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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호와 달치기에 대해 말해보자면

익명_87636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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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기술은 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기술임. 왜냐하면 활갯짓으로 시작해서 상대의 무릎을 밟고 상대 위로 올라탄다는 동일한 개념 하에 구성된 기술이기 때문임.

 

그렇다면 어째서 동일한 개념을 가진 기술의 마무리가 하나는 차고 빠져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상대의 등 위로 올라타버리는,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전혀 달라 보이는 기술로 분화되는 것인가? 거기에 대한 답은 다음 이미지들을 보면 알 수 있음.

 

승호 (1).gif

먼저 승호임. 짤을 보면 알겠지만 상대의 원투를 활갯짓으로 얽어내고 상대의 팔 한쪽을 붙잡아 앞으로 뽑아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달치기 (1).gif

다음은 달치기임. 상대 위에 올라타기 직전까지의 전개방식은 승호와 완벽하게 동일함. 다만 저 둘 사이에 한가지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데, 무엇인지 알아보겠음?

 

정답은 바로 활갯짓으로 앞손을 끌어내리느냐, 뒷손을 끌어내리느냐의 차이임.

 

달치기.png.jpg

달치기는 상대의 앞손을 활갯짓으로 제압해서 상대의 정면을 향해 뛰어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듦.

이 경우 순간적으로 상대의 정면이 텅 비게 되므로 그래플링을 쓸 이유가 전혀 없음. 무조건 타격으로 이어져야 하는 포지션임.

그래서 달치기 같이 상대를 밟고 뛰어올라 상대를 차 버리는 기술 흐름이 나옴.

 

승호.png.jpg

반면 승호는 활갯짓으로 뒷손을 끌어내려서 상대의 뒷다리를 강제로 앞으로 나오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상대가 내게 등을 보이게 만들었음. 이 경우는 애초에 무릎을 밟고 뛰어올라 상대를 차는 각도 자체가 안 나옴. 하지만 그래플링을 시도하기엔 최적의 상황이라서 앞으로 튀어나온 상대의 뒷무릎을 딛고 무방비한 상대의 등 뒤로 타고 오르는 식의 기술 흐름이 나오는 거임.

 

여기까지 읽었다면 깨닫겠지만, 시작부분에 언급한 것처럼 승호와 달치기는 활갯짓으로 상대의 팔을 제압하여 디딤발(상대의 무릎)을 확보해, 그걸 밟고 상대의 위에 오른다는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사실상 동일한 기술들이란 걸 알 수 있을 거임.

 

사실 태껸을 배우다 보면 이런 경우가 한둘이 아님.

 

거의 태껸의 기술 전반이 승호와 달치기처럼 하나의 큰 기술 맥락 아래에 내/혹은 상대의 포지션에 따른 다양한 연계기로 묶여있거나, 큰 맥락의 기술들이 함께 엮여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음.

 

그렇다보니 단편적인 기술 하나 가지고 이게 태껸이니 뭐니 하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고, 만약 태껸의 기술을 정의해야 한다면 난 그 기준을 동작 한두개가 아니라 품밟기와 활갯짓, 그리고 낱기술들이 조합된 총체적인 큰 흐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있음.

 

아무리 mma 수련자가 발따귀와 째차기 같은 택견의 시그니쳐 기술을 잘 쓴다 한들 근본적으로 그가 하는 것이 mma인 이상 태껸을 하는 게 아닌 것처럼, 태껸꾼을 태껸꾼답다. 태껸을 한다고 말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태껸의 기술 흐름밖엔 없을테니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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