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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껸의 자세에 대한 윗대태껸회의 입장 + 까기 자세 관련

익명_29417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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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인왕체육관의 검은살생선임.

어제 송덕기택견갤도 그렇고 태껸에 자세가 있냐 없냐로 키배가 심심하면 터지는 느낌이라 이젠 슬슬 정리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간만에 저장소에 글을 쓰려 함.

 

우선 태껸에 자세가 있냐/없냐만 두고 이야기하면 자세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게 윗대태껸의 입장임.

 

또 그놈의 본세, 고대세 얘기냐. 송덕기 옹께선 영상기록 등에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안 보여주셨다- 같은 반론이 분명 나올 거라 보는데, 맞음. 송덕기 할아버지께선 영상기록에서 마땅히 자세를 잡으시는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으신 건 사실임.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음.

 

송덕기 할아버지께선 자세를 잡으시지 않으셨던 것만큼 영상기록에서 활갯짓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공개하신 적 또한 없으셨다는 것임.

 

아마 여기서 의문이 들 거임. 자세 얘기를 하는데 왜 뜬금없이 활갯짓을 들고 오는가? 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인 게, 따지고 보면 태껸의 자세와 활갯짓만큼이나 불가분의 관계인 게 없어서 태껸의 자세를 주제로 삼은 이상 활갯짓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음.

왜냐하면 태껸 손기술의 흐름 전부를 담은 게 활갯짓이기 때문이고, 그 흐름 가운데서 높은 빈도로 사용되는 기술(동작)들의 모음이 소위 태껸의 자세이기 때문임.

 

https://youtu.be/CGe4N-poqYE

다들 이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거임.

영상에선 본세에서 활갯짓으로 이어지면서 상대의 팔을 제어하는 기법이 나오는데, 사실 이 이어진다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는 것이 저 본세조차 애초에 활갯짓의 흐름 가운데서 나온 거라 그럼.

쉽게 말해 자세-> 활갯짓 -> 자세가 아니라 그냥 저 영상 전체가 활갯짓이란 말임. 자세라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저 본세조차도.

 

그런 시각에서 보면 태껸엔 자세가 없다는 말이 나왔던 것도, 문화재청이 보기에 태껸은 체계가 없는 것 같으니 체계를 만들어오라는 해프닝들이 벌어진 이유도 전부 활갯짓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음.

실제로 태껸의 기술에 대한 습득과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활갯짓을 보면 그냥 허공에 손 휘휘 젓는 걸로만 보임. 당장 나부터도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활갯짓을 봤었을 땐 저게 멋져 보이긴 하는데 대체 뭘 하는 동작인지 정말 하나도 이해 못했었음.

 

그래서 위에서 태껸의 자세와 활갯짓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고 한 거임. 애초에 자세가 활갯짓의 흐름 안에 포함된 형태인데 그 둘을 어떻게 나눌 것이요, 또 활갯짓을 모르면서 어떻게 태껸의 자세를 논할 수 있겠음?

 

(조금만 더 설명하자면 자세와 활갯짓의 관계 때문에 윗대태껸에선 내부적으론 자세가 아니라 겨누기라는 명칭을 사용함. 송덕기 할아버지께서 태껸이 뭐냐는 질문에 겨누고 어르는 거다.’ 라고 말씀하셨을 뿐더러 계속 움직이고 변하는 활갯짓과 박제되어 고정되는 자세는 어떻게 보면 상호 배타적 관계이기도 하니까...)

 

다만 이쯤에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 하나가 있는데, 윗대태껸이 말하고자 하는 건 태껸에 자세가 있다는 것뿐이지 과거의 태껸꾼들 또한 지금의 윗대태껸꾼들과 동일하게 본세를 기반으로 가드를 굳히고 싸웠을 거다! 이건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는 게 아님.

 

왜냐하면 현재의 윗대태껸의 모습을 만들어낸 커리큘럼은 태껸을 정리하라는 송덕기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1984년부터 고용우 선생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까지의 약 2년간의 시간동안 고용우, 이준서 선생이 할아버지의 검수를 받으며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평생 동안 고용우 선생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결과물이기 때문임.

