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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속 택견이 ‘근본’이 없는 이유(RE) - 完 -

익명_66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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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 속 택견(태껸, Taekkyeon)이 '근본' 이 없는 이유 시리즈]

1. 명시적으로 작중 인물이 택견을 사용한다 언급된 바는 없으나 택견식 기술 흐름/액션 묘사가 나오는 작품

2. 여러 모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지만 의외(?)의 고증들이 보이는 작품

3. 택견을 소재로 다루긴 하였지만 오류가 상당히 많은 작품

4. 택견을 핵심 소재로 다루었으나 망해버린 작품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로 아래 영상의 리뷰를 마치기 위해 찾아온 택견 사랑꾼 커피크림우유입니닷.

 

https://youtu.be/plnCIAj09ks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이렇게 마침내 마지막 편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이번 편에선 지난 시간에 예고한 바와 같이,『택견을 핵심 소재로 다루었으나 망해버린 작품』을 다루는 것으로 이번 리뷰 시리즈를 마무리 지어보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편의 불명예스러운 주인공은 어떤 웹툰이었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4. 택견을 핵심 소재로 다루었으나 망해버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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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에서 다룰 웹툰은 바로 글 신진우 / 그림 박수영 작가님의 웹툰 혈투입니다.

 

2018.04.29 ~ 2019.04.29 사이에 연재 되었던 작품으로, 아마 이런 웹툰이 있었나? 하시는 독자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일제 강점기 초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아버지가 무술 시합에서 판돈으로 걸어버린 누이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이 복수의 길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요컨대 한 줄로 혈투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일본인 무술가에게 빼앗긴 누이를 되찾기 위한 주인공의 복수 활극 

 

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실상은 극초반의 개연성이 박살난 스토리 진행과 그 헛발질의 여파를 끝내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탓에 결국 54화 완결이라는 사실상의 조기 종결에 가까운 결말이 나고 만 작품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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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리뷰를 위해 몇 년 만에 다시 보니까 암 걸려서 죽는 줄 알았어요!!!)

 

물론 이 작품에 단점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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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림작가셨던 박수영 작가님의 구력 덕분이신지 극화체 + 힘의 동선이 살아있는 묘사가 함께 어우러져 상당히 실감나는 액션 묘사가 일품일 뿐더러, 

 

작가님께서 자료 조사에 공을 상당히 들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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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잘 알려진 바 없는 구한말-일제강점기 시기의 한국 체육사를 고증하기도 하는 등. 

 

후술하겠지만 최소한 고증을 위한 자료 조사 만큼은, 당시 2010년대 중후반 시기 기준으로 나름 할 수 있을 만큼 해 내었다고 평가할 만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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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매체에 거의 드러난 적이 없던 택견 특유의 발차기 기법 중 하나인 '얼렁발질'까지 묘사한 것을 보면 자료 조사에는 정말 진심이셨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결과가 망해서 그렇지(...) 한국 웹툰 역사상 택견을 핵심적인 스토리 소재로 삼은 최초이자 유일한 작품이기도 하다는 나름의 의미도 있던 작품이 바로 혈투였기에,

 

저 만화가 조기 종결에 가까운 형식으로 마무리가 지어졌을 때 안타까워 하던 택견꾼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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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럼 서론은 이쯤 하도록 하고,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와서.

 

대체 어떤 오류와 스토리 전개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웹툰 혈투는 조기 종결에 가까운 형태로 마무리가 지어져야만 했으며,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경기를 일으키는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당수의 택견꾼들이 웹툰 혈투의 연재 종료에 대해 아쉬워 했다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웹툰 혈투가 보여주었던 고증적으로 괜찮았던 묘사들과, 반대로 작품의 발목을 잡은 오류들을 차례로 정리해 봄으로써 그 이유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고증적으로 상당히 괜찮았던 묘사

 

[1] 주인공의 아버지가 왕을 호위하는 시위대의 무술 교관이자 택견 고수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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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만악의 근원(...)으로서 주인공의 인생을 대차게 꼬아버린 주인공의 아버지는 구한말, 조선 왕실을 호위하던 친위 부대인 시위대의 무술 교관 출신의 택견 고수로 등장합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흔한 작중 허용 중 하나같이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고증적인 측면을 따져 보면 의외롭게도 이는 상당한 개연성을 지닌 설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선 말, 왕이 민심을 알아보기 위해서 나, 기타 여러 이유로 잠행을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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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무인들이 호송을 하면 신분이 들통나기 쉬우므로 뛰어난 실력의 택견꾼들이 왕을 호위했다.”

