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겨울』 - 5장 : 배신의 기록
폐허의 골목을 따라,
세라와 도윤은 혁명군 잔당이 남긴 표시를 좇아 걸었다。
부서진 빌딩 벽에 남은 희미한 붉은 선,
철문에 새겨진 작은 칼자국
그것들은 살아남은 자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신호였다。
낮은 지하 통로를 지나,
녹슨 계단을 내려가자,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남자, 한주。
그의 눈빛은 빠르게 세라와 도윤을 훑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붉은 천을 벗었다。
거칠게 그은 상처자국, 깊게 팬 눈매
한주는 전형적인 혁명군 출신의 모습이었다。
"너희가 유진을 찾는다고 들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주는 피식 웃었다。
"전설은 언제나 과장이 섞이는 법이지."
그는 한 손으로 부서진 의자에 걸터앉으며,
담담히 과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한빈도, 1구역에서 8구역까지……
모두 각자의 권력자가 다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 다섯 개 구역을 초토화시켰어."
도윤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걸 유진 혼자……?"
한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유진은 '상징'이었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거칠지만 슬프지 않았다。
마치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숙성된 사실을 그냥 꺼내놓는 듯한,
맑고 투명한 담담함이었다。
"진짜로 싸운 건 유진과 함께한 동료들이었다.
'충일'과 '무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스승, '현암'의 가르침을 받은 자들이지."
세라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현암……?"
한주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암은, 잊혀진 기술과 지식을 품은 인물이었어.
우릴 무력으로만 싸우게 하지 않았다.
생각하게 만들고, 길을 보게 했다."
그의 눈동자에 어렴풋한 빛이 스쳤다。
"우린 그 가르침 아래 모였고, 싸웠고,
절망의 땅에 작은 희망을 심으려 했다."
도윤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런데……왜?"
한주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가,
힘겹게 열렸다。
"무제가……우릴 배신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우리가 초토화시킨 다섯 구역 뒤엔, 세 구역이 남아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알파지구'――거길, 무제가 삼켰다."
한주는 서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무제는 싸움이 끝난 후 우리를 버렸다.
유진조차 배신당했고……그 후 그의 흔적은 사라졌어."
세라는 가만히 숨을 들이켰다。
무제
현암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자가
이제는 알파지구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권력을 쥐기 위해 길을 꺾은 것이다。
세라는 조용히 말했다。
"알파지구……"
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빈도의 심장이지.
남은 세 구역 중 가장 거대하고, 가장 무서운 곳."
도윤이 이를 악물었다。
"……그럼 거기에 유진의 흔적도 있을 수 있겠네."
세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빠르게 머릿속에서 가능성을 조합했다。
무제가 숨긴 진실。
유진의 행방。
문명의 잔재를 지배하는 기술의 존재。
모든 조각이,
'알파지구'라는 단어 아래로 모여들고 있었다。
세라는 결론지었다。
"우리는 무제를 찾아간다."
한주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
그곳은……네가 알아야 할 진실이 숨겨진 땅이니까."
폐허 속, 바람이 더 거세게 불었다。
이제 세라와 도윤은 진정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현암의 가르침을 배신한 자,
문명의 잔재를 쥔 자,
그리고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