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소설 써보고 싶다고 올린 사람임
뭐라도 한 번 써보는게 좋을거 같아서 간단하게 써봤는데, 어떤지 감평(?) 부탁함. 제목은 미정.
***
"선생님! 제가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떡 벌어진 어깨, 하늘을 찌를 듯 의기양양한 표정.
동네 동생이자, 같은 선생님으로 부터 태껸택견, 결련택견, 옛법택견, Taekkyeon을 동문수학한, 그리고 가끔은 웬수같은 놈인 강호 녀석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저 놈 또 시작이네.'
조금 전 벌어진 택견판에서 연전연승을 하고 오더니 신이 난 모양이었다.
나는 마루에 걸터앉아 속으로 툴툴대며 녀석을 쳐다봤다.
딱 보니 답이 나왔다. 한양의 쟁쟁한 또래들을 모조리 꺾고 나니, 이제 이 세상에 자기를 이길 놈은 없다는...
뭐 그런, 심히 애새끼적인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이 좁은 한양에만 머물러서는 우물 안 개구리일 뿐! 저, 이강호! 이제 팔도를 유람하며 전국의 고수들을 모두 꺾고, 이!강!호! 이름 석 자를 천하에 떨치겠습니다!!!"
크으, 원대한 포부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대장군감이라며 감탄했겠지만, 나는 그저 뒷목만 뻐근해져 올 뿐이다.
그때, 평상에 누워 꾸벅꾸벅 조는 듯하던 노선생께서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셨다. 왕년에 훈국의 호랑이 교관이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깡마른 노인네. 선생님은 곰방대를 툭툭 털며 나지막이 입을 여셨다.
"강호야."
"예, 스승님!"
"네놈 품밟기가 왜 그 모양이냐?"
"......예?"
분위기가 싸해졌다. 의기양양하던 강호의 얼굴이 벌게졌다.
"방금 네놈이 저들을 이기기는 했다만, 네놈 움직임엔 상대를 이기겠다는 살기만 가득할 뿐, 그 어떠한 기술도 볼 수 없었다. 중심부터 들떠 있으니, 진짜 고수를 만나면 발 한 번 떼지 못하고 고꾸라질 게야."
"하, 하지만 스승님! 결과적으로 제가 이겼지 않습니까!"
강호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스승님은 옅은 한숨과 함께 연기를 후, 내뿜으셨다.
"그런건 태껸택견, 결련택견, 옛법택견, Taekkyeon이 아니야. 그저 동네 무뢰배들이나 하는 막싸움이지. 쓰잘데기 없는 허상에 취해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놈은 언젠가 자멸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미 바람이 단단히 들어찬 강호의 귀에 스승님의 말씀이 들릴 리 없었다.
"저는 다릅니다!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녀석은 기어이 큰절을 한 번 올리고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야말로 바람 같은 놈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거 봐라, 저럴 줄 알았다니까. 이제 저놈 뒤치다꺼리는 대체 누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스승님의 고개가 나를 향해 천천히 돌아왔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등골에 서늘한 기운이 싹 스쳤다.
"결아."
"......예."
"저놈 잡아오거라."
"......"
"네가 가야 한다."
"제가요...?"
"그럼 다 늙은 내가 가리?"
스승님은 곰방대를 다시 입에 무셨다.
"힘으로 끌고 오라는 게 아니다. 저놈이 쫓는 것이 얼마나 헛된 바람인지, 더 큰 세상에 나가 스스로를 망치기 전에, 네가 가서 말로 깨우쳐 주거라."
'말? 말로? 저 고집불통을?'
나는 차마 뱉지 못한 말을 삼키며, 저 멀리 사라지는 강호의 뒤꽁무니와 내 앞의 스승님을 번갈아 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놈이 말로해서 들으려나...?'
나는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패지 말라는 말은 안하셨으니까...'
일단 몇 대 때리고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