 

는 은사님의 증언에 기반한 결련택견협회 도기현 회장님의 칼럼 : https://www.taekyun.org/posts/column/28 이나,

 

일찍이 제가 올린 바 있던 『별건곤(別乾坤)을 통해 알아보는 조선왕실의 경호원 팔장사』글에서 언급된 순수하게 용력과 싸움 실력을 보고 스카웃 형식으로서 고종에게 발탁되어 『왕실의 사적 경호원 팔장사』의 우두머리가 된 이수영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의외로 조선의 고위층에게 있어 맨손 무술에 대한 수요는 결코 없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수영의 젊은 시절, 그가 불한당 두목의 목을 부러뜨렸던 기술 ‘목무장’)

 

그렇기에 왕과 왕실의 신변을 지키는, 현대로 치면 대통령 경호처라 말할 수 있을 시위대의 무술 교관이 택견의 고수였다는 혈투의 묘사는 

 

고증은 물론 개연성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적합한 설정이었다 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님께선 이러한 택견을 대체 누가 하였으며, 그들이 어떤 신분의 사람이었는가를 아래 [2]번 묘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2] 구한말 조선 군인들이 택견을 익혔다는 묘사

작중에서 주인공이 아버지를 잃은 뒤 몸을 의탁하게 된 외조부는 구식군, 

 

구체적으로는 구한말 시기 총융청(摠戎廳)·어영청(御營廳)·금위영(禁衛營) 등 3개 군영을 통폐합 하여 편셩 되었던 장어영에 속하였던 무술 교관이자 택견의 고수로 묘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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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발차기를 팔에 끼어 막고, 다른 한 손으론 상대의 목이나 가슴을 밀치며 내던지는 걷어내기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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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서 중단으로 올라오는 상대의 발차기를 받아내고, 각도를 틀어 발을 치워내는 막음다리-책상다리)

 

이 역시 상술한 [1]번 설정과 같이 고증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한편으로 역사적인 맥락을 잘 반영한 설정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한양에서 택견이 유행하였던 지역. 즉 윗대와 아랫대의 공간적 배경은 조선 후기 한양에 주둔하던 중앙군의 군영과 밀접하게 겹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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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이 윗대, 우측 하단이 아랫대로 윗대엔 훈련도감의 본영과 금위영이, 아랫대엔 어영청에 속한 어영창(창고)과 남소영, 그리고 훈련도감의 최대 규모 분영인 하도감이 위치했습니다.)

 

조선 후기의 중앙군. 특히 훈련도감은 2편에서 짤막하게 언급하였듯, 말단 병졸까지 전원 직업 군인으로 이루어졌던 군영으로,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하였던 세도 정치 시기에조차 왕실 차원에서 상시 약 6000여명을 유지하였던 조선의 가장 큰 규모의 중앙군이었습니다.

 

이는 임란과 호란에서의 전훈. 요컨대 종래와 같이 지방에서 병사들을 불러 모아 일정 기간 한양에서 근무하게 하다 다시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번상병 체제만으로는 수도 방위와 상비군 운용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깨달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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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저, 복장 통일도 안 된 것 봐라...)

 

조선 후기에 다다라 한양이 종래의 자급자족적 중세 도시에서 조선 팔도의 물산을 빨아들이는 대규모 소비 도시로 전환되고, 경화 사족 체제가 고착화됨에 따라 한양이 조선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정치, 경제적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면서 과거와 같이 수도를 버리고 파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현실에서 비롯된 변화였습니다.

 

따라서 조선 왕실은 군인 계층이라는 전례 없는 신규 계층이 한양 내에 대규모로 생성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양에 거주하는 군민 사이에서 병사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급료를 지급하여 상시 군인으로서 복무하게 만들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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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작가님의 훈련도감병 일러스트.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복장의 조선군과는 복장이 다른 것을 확인 가능합니다.)

