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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수벽치기는 근대 민족 종교 계열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음

익명_312976
2955 0 5

https://yugakkwon.com/taekkyeon/274002

이 글 쓴 글쓴이인데, 내용 보충 삼아 수벽치기에 대해 조금 써보려 함.


나는 전 글에서 수박 자체가 검술 기반의 무술이었고 지금의 택견, 수벽치기, 잽이수 등은 수박으로부터 이어진 것이라고 추정했음. 이들이 무기술적 측면과 활갯짓, 품밟기와 유사한 기법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들이 똑같이 수박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했고.

 

다만 현재의 수벽치기에는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존재함.

 

한국 무술 치고는 특이하게 동양 사상이나 철학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임.

 

보통 한국 전통 무술은 활쏘기 정도를 제외하면 철학적 측면이 크지 않음. 택견이나 씨름이 그렇고, 다른 전통 무술로 추정되는 무술들 역시 그러함. 까기, 날파람, 잽이수 등 대부분은 실용적인 무술 기법으로서의 측면이 주가 됐음.

 

그에 비해 수벽치기는 좀 특이함.

 

빛과 소리의 무술이다

어두움과 맺힘을 제거해준다

살법은 자신과 남의 살법을 금하기 위한 것으로 활법을 중시한다

타인과 부딪히며 단련하는 대련 형식의 단련을 금한다

+천지인, 자연, 기(氣) 같은 요소들을 강조

 

이건 좀 많이 특이하지. 물론 한국 무술이라고 동양 사상적 측면과 엮이지 말란 법은 없음. 하지만 후술할 요소들 때문에 수벽치기의 동양 사상적 측면은 증산도 같은 근대 민족 종교 계통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수벽치기에는 궁궁(弓弓)이라는 허리를 굽혀 호흡하며 몸을 푸는 동작이 있다고 함. 이는 천도교 등에서 사용하는 궁궁을을(弓弓乙乙) 주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큼.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820997.html

그리고 수벽치기에는 삼법운동이라는 체조와 비슷한 수련이 있는데 찾아보니까 대종교 쪽에도 삼법수련(三法修練)이란 수행법이 있었음. 수벽치기의 그것과 얼마나 유사성이 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봄.

 

또한 손뼉을 치면서 생기는 빛과 소리, 경우에 따라선 진동을 얘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증산도 계통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음.

 

그리고 원신(元神) 자세라는 것도 있는데, 원신은 단학 같은 쪽에서 쓰이는 용어로 보임. 천지인, 자연, 기의 흐름 등도 그런 측면으로 볼 수 있고.

(도교나 민족 종교 이런 쪽은 전혀 몰라서 세세한 부분들은 틀릴 수도 있음.)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수벽치기는 구한말~일제강점기에 생겨난 민족 종교 계열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임.

 

다만 그렇다고 수벽치기 자체를 근대에 만들어진 창작 무술이라고 보긴 어려움.

 

일단 신한승 옹이 창작했을 가능성은 낮음. 애초에 신한승 옹이 증산도나 천도교 같은 민족 종교나 단학 같은 쪽을 하시던 분이 아니었으니까. 기존에는 신한승 옹이 택견에 넣지 못한 손기술을 따로 정리한 게 지금의 수벽치기 아닐까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민족 종교와 관련된 측면 때문에 오히려 신한승 옹의 창작 무술이 아닐 가능성이 더 커진 것 같음.

 

그렇다고 신한승 옹에게 수벽치기를 전수해준 윗대 계보에서 일제강점기 이후에 창작했다고 보기도 어려움. 당시 여건에 이처럼 택견과 유사하고, 검술과 권법이 호환되는 무술을 제로 베이스에서 창조한다는 건 좀 현실성이 너무 낮지.

 

추측하자면, 수벽치기가 전승되던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성행했던 민족 종교 계통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 관련된 훈련법이나 동양 철학적 의미가 생긴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봄.

 

이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수벽치기의 체계에서도 유추 가능함.

 

상기한 궁궁, 삼법운동 등과는 달리 실질적인 무술적 기법들인 수벽 8법이라고 하는 분류의 경우 대부분 철학적인 측면이 딱히 나타나지 않음. 그리고 명칭 역시 도끼질, 가지치기, 숨통찝기, 턱빼기, 잽이, 불쏘기(낭심을 치는 것), 눈쏘아찌르기 등등 직관적이고 토속적인 기술들로 구성으로 되어 있음.

