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무릎이 닿는 기술을 쓰면 택견이 아니다, 땅에 손이 닿으면 택견이 아니다 같은 말들은
택견을 무술이 아니라 경기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들임.
경기는 당연히 그럴 수 있음. 복싱 한다는 사람이 링 위에 올라가더니 갑자기 경기 중에 니킥이나 발차기를 하면 저건 복싱이 아니라는 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지.
그런데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택견은 경기가 아님.
송덕기 옹께 택견을 배운 1세대 제자분들(고용우, 이준서, 도기현)의 증언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건 저 분들은 송덕기 옹께 택견의 '기술들'을 배웠지 경기로서의 택견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었음. 그나마 택견 경기에 가장 관심이 많았다는 도기현 회장님조차도 '욱해서 차지 마라' 정도의 말씀 정도나 들었지 택견 경기의 상세한 규칙 같은 건 듣지 못하셨을 정도임.
만약 택견의 경기 규칙에 대해 송덕기 옹께서 제자분들에게 세세히 알려주셨다면 박철희 사범님이 말씀하신 이 규칙이 2010년대에 들어 뒤늦게 재발굴 될 일도 없었겠지?
출처 : https://mookas.com/news/9774
다시 말해 우리들이 생각하는 택견다운 기술이다, 택견다운 기술이 아니다를 가르는 무릎을 꿇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기술을 쓰는 중에 손이 땅에 닿으면 안 된다. 이 두 개의 선은 택견의 본질은 놀이(경기)라고 주장하는 모 단체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에 가까움.
택견이 무술이라고 생각하면 상황에 따라서 무릎을 꿇을 수도 있고, 바닥에 손을 댈 수도 있는 건데 거기에 현대 스포츠를 대입해 버리니까 그냥 본래부터 있었고, 할 수 있는 기술들임에도 택견답지 않다, 저건 택견이 아니다 이런 쌉소리가 나온다는 것.
실제로 송덕기 옹께서 보이신 시연들 가운데
기술을 쓰기 위해 이렇게 무릎을 꿇을 수도 있고
순간적인 균형 제어를 위해 스치듯 땅에 손을 짚을 수도 있고
기술 자체가 손으로 땅을 안 짚으면 쓰기가 어려운(...) 것들까지 있는 상황임.
물론 저런 기술들을 현대 스포츠에 맞게 어떤 식으로 재구성을 할 것이냐의 문제는 분명 논쟁의 소지가 있는 것이긴 하겠지만 요점은 선후를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음.
우리는 송덕기 옹께 택견을 무술이라 배웠지, 경기로서 배운 것은 아니었다.
무엇이 택견이느냐를 규정하는 것은 기술이며,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규칙이 아니다.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 같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