 

특히 위 지도에 동그라미로 표시된 두 지역의 경우 구한말 시기 한양에서 택견이 성행하였던 곳임과 동시에 훈련도감 및 기타 중앙군 군영들에 속한 직업 군인들과 무관, 무예별감 등의 중인들이 주로 거주하였던 지역으로, 

 

대표적으로 하급 무관과 병사들이 상당수 거주하였던 왕십리의 경우 '하걸랑~' 과 같은 사투리가 만들어질 만큼 특유의 뚜렷한 지역색을 갖춘 지역이 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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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 두 지역 자체가 요즘으로 치면 하나의 커다란 군 관사나 다름없었다는 말입니다)

 

이렇듯 군영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역에서 택견이 성행하였던 역사적 기록을 살펴 보면 주인공의 외조부가 구식군 출신 무술 교관이자 택견의 고수였다는 설정은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https://youtu.be/OWkGfQ6Il2c

 

(사족으로 한 가지 재미있는 건 CQC에 나오는 동작들이 택견의 기술 흐름과 꽤나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군인들이 주로 했다는 점에서 수렴진화가 일어났던 걸까요? 조선판 크라브 마가?!)

 

이외에도 당시 구한말-일제 강점기로 이어진 한양 지역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혈투가 적절하게 고증한 것 중 한 가지는 바로 [3]번에서 후술할 투전판으로 대표되는 도박에 열광하는 사회 분위기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3] 구한말~일제강점기 시기 투전판이 활성화되었다는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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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투의 초반 이후, 주인공은 아버지의 원수인 일본인 격투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투전판의 격투 선수로 활동하게 됩니다.

 

물론 여동생을 찾는다더니 뜬금없이 지하격투장으로 들어가는 건 뭐냐, 혹은 주인공이 주도성 없이 너무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이 있던 등 어느 정도 호불호는 갈릴 수 있는 전개이긴 하였으나, 사실 이것은 시대 배경을 생각하면 아주 터무니없는 설정은 아니었습니다.

 

왜 그러냐면 실제로 조선 후기부터 시작해서 구한말-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이 ‘도박’이란 실제로 후기 조선 사회에 있어 누구라도 손에 꼽을 만큼 커다란 사회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뿌리 뽑지 못한 악성 종양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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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ꡔ刑政圖帖ꡕ중 ‘도박꾼 체포’)

 

이것은 [2]에서 상술한 것과 같이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한양이 상업 도시로 탈바꿈 되고, 조선 팔도의 물산과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변화로, 

 

유흥 및 소비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전근대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해 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성장통이자, 여러 홍역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조선 후기 농업 발달로 인해 늘어난 잉여생산물과 상업의 발달이 불러온 자본의 증대는 안타깝게도 세수의 증가와 산업 발달과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서의 변화보다는 전근대적 행정/사회 체제 하에서 부패한 관리들의 뇌물로 소모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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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나루터와 같은 물류의 중심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홍등가와 기방,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는 여러 악소배들을 중심으로 음성적 자본이 모이게 되면서 과거엔 동리나 방 안의 소소한 논두렁 도박판에 불과했던 판돈의 사이즈가 자연히 커지는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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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강의 나루터를 점거한 왈패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탁류는 임란 이전이 아니라 대동법이 시행되고 한강을 중심으로 활동한 경강상인이 대두한 조선 후기~구한말 시기의 시대 배경이었어야 더 고증에 맞는 작품입니다.)

 

그 결과 가혹한 세금에 고통 받다 지쳐 한탕주의에 눈이 먼 수많은 사람들이 노름빚으로 그나마도 있던 집안 살림살이와 전답을 잃는 것은 물론이요 가족까지 저당 잡히는 상황에서, 아예 수령이 도박판의 노름꾼들과 결탁하기까지 하는 등.

 

국가의 기강이 흐트러진 조선 후기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노름에 빠져 있었으며, 이는 당시 사회의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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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덱의 여행기. 조선, 1894년 여름 에서 묘사된 바에 따르면 

 

“조선인들은 이웃해 있는 만주인이나 중국인에 비해 훨씬 더 도박을 즐기는 민족이라 부르고 싶다. 조선인들은 열정적인 노름꾼이며, 많은 사람들이 노름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궁궐의 경비실에서 관청의 사무실, 사택이나 사원, 거칠 것 없는 시골길에서조차 가는 곳마다 조선인들은 담배를 피우며 노름하기에 여념이 없다.”

