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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12 – 기지(基地)

익명_243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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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무제는 충일이 누워있는 침상 앞에 서 있었다.

 

일어나

 

무제가 말했다.

 

깨어있잖아, 날 속일 생각은 마.”

 

무제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 - - -‘

 

심장박동을 알리는 전자음만이 공간을 채웠다.

 

네가 준 선물은 잘 받았어. 그 애가 지금 어디에 있는줄 알아? 이제 곧 무덤으로 들어갈 거야. 궁금하지 않아?”

 

무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된 건가?”

 

그제서야 충일이 입을 열었다.

 

그 애가 가는 곳은 몇 호지?”

 

“3

 

무제의 답변에 충일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거기엔 아직 구시대의 문명이 작동하고 있겠군

 

그래서 제물이 되어줄 사람을 붙여놨지, 혼자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충일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관절에서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났다.

 

아직도 그걸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시련 정도로 생각해?”

 

충일이 말했다. 어느새 대화의 주도권은 충일에게로 가 있었다.

 

그게 아니면 뭔데

 

그건 이도 저도 아닌, ‘경계. 문지방이고 과도기지. 현실에서 튕겨 나가야만 만날 수 있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 보상을 약속하는

 

무제는 충일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통 무슨 말인지

 

무성의한 무제의 답변에 충일은 기분 나쁜듯 혀를 찼다.

 

그나저나 성주가 방해 안 하든?”

 

다 방법이 있지. 그놈은 금기를 어긴 걸 나한테 들켰거든

 

약점 제대로 잡혔네, 성공은 했고?”

 

아니, 금기를 어기면서까지 접근한 일족은 싸우다 죽었고 한 명 남은 생존자도 내 손에 들어왔지

 

무제는 미소를 지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그 마지막 생존자가 이번에 제물이 될 거라는 거지

 

무제의 말에 환자복을 벗던 충일이 얼굴을 찡그렸다. 어둠 속이라 얼굴의 주름과 몸에 가득 찬 흉터를 구별할 수 없었다. 마치 온몸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손해 아닌가? 넌 정말 알다가도 모를 놈이야

 

충일은 그의 감정을 감추고 가볍게 한마디 했다. 그는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침상을 떠났다. ‘경계’, 그 말을 되뇌이면서. 충일조차 모르는 그것, 그건 불바다가 된 세상에서 발견된 유적이었다. 고대 인류가 자행했던 어떤 의식의 흔적. 인류의 존재를 해명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무언가. 그래서 어떤 세계적 부호의 압력 아래 국제기구가 그곳에 특수한 조치를 해놓았다는 것이다. 유적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지 않도록.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무제도 알지 못했다. 그는 학자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정치가였다.

 

인류의 기원을 해명할 수 있는 학제적 가치? 웃기고 있네. 다 정치적인 거지 그런 허울 좋은 이유로 불안한 정세를 이용해서 주인 없는 땅에 알박기 점령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무제는 코웃음 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모든 구역의 권력자들은 강대국의 호의를 신용하지 못했다. 그곳을 점령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더구나 성주는 그곳을 점령하여 수도로 삼으려 했다. 그는 국가를 만들면 안 된다는 이 땅의 금기를 깨고 자신이 한반도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위한 명분을 얻고자 0구역의 유적을 이용하려고 한 것이다. 권력자가 없는 땅, 그곳의 눈엣가시 같은 이방인의 잔재를 뽑아버리고 권력의 균형을 무너트려 정복 전쟁을 펼치려는 속셈이었다. 무제는 그 계획이 꽤 괜찮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성주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면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치밀한 계획으로 아무도 모르게 불씨를 키워나갈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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