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검술 수련법 대타와 택견의 마주대기
[대타는 무엇인가?]
대타는 조선과 명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유사한 수행방식을 찾아볼 수 있는 고전적인 검술 수련 방법 가운데 하나로, 양 쪽이 철검이 아닌 목검을 들고 상호 합의 하에 진행되는 일련의 검술 연습 방식을 통칭한다.
https://youtu.be/zrDRtiMth38?si=_AucS1kZhx88H-Os
특이점은 대타를 하는 양 측 모두 보호구가 없이 수련을 한다는 것으로, 두 연습자(플레이어)는 대타의 시작 전에(그리고 필요하다면 대타를 하는 중간에도) 타격의 세기와 속도, 사용 기술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합의할 수 있으며 두 플레이어의 실력이 무르익었다면 양 플레이어의 합의 하에 사용 기술과 힘의 제한이 없는 자유 대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예컨대 손목 올려베기를 대타를 통해 연습하고 싶어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1) 상대 플레이어와의 합의 하에 기본적인 공격과 방어는 무조건 상단 내리치기와 상단 막기로 하되, 대타의 한 판을 마무리짓는 공격을 오직 손목 올려베기만을 쓰기로 약속한다.
2) 처음에는 타이밍을 익히는 느낌으로 실제 휘두르는 속도와 위력의 1/3으로 공방을 이어가다가 틈을 보아 목표로 했던 손목 올려베기를 시도한다. 영 감을 잡지 못하겠다 싶다면 몇 회의 공방 이후 의도적으로 멈칫 하여 상대가 기술을 사용할 틈을 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이것도 나름의 연습이 된다)
3) 반복 연습을 통해 얼추 기술이 들어가는 상황과 타이밍을 알겠다 싶을 경우 상대와의 꾸준한 조율을 거쳐 단계적으로 속도와 타격 위력을 올려 간다. 하지만 기술이 들어가는 순간(손목에 목검이 닿는 순간)엔 위력과 속도를 팍 줄여 상대의 부상을 방지한다.
4) 최종적으로는 목검과 목검이 부딪힐 시 퍽! 퍽!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양쪽 플레이어가 힘 있게 검을 내리치며 그 압박감 속에서 목표로 한 마무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연습한다. 기술이 들어가는 순간 부상 방지를 위해 위력과 속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며, 위에 언급된 자유 대타(기술 한계 X)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상호간의 합의 하에 위력과 속도를 줄인 상태에서의 연습도 가능하다.
[왜 이런 수련을 하는가?]
그것은 매번 철검으로 대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격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매번 풀스파링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아차 하면 영구적 손상을 남길 수 있는 무기를 2인 1조로 매번 서로를 향해 휘두르며 실력 향상을 도모하기엔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특히 동양권에서 주로 사용해온 무기인 도(刀)는 검과는 달리 곡률을 가지고 있는 특유의 형상과 무게중심으로 인해 베기에 힘이 강하게 실려 숙련자들의 교검에서조차 엇나간 칼이 피격자의 살을 찢거나 골절을 유발하는 불행한 사고가 이따금 나올 정도다.
그렇기에 철보다는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목검을 이용하되 기합, 강한 연타 등으로 진검싸움이 주는 특유의 압박감을 최대한 구현하여(목검도 잘못 맞으면 머리가 깨지고 손목이 부러지는 건 동일하다) 실전 상황에서도 반사적인 공방이 가능하도록 만든 수련법이 대타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으로 대타를 평가하는 기준은 대타에서 누가 이겼는가와 같이 승패에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1) 정확한 동작으로 공격과 방어를 수행했는가
2) 맞으면 머리가 깨어질 거라는 판단이 절로 드는 수준의 위력이 실린 연타가 주는 압박감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는가
3) 승부욕에 매몰되지 않고 격렬하지만 상호 부상 없이 대타를 마무리지었는가
등으로 좋은 대타, 나쁜 대타를 판단하였다.
요컨대 대타란 최대한 실전이 주는 압박감을 구현하되, 그 압박감 속에서 승부욕을 버리고 얼마나 기술을 완벽하게 성공하였느냐를 연습하게 만드는 수련법인 셈이다.
[택견의 마주대기와 대타]
흥미로운 사실은 택견의 전통적인 2인 1조 수련법이라 일컬어지는 마주대기가 대타와 거의 동일한 개념과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마주대기의 과정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1. 상대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서로 느리게, 빠르게 반복해가며 기술을 성공시키는 타이밍, 요령, 올바른 동작 등을 체득하는 데 집중할 것.
2. 상대가 기술을 잘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일부러 약간 대주는 식으로라도 기술을 성공시킬 수 있게 도와줄 것.
3. 승부욕을 가지지 말 것.(매우 중요)
등인데 이러한 방식으로 수련을 해야 하는 이유는 매번 스파링을 통해 기술을 체득할 수 없다는 것과 승부욕이 개입되는 순간 기술을 '잘' 거는 게 아니라 기술을 '거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로 숙련이 되었을 경우, 상호 합의 하에 기술의 가지수를 완전히 풀고 타격과 방어, 태질을 이용해 실전을 최대한 모방한 형식의 기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택견의 마주대기는 상대에게 져 주어도 좋으니 올바른 동작으로 기술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검술의 대타와 지향 지점은 물론 지양해야 할 금기까지 사실상 완전히 동일한 셈이다.
[대타와 마주대기의 언어적 유사성]
아직은 추측 단계에 가깝지만 한가지 의미심장한 점 하나는 대타(對打)라는 한자 자체가 풀이하면 '마주 대(對)'와 '칠 타(打)'가 합쳐진 것으로 말 그대로 '서로 마주 보고 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이건 직관적으로 마주대기가 연상 되는 지점인데, 더욱이 이 대타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고 본래 조선에서 사용되지 않은 단어였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이다.(조선에선 교전이나 교검, 혹은 아예 수련이라는 단어를 썼다)
하필 택견의 어원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것이 타권(권법)을 부르는 중세 남방 중국어인 "탁퀴엔" 인 데다 후기 조선의 주력 무기술들과 그 훈련법이 척계광의 절강병법의 세례를 받았고, 그걸 수련하여야 했던 군인 계층이 택견의 향유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정말로 묘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가 종합격투기라는 단어 자체를 천조국 미국의 언어 체계인 영단어 MMA를 음차한 므마라는 말로 대체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택견이 성행하였던 17~19세기 당시의 한양에서 택견을 하던 계층인 중인과 하급 군인들은 택견과 검술을 가리지 않고 2인 1조의 매서드 방식 수련법 자체를 당대의 천조국인 명나라/청나라식 한자어인 대타를 쉽게 푼 단어인 마주대기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게 아닐까?
문헌적 자료가 더 발굴되어야 확실해 지겠지만, 일단 지금은 조금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는 걸로도 충분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