 

라 기록을 남길 정도였으니 얼마나 당시 시대상에 있어 도박이 일상화 되어 있었는지 짐작이 가능하실 듯합니다.

 

심지어 작중 시대는 일본제국에 의해 조선이 병탄됨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버린 어지러운 시기이다 보니 전형적인 망국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중 묘사와 같이 음지의 격투 도박이 활성화되었던 것은 상당히 괜찮은 고증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구한말~일제강점기 초기라는 시대의 음울함, 망국적 분위기, 그리고 폭력과 도박이 뒤섞인 사회상을 보여주는 장치로서는 꽤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이러한 투전판과 음지의 격투 경기를 집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혈투가 얻은 효과 중 하나는, 혈투 특유의 장점인 수려한 액션씬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는 점이기도 했습니다.

 

 

[4] 다양한 택견 발차기 공방을 부각한 액션 묘사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혈투에서 가장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극화체를 바탕으로 한 수려한 액션씬으로, 

 

특히 택견의 발차기 공방과 그 카운터 기법을 지금까지 나온 모든 웹툰 가운데 가장 상세하게 묘사하였다는 점이야말로 웹툰 혈투가 가진 특유의 장점이었습니다.

 

예컨대 아래 이미지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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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에서 내려찍히는 발차기(택견에선 옛법도끼발이라 부릅니다)를 양 손을 교차 시켜 받아낸 뒤 팔에 걸쳐져 있는 상대의 다리를 양 팔을 반전 시키며 허공으로 떨쳐 밀어내는 활갯짓 특유의 내려차기 방어법이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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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작중에서는 원거리에서 날아 들어가듯 사용되었다는 사소한(?) 오류가 있긴 하였으나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에서 턱으로 날아드는 근거리용 발차기인 발등발따귀를 힘 있는 액션씬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등,

 

일단 택견 특유의 발차기-카운터 공방만큼은 정말 작가님께서 각 잡고 파셨다는 확신이 들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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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택견 기술 고증이 잘 드러나는 장면 가운데 하나)

 

물론 작가님께서 백기신통비각술이라는 사서의 기록을 지나치게 의식하셨던 모양인지 택견을 하는 인물들이 솔직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중 날아차기 액션을 선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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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만화가 연재되었던 당시(2018~2019년)만 하더라도 택견의 전통적 손질 기법들을 보전하고 있던 유일한 협회인 윗대태껸협회가 현재와 같이 인터넷 상에 전격적으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던 시기가 아니었던 탓인지 

 

https://youtu.be/otq7b_rPI2o

 

위 영상에서 나타나는 양상과 같이 택견 특유의 활갯짓과 연계되는 손을 이용한 타격/그래플링의 형태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몇몇 한계점도 지니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일단 액션씬의 퀄리티만큼은 S급이라 할 수 있으며,

 

고증적으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 뿐. 비록 발차기에 한정되기는 하였으나 택견 다운 공방을 최대한 멋지고 임팩트 있게 묘사해 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혈투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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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그래서 저도 보는 내내 액션씬이 나오는 화만 기다리곤 했었죠.)

 

하지만 혈투가 이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결국 조기 종결 크리를 맞게 된 이유는 엄밀히 말하면 스토리 작가님의 역량(...)이 1차적인 문제이겠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론 '택견을 잘못 해석한 자료들까지 함께 무비판적으로 고증한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라고 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 고증적으로 괜찮았고, 혈투의 장점이었던 여러 묘사들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면 이제부턴 오류에 가까웠던 묘사와, 웹툰 혈투의 조기 종결에 영향을 끼치고 만 치명적 실수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고증적으로 옳지 않은 묘사와 치명적 실수들

 

사실 택견을 다루었다는 점이 만드는 호의적인 시선을 걷어내고서라도 일단 혈투라는 웹툰이 가졌던 여러 장점들을 정리해 보면 본래 혈투는 이렇게 비명에 갈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운 가족의 복수라는 테마와 매국노, 독립운동가, 조선인에게 호의를 가진 일본인 등.

 

수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뽑아낼 수 있는 일제강점기 초기라는 시대 배경과 힘과 동선이 살아 있는 S급에 가까운 액션 퀄리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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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선샤인, 밀정, 암살, 야인시대 등등. 구한말-일제강점기라는 저 시기의 매력은 이미 수많은 명작들로 그 가능성이 검증되었죠.)

