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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판 항우, 사자심왕 리처드를 빤스런하게 만든 유일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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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0년, 사자심왕 리처드는 막강한 영국 십자군을 이끌고 제 3차 십자군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출진했다.

 

왕이 직접 이끄는 열 척의 선발대는, 영국과 프랑스 전역에 걸친 광대한 플랜태저넷 왕조 제국의 항구 곳곳에서 출항해 합류할 주력함대가 늦어지는 동안 이탈리아 서해안을 따라 항해하고 있었다.

 

배에 갇혀 지내는 것이 싫증난 리처드는, 함대의 소식이 도착하지 않는 동안 이탈리아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했다.

 

캄파니아 지방에서는 아름다운 도시 아말피의 경치를 즐기며 산책했고, 나폴리의 따뜻한 햇볕 아래 휴양하기도 했으며 칼리브리아 지방에서는 말을 타고 하루종일 달리다가 밤이면 길가에 있는 작은 수도원에서 묵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밀레토라는 곳에서 그만 일생일대의 흑역사가 될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기사 한 명만 데리고서 별볼일없는 이 조그만 마을에 도착한 리처드는 근처에 있던 농부의 오두막에서 매 울음소리를 들었다.

 

신분이 낮은 자가 훌륭한 사냥매를 기른다는 것은 당시의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었으므로

지루했던 사자심왕은 말에서 내려 그 집에 들어가, 마치 자기가 지역 치안관이라도 된다는 양 매를 낚아챘다.

 

그런데 처음 보는 웬 외국인이 다짜고짜 쳐들어와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에 화가 난 마을 농부들은 몽둥이와 돌을 들고 몰려와 왕을 에워쌌다.

 

그들 중 가장 용감한 농부가 칼을 뽑아, (물론 알지는 못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 중 한 사람에게 겨누었다.

 

사자심왕은 용기가 가상하다고 여겼던지, 그저 장난치듯 자기 검을 뽑아 농부의 칼을 약하게 툭툭 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영국 왕의 검이 갑자기 쩡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당황한 왕은 금으로 된 칼자루만 손에 달랑 쥔 채로, 화난 농부들을 간신히 헤치고 나와 달아났고 근처 작은 수도원에 피난해 겨우 화를 면했다.

 

제 3차 십자군 전쟁의 연대기 작가들과 음유시인들은 대부분 이런 모양빠지는 해프닝에 대해서는 생략했지만 결국 후세에 전한 이가 있어, 리처드의 흑역사가 후세에 박제당하고 말았다.

 

- 제임스 레스턴 저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과 신의 전사들" 에서

 

칼이란게 사실 소모품이라 전투를 벌이면 날이 나가거나 저렇게 내부적으로 데미지가 쌓이다가 어느 순간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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