 

실제로 고용우 선생께서 송덕기 할아버지께 태껸을 배우실 때 지금의 윗대태껸의 겨누기 가운데 딱 정해놓고 배우신 건 본세(이건 당시에 딱히 이름이 없었지만 손을 들고 계속 걸어다니는 훈련을 시키셨다 함)와 고대세(이건 아예 송덕기 할아버지께 고대세라는 이름으로 배우셨다는 듯)뿐이었다 고 말씀하심.

나머지 두 겨누기는 태껸을 얼추 다 배우고 나니 할아버지께서 아예 정해주고 가르쳐 주신 앞선 두 가지 겨누기 외에 다른 두 동작(팔짱끼기/사면세)들 또한 활갯짓의 흐름에서 자주 사용되는 걸 알게 된 고용우 선생이 액기스만 뽑아내서 정리한 거였다 하시고 말임.

 

요약하자면 태껸의 기술적 흐름의 모음이라 할 수 있는 활갯짓에서 자주 사용되는 4개의 큰 틀들(본세/고대세/팔짱끼기/사면세)을 뽑아내고 압축해낸 것이 현재 윗대태껸에서 익히고 사용하는 겨누기라는 것임.

다만 구한말의 태껸꾼이 어떤 식으로 싸웠는가에 대해선, 기술 자체는 동일할지 몰라도 커리큘럼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보니 정말 완벽하게 현대의 윗대태껸꾼과 구한말의 태껸꾼의 모습이 동일했을 거라고는 감히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윗대태껸의 입장이라 할 수 있겠음.

 

https://youtu.be/dnM3bHs3GL0

(사견이지만 옛날 무에타이와 비슷하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가드를 올렸다 풀었다 하는 게 구한말의 태껸꾼들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음. 고용우 선생께서 송덕기 옹께 배운 방식도 거기에 좀 더 가까우셨다 하니까.)

 

아무튼, 여기까지 읽었다면 윗대태껸을 안 좋아하는 측에선 윗대 또한 송덕기의 커리큘럼을 바꾸었으니 정통 태껸이 아니지 않느냐! 라고 할지도 모르겠음.

 

하지만 고용우 선생이 평생을 바쳐 개량한 현재의 윗대태껸의 커리큘럼을 직접 배워본 입장에서, 지금처럼 자세(겨누기)부터 시작해 활갯짓을 배우게 될 때까지 태껸의 기술 흐름을 수련자가 자연스럽게 체화할 수 있도록 만든 수련체계가 고용우란 한 명의 태껸꾼이 태껸사에 남긴 크나큰 족적이라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으면 그래라 싶기도 함.

사실 무술인으로서 본인이 수련한 무술에 어떤 흔적을 남긴다는 게 굉장히 영광스런 일인 건데 그걸 인정하지 않겠다면야 뭐 어떻게 하겠음.. 인정하라고 윽박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음...ㅋㅋㅋㅋ

(다만 송덕기 옹께서 태껸의 수련체계를 정비할 필요를 못 느끼셨다면 고용우, 이준서 선생 이 두 분께 태껸을 정리하라고 말씀도 안 하셨겠지?)

 

어쨌든 글이 질질 늘어지는 것 같아 슬슬 정리하자면 활갯짓이 태껸 수기의 기술적 흐름의 종합인 이상 태껸엔 자세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걸 압축해낸 게 현재의 윗대태껸의 자세라는 게 이번 글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였음.

혹시나 이견이 있다면 활갯짓에 대해 윗대태껸이 가진 자료와는 다른 자료를 가져와주면 좋겠음. 그건 학술의 영역이니 검토를 해 볼 여지가 충분하잖음 ㅇㅇ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움. 내가 아는 한에서 대답해줄 수 있는 질문이 있으면 대답해주려 하니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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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로 송덕기택견갤에서 까기에도 자세가 있냐는 질문이 나온 게 있어서 간략하게 말해주자면 위에 언급한 태껸의 관점으로 보면 까기에도 자세가 있는 게 맞음.

다만 윗대태껸이나 현대 격투기들처럼 자세 하나를 기본으로 해서 경기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기술과 기술 사이의 2~3초 동안 짧게 자세를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자세를 바꾸면서 싸우는 방식이라 들었음.

 

-- 까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건 윗대태껸의 본세의 높이를 살짝 낮춘 것과 유사한 자세라고 하고, 상대의 측면이나 뒤를 먹으면 고대세와 비슷한 자세로 칼로 딱 겨누는 것처럼 뒤쪽 어깨에 대면서 견제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신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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