 

비록 호불호가 어느 정도 갈리는 극화체라는 점과, 남성에 비해 여성의 얼굴 묘사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종종 나오곤 했으나 일단 작중 스토리만 맛깔나게 이끌어 간다면 시대배경과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캐릭터 + 액션 묘사를 통해 최소한의 저점이 보장될 만한 작품이 바로 혈투였습니다.

 

그러나 저 모든 장점을 극초반의 납득 안 가는 스타트가 말아 먹고 말았습니다.

 

네, 바로 후술할 개연성을 밥 말아 먹은 저 삼세판 드립으로 말미암아서 말입니다.

 

[1] 내기 상품으로 딸이 걸렸는데 삼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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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제의 장면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혈투의 초반부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일본인 격투가의 함정에 빠지고 말아, 결국 딸을 결투의 전리품으로 걸게 되고 맙니다.

 

물론 이 설정 자체는 지금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쾌하지만, 시대 배경을 고려하면 개연성이 없다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분명 구한말~일제강점기 초기에는 가부장적 질서가 강하게 남아 있었으며, 실제 도박과 빚으로 가족이 희생되는 일도 없지 않았기에, 주인공 아버지가 한심하고 무책임한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가 딸을 내기 대상으로 걸어버리는 전개 자체가 시대적으로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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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인간 부스러기가 한둘도 아닌 시대기도 했지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감히’ 내기 상품으로 딸을 걸게 만든 간악한 일본인 격투가와의 대결에서. 

 

심지어 압도적인 실력으로 승리를 한 것조차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이겨 놓았으면서 공격을 멈추고 승리 선언을 하는 걸로도 모자라, 추가로 삼세판으로 승부를 가려보자고 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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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보아도 느끼시겠지만, 이 극초반의 개연성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스토리 진행이 본래라면 더욱 멀리 날아오를 수 있던 혈투의 날개를 꺾어버렸습니다.

 

아버지의 저 삼세판 드립은 단순히 개연성을 붕괴시킨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를 관통할 복수극의 감정선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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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초반부로서 독자의 분노와 몰입을 끌어올려야 할 장면에서 오히려 독자에게 "대체 이 사람 뭐 하는 거지?" 라는 의문을 남기는, 200화, 300화를 꾸준하게 연재한 중견 작품에서도 나오면 댓글창이 화르르 불타버릴 만한. 

 

누가 보아도 납득이 가지 않는 사유와 행동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억지 진행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 초반 전개는 이후 스토리에서도 주홍글씨처럼 남게 되었고, 초반의 갈팡질팡한 스토리 라인이 슬슬 정리되고,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될 법 한데…? 라는 생각이 드는 참에 1부 완. 이라는 사실상의 연재 종료가 되는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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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조용히 해!)

 

문제는 이러한 납득 안 가는 전개가 단순히 스토리 작가의 미숙이었다고만 말하기엔, 지난 화의 격기 3반 리뷰 파트에서 제가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한 바 있던 '만들어진 전통'.

 

이른바 ‘왜곡된 택견식 상생공영 사상’이 정말 노골적일 정도로 느껴진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작중 묘사를 보면 마지막 화에서 극초반 주인공 아버지가 보여준 행동의 이유를 주인공과 투전판에서 겨룬 택견꾼 장칼의 입을 빌어 본때뵈기 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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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본래부터 택견의 문화가 그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혹은 그러는 것이 당연했다.’ 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러니까 본래부터 택견은 상대를 크게 해하지 않고, 일정한 절차와 예법 속에서 겨루는 것이었으니 아버지가 삼세판을 하자는 말을 꺼낸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뭐 이런 변명을 독자에게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지난 화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듯, 상생공영과 화합의 정신같은 얘기는 까놓고 말해서 현대에 택견이 스포츠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실하고 만 무술적 형태를 변명하기 위해 추가된 개념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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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구한말 최후의 택견꾼 송덕기 옹께서 제자분들께 택견을 가르치실 때도 동문들 사이에 의가 상하지 않도록 ‘너무 욱 하고 차지 마라’ 정도의 말씀은 하셨을지언정,

 

작중 묘사와 같이 귀하디 귀한 딸아이가 상품으로 내 걸린 상황에서도 상대를 배려해라, 끝장을 보지 마라. 이런 소위 '상생공영적인' 가르침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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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송덕기 옹께선 택견을 누가 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허허 웃으시며 깡패! 이 시방새로 깡패! 라고 답하신 분입니다.)

