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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14 – 종심 작전(2)

익명_18357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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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안에서 홀로 작동하는 그 기계는 총에 맞아도 칼에 찔려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유진은 사력을 다해 싸웠다. 총을 뺐기면 칼로 칼이 부러지면 주먹으로 싸웠다. 그러나 번번히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싸움이 지속할수록 체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기계는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지 않는 선에서 유진을 제압하려 들었다.

 

이건 마치선생님 같아

 

유진은 넘을 수 없는 벽을 맞닿드린 느낌에 충일을 떠올렸다. 그러다 그는 깨달았다.

 

이건 그냥 닮은게 아니야. 선생님이랑 똑같아. 어쩌면 이 기계를 만든 기반이 현암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몰라.’

 

유진은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미소를 지었다.

 

“11, 이 경비시스템이란 거 죽이진 않는 거지?”

 

유진이 말했다.

 

맞아, 그렇게 만들어졌어. 문화재를 지키면서 비인륜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니까

 

1분대장의 답변에 유진은 확신했다.

 

그럼 이걸 이용해서 성주랑 싸웠다는 건

 

이 기계를 통해 전투기술을 배운 우리 일족이 직접 싸운 거지

 

그럴 줄 알았어. 함정은 너 자신이라는 거구나

 

유진은 안심하고 쓰러졌다가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그에게 이 순간은 수련과 같았다.

 

기계는 때로는 한주 같았고 때로는 충일 같았으며 때로는 그들을 아득히 뛰어넘은 무언가 같기도 했다. 그것을 상대로 투기장에서 배운 기술을 써보는 것 자체가 유진에게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기계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며, 혼자서 도달하지 못한 경지를 엿보는 것만이 지금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하자 승패는 갈렸잖아? 이제 명예롭게 너의 목숨을 끊어줄게.”

 

1분대장은 그렇게 말하고 대검을 뽑아 들어 유진에게 다가왔다.

 

아니 아직이야. 아직 좀 더 시간을 줘

 

유진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망가진 기계의 렌즈를 응시했다. 그 뒤에서 유진 노리고 있는 1분대장이 보였다. 방심한 찰나 기계는 앞 손으로 유진의 코를 가격했다. 코끝이 시큰하게 울린 순간 기계는 유진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뒷손으로 연타를 가하려 들었다. 유진은 가까스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감싸 막았다.

 

붙잡히다니 위험해, 하지만

 

유진은 기계의 악력을 때어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붙잡혔기 때문에 도전해볼만한 기술들이 있었다.

 

한주가 했던 것처럼

 

유진은 기계의 품속으로 들어가 몸을 붙이고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있는 팔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구르듯이 앞으로 몸을 숙여 넘겼다. 유진이 온몸의 무게를 싣자 기계도 버틸 수 없었는지 앞으로 패대기쳐졌다.

 

성공이야

 

유진은 땅바닥에 매쳐진 기계를 보았다. 기계의 알고리즘이 붙잡고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손에서 머리카락을 놓고 있었다. 그것은 한 번의 기술을 허용했을 뿐 여전히 강력한 상대였다.

 

흥미롭네... 좀 더 지켜봐도 좋겠어

 

1분대장이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기계가 거리를 벌리며 발을 이용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동작이 보여 주는 움직임은 유진에게 아주 익숙한 동작들이었다.

 

이건 그때 선생님이랑 했던...’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했던 동선과 공방 그것이 유진의 몸 안에 각인되어 있었다.

 

크게 들어오는 발을 피하고 나면 기회가 생길 거야

 

유진은 충일이 박치기를 했던 그 순간을 노렸다. 기계는 예상대로 과감한 발차기를 했고, 그 순간 유진은 박치기 대신 파고들기를 택했다.

 

가지가 없다면 줄기의 밑둥을 노린다

 

유진은 기계의 다리를 잡고 단숨에 밀어붙여 넘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1분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뭐야, 네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어

 

1분대장은 이제껏 본 중에 가장 화가 난 표정을 하고 유진을 추궁했다.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유진을 밟으려고 들었다.

 

유진이 몸을 굴려 빠져나가자 그 날카로운 뒤꿈치가 기계를 가격했다. 우연인지 그동안의 손상이 누적된 것인지 기계는 스파크를 튀기며 몸을 꼬았다.

 

네가 어떻게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알고 있는 거지? 그 기술들은 어디서 배운 거고

 

1분대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유진을 추궁했다.

 

무제가 너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난 저 기계와 마주했을 때 나를 여기에 보낸 이유를 바로 알 거 같던데.”

 

유진은 되려 1분대장에게 고함쳤다.

 

?”

 

뻔한 거 아냐? 이곳에 남아있는 현암의 흔적을 훔쳐오라고 나를 보낸 거겠지

 

유진이 깨달은 바를 말하자. 1분대장은 놀란 눈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 거였나. 넌 이미 할아버지를 알고 있었던 거였어. 제대로 당했군.”

 

뭔진 모르겠지만 우리 둘 다 이용당한 거야. 그러니까 이 싸움은 그만두자

 

아니 넌 아직 끝을 내지 않았어

 

무슨

 

싸움에서 끝을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유진은 1분대장과 대화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죽거나 죽이거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두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뿐이야. 넌 아무것도 확실히 하지 않았어.”

 

11번은 말을 마치고 유진에게 다가갔다. 그는 마치 아까까지 보았던 기계가 사람으로 살아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이 무덤의 화신은 기계 따위가 아니라, 0구역의 일족 그 자체였다. 불현듯 무의식 속에서 무제가 전했던 말이 떠올랐다. 전장에 가서 사람을 죽여보고 와... 그리고 ... 죽음을 다리 삼아서 세상을 떠나. 무슨 초월자라도 되라는 것같은 '그 말'은 지금 이 상황이 아니었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속되는 시련은 누군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기 위해 마련해둔 의식과 같았다. 죽거나 해내거나. 그 단순한 선택의 결과가 문지방 넘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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