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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리그를 복기하면서 적는 경기 룰에 대한 담론

익명_68639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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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KNlTmWBR48g

 

경기에 참석한지 3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를 서핑하는 와중 뜬금없이 알고리즘에 택견리그 영상이 올라온 걸 보고 추억에 젖어 올려보는 분석글이다.

 

특기해야 할 택견리그의 룰적 특징은 다음과 같았던 걸로 기억한다.

  1. 제한적 안면 한판 룰* 적용.
  2. 단판승이 아닌 5판 3선승제 도입.
  3. 발차기 제한 없음.
  4. 그래플링 제한 없음.
  5. 손을 이용한 타격은 불허하나 조금 과격한 밀치기는 허용.
  6. 멍석 크기를 고증한 경기장.

* 제한적 안면 한판 룰이란 발차기에 안면을 맞은 상대가 다운되거나 충분한 데미지를 받아 휘청대게 만들지 않는 한 한판승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

 

이러한 규칙을 적용하고 경기를 실시하였었고, 경기 양상은 대체로 아래와 같았었다.

  • 경기가 대체적으로 아랫발질 공방과 태기질 싸움 위주로 흘러갔으며 기존의 택견 경기보다 안면 한판이 자주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중단발차기가 많이 나온 편이었지만 생각보다 승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중단발차기를 기다렸다가 카운터 치는 전략 때문에 정작 찬 사람이 손해를 본 경우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 경기장이 넓어졌음에도 그 경기장을 넓게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경기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진행되었고, 상당수의 참여자들이 발차기보다는 근접해서 그래플링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했다.

 

분석.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1) 타격 발차기에 익숙하지 않은 택견꾼들.

경기 영상들을 보면 입식 무술들의 중단차기에서 보이는 힘과 날카로움이 택견꾼들의 발차기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속도와 힘을 실어서 차는 것은 로우킥이 사실상 유일했으며 중단차기는 느렸고, 미숙했다.

 

2) 타격손질 금지로 인해 너무나도 높아진 그래플링의 자유도.

발차기 제한이 완전히 풀렸음에도 정작 발차기가 많이 쓰이지 못하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원인. 역설적이게도 손질 타격이 허용되어야만 발차기가 자유롭게 쓰일 수 있게 된다는 교훈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만약 손질이 허용되었다면 중단발차기가 경기 내내 보인 것처럼 그토록 쉽게 카운터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기껏 경기장 크기를 넓혔음에도 그 넓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타격손질을 허용하지 않게 되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쎄쎄쎄(...) 하다가 로우킥 몇 번 차고 둘 중 하나가 잡혀서 넘어가는 천편일률적인 승부가 자꾸 나오는 결과만 불러왔고, 손과 발의 이지선다를 이용해 발차기의 자유도를 확보한다는 본래의 목표는 상실되고 말았다.

 

3) 타격은 허용하지 않지만 미는 건 허용한다는 룰의 애매함.

주최자의 의도와 선수가 받아들이는 룰의 괴리가 나타난 부분. 나중에 들어보니 저 룰은 2)번 항에서 언급한 문제를 최대한 거부감 없이 해결하기 위해 추가한 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저 룰은 말 그대로 계륵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충분한 수준의 아픔을 주지 못한다면 밀고 들어오는 상대방을 제지할 수 없는데 그걸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미는 게 아니라 타격이 되어 버리며, 앵글을 잡아 미는 것을 계속하자니 그 동작 자체가 카운터를 부르는 행위가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적극적으로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안 하기도 애매한 기술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타격은 허용하지 않지만 칼잽이를 위시한 미는 기술류는 허용한다는 기존 택견 경기들의 룰적 실패를 그대로 답습한 실책이었다.

 

4) 까다로운 안면 한판 룰의 적용범위

안면 한판 룰의 적용범위가 상대의 무력화로 특정된 까닭에 리턴이 더욱 작아져 하이킥이 거의 안 나오게 되었는데 이 결과는 의도한 것이라고 들었다.

애초에 하이킥은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굳이 찰 이유가 없는 발차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얼굴을 맞춘다는 상징성 때문에 한판으로 인정을 한 것이었는데 그때문에 발차기 같지도 않은 발차기에 승패가 결정나는 부작용이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택견 경기가 실력을 겨루는 것 외에 약간의 오락적인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인데 이 부분은 후술하도록 하겠다.

 

5) 자유로와졌지만 여전히 얽매여 있는 택견꾼들.

생소한 룰을 바탕으로 하는 첫 대회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불거진 문제. 선수들이 룰에 숙달되고 여러 번 경기를 뛰어 봤다면 리그 1회차와 같은 그놈이 그거인 경기를 펼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앞서 언급한 문제들 또한 상당수가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껏 택견꾼들을 얽매던 경기규칙 상당수가 자유롭게 풀렸음에도 기존의 경기들에서 보인 모습들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의 택견 경기들이 얼마나 획일적인 경기운영을 선수들에게 강요하였고 택견꾼들이 거기에 길들여졌는가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택견리그 2회차가 열린다면 어떤 방식으로 룰이 개정되어야 하는 걸까?

 

1) 더티복싱을 비롯한 손질 타격의 전면 허용.

타격은 금지하되 밀기는 허용한다는 룰의 허상이 드러난 이상 발차기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손질 타격을 전면 허용하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기존 택견 경기들이 보여준 문제점들 상당수가 손질 타격을 금지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들에 가까웠으나 참가자들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넘어간 것이 해당 룰이라고 들었고, 실제로도 우려했던 것처럼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렇듯 1회차 택견리그를 통해 다른 모든 제한규정들을 풀어준다 하더라도 손질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니, 2회차 택견리그가 열린다면 손질 타격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되 충분한 안전장구를 갖추고 경기에 임하게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안면 한판에는 2포인트를 주자.

4번 분석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안면 한판이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상대를 무력화시켜야만 인정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은 이상 기존의 안면 한 판이 가진 문제점은 거의 희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안면 한판 룰이 지금까지 택견계에 끼쳐온 영향을 아예 배제하는 것 또한 무리수적인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며, 한편으론 발로 얼굴을 맞추는 것 자체가 나름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5판 3선승제의 룰에서 안면 한 판이 2승의 가치를 주는 게 어떨까 싶다. 택견 경기는 기본적으로 실력을 겨루는 진지한 시합인 게 맞지만 명절날 마을간의 행사로 치루어졌던 오락적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 훌륭한 퍼포먼스에는 그만한 리턴을 주는 게 취지에 맞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택견 리그 2부가 안 열리는 게 함정....(담배)

 

그러고 보면 저장소 현모 얘기가 종종 나오던데 개인적으로 이 룰을 바탕으로 하는 건 어떨까 싶지만 게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냐? 가능하면 답변 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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