 

물론 택견에 놀이성, 공동체성, 마을 간 경기의 성격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구한말 당시의 택견 경기에 대한 증언을 살펴보면 명절날 동리 대 동리로 붙는 택견 경기의 경우 어른들이 시합을 벌이기 이전에 먼저 아이들끼리 시합을 벌이고, 그 이후 어른 대 어른으로 붙는 경우 

 

서로의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기술의 제약을 두고 시합을 벌였다는 것이 확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je4VBcDemiI

(이러한 면모는 무에타이와 상당히 유사하지만 좀 더 잔혹한 격투기인 미얀마의 레훼에서도 확인됩니다. 명절날 저렇게 치고 받으면서 히히 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세요!)

 

하지만 반대로 저런 마을 행사가 아닌 택견 시합의 경우, 한밤중에 택견꾼들이 횃불을 켜 두고 모여, 각 선수가 ‘이 시합에서 죽게 되어도 상대에게 책임을 물지 않게 하겠다.’ 는 각서와 함께 서로의 신분과 집안을 공개적으로 읊고 시합을 시작하였다 하는 증언이 전해지는데 

 

이는 다분히 스포츠라기보단 오히려 서로의 명예를 건 결투에 더욱 가까운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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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협회들의 말마따나 상생공영 이크에크보단 차라리 이런 분위기에 더 가까웠을 거란 것.)

 

요컨대 현대 mma 에서도 라이트 스파링과 하드 스파링이 나뉘며 아마추어 경기와 프로 경기의 규정과 허용 기술이 각기 다른 것처럼 

 

택견 또한 '단 한 가지의 경기. 단 한 가지의 규칙' 만 있었던 게 아니라 경기 형태와 금지 규정이 나이와 경기의 배경, 목적에 따라 다분히 유동적으로 오가는 식이었다 는 것으로 정리된다는 것이며, 

 

모 협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의 규칙! 하나의 분위기! 하나의 퓌러(Führer)... 아, 아니 상생공영 정신! 으로 칼라 마냥 이어져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지극한 무리수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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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씨름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로 하던 씨름의 형태, 규칙이 전부 제각각이어서 1927년, 독립운동가 여운형을 중심으로 창설된 전조선씨름협회의 조직 이후에야 우리가 아는 형태의 씨름이 완성되었습니다. 당연히 택견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자료들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투에서 택견을 저런 식으로 그리고 만 이유는 결국 작가님께서 자문을 구한 단체의 영향력을 이유로 들 수밖에 없으며,

 

작중 기술 묘사 및 전개를 보면(후술할 옛법 묘사를 포함) 작가님께서 혈투를 연재하기 위해 자문을 구한 협회는 결련택견협회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사실 결련택견협회가 웹툰 혈투의 자문 역할을 맡았다면 저런 식의 묘사가 나올 만한 개연성은 매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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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결련택견협회는 택견 경기란 본래 마을 축제이자 화합의 장이기에 선수의 부상을 입히면 안 된다는 철학에 입각해 대한택견회와 함께 경기에서 미들킥을 금지한 협회 중 하나로서, 

 

택견꾼 장칼의 입을 빌어 설명되는 만들어진 전통. 

 

다시 말해 '택견식 상생공영'을 매우 강하게 추종하는 단체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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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결련택견협회가 추구하는 택견 경기의 분위기는 위 이미지와 같은 마당놀이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보면 대체 어째서 작중 전개상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삼세판 드립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흥겹기 그지없는 마당놀이의 분위기를 기준으로 결코 상대를 부상시켜서는 안 되는 택견의 문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 삼세판 관념이 섞여 들어가 버린 것이죠.

