 기술 자체는 맨손일 때나 손에 무기를 들었을 때나 둘 다 비슷한 요령으로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발달한 건 분명한 사실로 보이지만,
https://youtu.be/CMsNsjGUq2c
그것을 겨루는 시합 내지는 결투. 다시말해 택견 경기는 명백하게 맨손 격투의 영역이었고 실제 그 당시의 택견꾼들 또한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임.
이렇게 해석하면 택견과 무기술의 관계에 대한 송덕기 옹의 상충된 증언과 구한말 당시 택견과 연관된 기록 사이의 모순들이 상당부분 해결됨.
1. 택견에 무기술은 없냐는 고용우 선생의 질문에 송덕기 옹께선 당신께서 다른 건 몰라도 몽둥이(육모)는 잘 다루신다며 고용우 선생에게 육모술을 시연하심.
2. (송덕기 옹께서 말씀하시길) 택견꾼은 육모방망이도 손에 못 들게 했다는 한풀 측의 기록.
3. 편쌈은 본래 택견과 몽둥이를 함께 쓰는 무예연습이었다는 구한말 시기 채록된 증언의 존재.
4. 성안 편쌈꾼들의 장기가 육모와 발차기였다는 구한말 편쌈에 대한 기록.
요컨대 타격과 그래플링 전부를 쓸 줄 아는 mma 파이터라 하더라도 레슬링 경기에 나가면 타격을 쓰지 말아야 하고, 킥복싱 경기에 나가면 그래플링을 쓰면 안 되는 것처럼,
순수한 맨손 결투, 시합으로서의 택견 경기와 거기에 출전하는 택견꾼은 설령 무기를 다룰 줄 안다 하더라도 당연히 맨손으로만 싸워야 하는 게 사회적 약속이었기 때문에 저런 증언(2번)을 하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오히려 "택견꾼이면 손에 육모방망이도 못 들게 했다." <- 이걸 곧이곧대로 모든 상황에 적용시키려고 하면 구한말의 편쌈을 묘사한 기록에 봉전(몽둥이질 싸움)을 전담하는 문안 편쌈꾼들의 장기로 발차기와 육모방망이가 함께 서술된 점부터 부정해야 하는 데다,
애초에 고용우 선생이 던진 "택견에 무기술은 없나요?" 에 대한 송덕기 옹의 답변이 "내가 딴 건 몰라도 몽둥이는 좀 다루지." 였다는 것마저 부정해야 하는 모순이 생김.
그렇기에 구한말을 기준으로 잡아도 최소한 육모 정도는 편쌈에 나간 경험이 있거나, 혹은 그런 경력이 있는 인물을 스승으로 둔 택견꾼들이라면 소위 교양 차원으로라도 다들 다룰 줄 알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당대의 택견꾼들부터가 육모와 같은 무기술과 택견을 어느 정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택견은 맨손무술/겨루기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송덕기 옹의 경우와 같이 서로 상반된 증언이 남게 되었다고 생각함.
정리하자면 택견 하는 사람들이면 다들 육모 정도는 다룰 줄 알지만, 그렇다고 육모술=택견이냐 는 질문에 대해서는 택견꾼들조차 "글쎄, 그렇다고 봐야 하나? 잘 모르겠는데." 같은 느낌이었을 거라는 게 내 의견임 ㅇㅇ.
댓글 3
댓글 쓰기일단 택견의 손기술이 무기를 들었을 때도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게 나름 증명이 되고 있는 상황인 듯 하니 아무래도 좋은 문제인 게 아닐까?
현재를 기준으로도 잘 작동이 된다면 구한말 이전 시대에도 택견 하면서 익힌 요령으로 무기를 쓰는 사람들은 잘 썼겠지. 애초에 택견이 엄격한 내규가 있는 단일 문파 같은 조직도 아니었는데 뭐가 있니 없니 하고 따지는 것도 웃긴 일임.






그럴 수도 있는데 시대상을 살펴보면 애초에 공개된 장소에서 택견꾼이 육모를 들 수 없는 환경이기도 했음.
석전이 1912년 3월 25일 조선총독부에 의해 금지되는데, 송덕기 옹이 나이 16세에 임호 선생에게 입문한 시기가 1909년이고, 10대 후반부터 택견판에 나가 겨루기를 했다고 하니 아무리 빠르게 잡아도 송덕기 옹께서 택견 경기를 뛰기 시작한 시기는 1911~1912년 이후부터임.
이말인즉 이미 송덕기 옹께서 택견판에 활약한 시기는 일제에 의해 석전이 금지되어 석전을 하려는 시도만 해도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달려온 순사들에게 끌려가는 시대였다는 말임.
택견꾼이 공개 장소에서 육모방망이를 든다 = 석전 밑준비라는 얘긴데 당연히 주위에서 못 들게 막지. 끌려가면 반병신 되서 나오는데 ㅡㅡ...
이걸 감안하면 택견의 문화가 본래 택견꾼은 육모방망이를 못 들게 한 게 아니라 당시 시대상으로 택견판에서 택견꾼이 육모방망이를 들고 있으면 ㅈ되는 상황이라 못 들게 된 거에 더 가까울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