 

동양 철학적 측면을 중점으로 담고 있는 비전투적 수련법과 실질적인 무술적 기법들의 풍격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임.

 

그나마 날개짓이라고 하는 수벽 8세(날개들기, 날개세우기, 날개내기, 한날개내리기, 두날개내리기, 날개꺾기, 날개접기, 손뼉치기)에선 천지인 같은 풀이를 하고 있긴 함. 예를 들어 고대세와 유사한 날개세우기 자세같은 경우 팔이 겨누는 위치가 위쪽을 향하니 천(天)을 상징한다 같은 식으로 풀이하고 있음.

 

하지만 이것 역시 기법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고, 동양 철학적 측면은 나중에 생긴 것일 가능성이 큼. 실제로 날개짓 8동작 중 6동작은 3동작씩 묶어서 천지인으로 설명하지만 나머지 2동작은 천지인으로 설명하지 않음. 남은 동작이 2개 뿐이라 3개로 묶이질 않으니까 천지인 의미 부여를 하기가 애매했던 거지.

 

만약 처음부터 철학적 측면을 염두에 두고 제로부터 만든 근대 무술이었다면 그냥 9동작으로 만들어서 3동작씩 묶고 전부 천지인으로 풀이했을 거임.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수벽치기의 무술적 기법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음.

 

또한 손뼉을 칠 때 빛과 소리가 맺힘, 어두움을 제거하고 기를 발동시킨다고 설명을 하지만, 이것 역시 결국 1차적으로는 몸의 "중심선"을 손뼉을 치면서 잡는다는, 어떻게 보면 검술적인 측면을 담고 있음.

 

그리고 현재 수벽치기에선 타인과 경쟁하고 부딪히며 단련하는 것이 살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대련을 금기시하고 있음. 그런데 정작 전승받은 체계 중에는 견주기라고 수벽치기 식의 겨루기 체계도 존재함. 이는 상당히 모순적임.

 

게다가 1987년 수벽치기에 대한 기사에서 신한승 옹은 앉아서 하는 수벽치기의 경우 비 오는 날 방 안에서 내기삼아서 한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음. 이는 해동죽지의 수벽치기 서술과는 꽤 차이가 있기에, 신한승 옹이 수벽치기를 배우면서 관련된 얘기를 들은 것이라 볼 수 있음.

 

이처럼 수벽치기가 동양 철학적인 이유로 대련을 금한다는 것과 달리 실제 전승된 수벽치기의 체계와 구전된 이야기에선 대련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동양 철학적 요소는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것임을 시사하는 근거로 볼 수 있을 듯함.

 

어떻게 보면 중국, 일본 무술들이 불교, 도교적 측면을 받아들인 것과 비슷함. 물론 수벽치기에선 실제 종교를 언급하는 부분이 전무한 것을 감안하면 일부 요소들의 영향을 받은 정도긴 하지만.

 

요약)

수벽치기 자체는 전통 무술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제강점기에 성행한 민족 종교 계통의 사상적 영향을 받아 관련된 훈련법이나 의미 부여, 해석 등이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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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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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수벽치기 측에선 ~형은 육태안 선생이 어떻게 만들었다, 정립했다 같은 식으로 새로 만든 건 나름대로 내력을 밝히고 있는데, 저 궁궁, 삼법 운동 같은 건 수벽 8세, 8법, 걸음법 등과 같이 원래부터 있던 기법이라고 함.

그리고 본문의 삼법 운동 기사 보면 도인 체조 같아서 육태안 선생이 처음 배울 때 의아하게 느꼈다는 내용도 있고, 실제로 수벽치기를 전수해주신 분이라는 일동 김영희라는 분과 육태안 선생이 함께 삼법운동을 하는 사진도 있음. 1988년에 예용해 문화재위원이 수벽치기에 대해 쓴 글에도 동양 사상적 측면이 거의 그대로 나오고.

이런 것보면 기천의 영향보다는 당시 수벽치기에 이미 동양 사상적 측면이 접목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함.

10:16
25.02.13.
익명_276443
ㅇㅎ 그럼 기천의 영향이 아니라는 거네? 하긴, 구한말~일제강점기 직전까지 민족종교가 꽤 흥한 시기였으니 그 당시에 영향을 받은 건지도?
15:09
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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