 

지나친 과장 내지는 음해 같다구요? 그럼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그게 아니라면 저 전개가 납득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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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으로 어디까지나 외부인일 수밖에 없는 작가님으로썬 자문을 담당하는 단체가 '본래 택견은 그러한 문화를 가졌다' 고 강하게 어필을 한다면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그럴 리가 없다!' 라고 생각하며 자문 단체의 자료를 쌩무시 하는 게 오히려 더 비현실적인 상황에 가깝죠. 그럴 거면 자문 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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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케이스에선 차라리 이런 마인드가 더 나았을 거란 게 함정입니다만(...))

 

물론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생각해 '아무리 그래도 이건 독자의 반발을 너무 부를 전개다.', 라고 판단하고 삼세판 같이 독자들의 어이를 날려버릴 진행이 아니라

 

일본인 격투가가 몰래 챙긴 단검과 같은 암기에 의해 주인공의 아버지가 결투 도중 상처를 입게 되었던지, 

 

혹은 일본인 격투가가 정말 너무나도 강한 괴물급 인물이라 필사적으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중과부적으로 패하고 말았다고 한다면 상술한 개연성 논란도 없었을 것이고, 복수극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걸맞는 스토리 전개가 되었을 것이기에 참으로 아쉽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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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타도해야 할 대상이 강할수록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강해진다는 걸 생각해 보면, 냉정하게 말해 작가님의 스토리 선구안도 영…. 이긴 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실 혈투의 문제점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독자들을 심히 짜치게 만든 또 하나의 오류가, 심지어 택견과 관련된 오류가 하나 더 있었거든요(...)

 

 

[2] 세상의 온갖 무술을 종합했다? 택견의 금지된 비기 옛법택견?

 

두 번째 문제는 주인공의 외조부와 관련된 설정에서 불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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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에게 택견의 기술 딴죽을 거는 외조부)

일단 상술한 것과 같이 작중에서 주인공의 외조부는 본래 장어영의 무술교관이자 택견 고수였으며 복수를 갈구하는 주인공에게 아버지에게는 인성 문제(...)로 인해 가르쳐주지 않았던 옛법과,

 

본인이 장어영 교관으로 있던 시절부터 정리해 온 세계 각 국의 무술들(무에타이, 카포에라 등등…)을 가르쳐 줌으로써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조력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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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까지만 서술해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시겠지만

 

일단 작중 시점은 3.1 운동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으로써, 아무리 멀리 잡아도 1920년대 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중 주인공의 조부가 무술교관으로 일하였다는 장어영은 1881년(고종 18년) 조선 정부가 개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의 5군영(금위영·어영청·총융청)을 통폐합하여 신설한 군영으로, 1882년 임오군란 이후 해체되고 만 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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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다! 저기에 바로 쌀이 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시기를 길게 잡는다 해도 주인공의 외조부는 1870~1890년대까지 군 생활을 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인터넷은 커녕 조선에 첫 철도가 놓이기도 전부터(1899년에 조선 첫 철도가 개통되었습니다) 수많은 중국권법과 서양의 다양한 무술들, 심지어 무에타이와 카포에라까지 기술 한두 수 정도가 아니라

 

아예 교본(...)까지 만들 정도로 상세하게 정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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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조금만 생각해도 개연성 적으로 이게 말이 되겠냐??? 싶으시지요?

 

네, 실제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묘사는 독자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렀습니다.

 

그나마 황해만 건너면 떡하니 산동 반도가 있고, 임오군란 시기 이후 실제로 약 10여년 간 청군이 조선에 주둔하기도 하였으니 형의권이나 팔괘장 등의 북파 중국권법 같은 경우 개연성 적인 측면에선 말이 안 될 것은 없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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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의 진압을 위해 조선으로 넘어왔던 청나라 군사들)

 

비슷한 이유로 일본의 가라데와 유도, 그리고 개항 이후 들어온 서양인들로부터 퍼진 레슬링 복싱 등을 무관 출신이던 주인공의 외조부가 접한 것은 스토리텔링만 잘 진행한다면 독자들에게 충분히 납득을 시킬 수 있겠으나 

 

무에타이는 둘째치고, 이역만리의 브라질 무술 카포에라의 교본까지 외조부가 정리해 내었다는 건 솔직히 말해 무리수 중의 무리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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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딴 나라도 아니고 브라질이에요 브라질. 지구 반대편 국가(...)의 무술, 심지어 노예들의 무술을 뭔 수로 교본으로 만들었단 겁니까???)

 

그렇다면 대체 어째서 이런 무리수적인 전개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말하기 싫지만, 그것 또한 [1]번 오류와 마찬가지로 작가님의 고증 자문이 결련택견협회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입니다(...)

 

상술한 것처럼 결련택견협회는 택견식 상생공영을 매우 강하게 추구하는 단체로,

 

1985년에 정립된 현대 택견 경기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택견의 손기술 등의 기술들을 전부 ‘옛법’ 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택견의 전통적(?) 반칙기이자 일격으로 상대를 절명 시킬 수 있는 필살기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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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련택견협회의 옛법에 대한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만화의 한 장면)

 

다만 이러한 옛법(?)을 배제한 결련택견협회의 택견 경기가 mma의 대중화 이후 보는 눈이 높아진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결련택견협회의 황인무 선생을 중심으로 약 2011년부터 연구를 시작.

 

2018년을 기점으로 대중에게 『옛법택견』이란 이름으로 ‘만약 택견이 현대 격투기화를 겪었다면 어떻게 발달되었을까?’ 라는 컨셉으로 다가감으로써

 

양감독이 주최한 천하제일 무술대회에서 활약하기도 하는 등, 한때 상당한 화제가 되기도 하였었죠.

 

https://youtu.be/ZJf-HjC1uqE

https://youtu.be/ZBK2h4-Qbyg

 

그러나 이러한 옛법택견은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옛법택견의 기술적 레퍼런스를 담당하시던 결련택견협회의 도기현 회장님께서 송덕기 옹께 택견을 배우신 경력이 4년을 약간 넘는 기간이셨던지라

 

활갯짓을 비롯한 택견의 손기술 전반을 거의 배우지 못하신 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음…. 전 말을 아끼겠습니다.)

 

사실이 이렇다 보니 옛법택견은 지난 3편에서 익히 언급한 것과 같이,

 

개발 과정에서 결련택견협회에 제대로 전수되지 못한 손기술의 디테일을 채우기 위해 복싱, 영춘권, 무에타이 등등의 타류 무술에서 여러 기술들을 따 오며 구성되었습니다.

 

https://youtu.be/tgyg7sAbwZg

(마침 황인무 선생님께서 굉장히 마당발이시기도 하신 데다, 복싱과 영춘권 경력이 있으시다 보니 기술 도입이 어렵지 않았다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말하면 작가님에게 자문을 제공해 주던 결련택견협회의 커리큘럼 자체가 근본부터 반쪽짜리라는 의미였으며, 그러한 결과는 작중에서도 ‘오직’ 발기술 공방만이 택견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실제로 본래 택견의 기술 중에선 아래 움짤들과 같이 팔굽을 쓰는 기술도, 무릎을 쓰는 기술도, 심지어 무에타이에서 자주 쓰이는 로우킥도 전부 포함되어 있건만, 

 

 

 

 

 

 

 

정작 작중에선 아래 이미지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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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택견에는 로우킥도, 엘보도, 니킥도 전부 없었으나 마치 주인공의 외조부가 수집한 무아이보란의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주인공이 그것을 사용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으며,

 

충격적인 사실은 택견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달치기마저 단순히 무릎으로 상대를 친다는 이유로 무아이보란의 무릎치기에 영감을 받은 것처럼 서술 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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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대체 왜 무에타이 기술이야...!)

 

다시 말해 택견의 전통적 손기술을 제대로 전수 받지 못한 결련택견협회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자문의 디테일에 한계가 있다 보니 작가님의 입장에선 액션 장르로서 필요한 묘사를 결국 옛법택견의 전례를 따라 다른 격투기들로부터 따 올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라도 위에 언급된 것과 같이 개연성적으로 무리수에 가까운 설정을 알면서도 밀고 갈 수밖에 없던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란 것이죠.

 

결국 불완전한 자문의 결과, 혈투는 택견을 핵심 소재로 삼았음에도 택견 안에 있던 수많은 기술적 가능성을 외국 무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처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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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문을 담당한 단체가 ‘택견엔 그런 기술 없어요.’ 라고 단언을 해 버렸다면, 작가님의 입장에선 본인이 아예 창작을 하던지, 아니면 해당 단체에서 최대한 비슷한 내용을 참조하던지 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

 

어쨌든 초반에 있었던 [1]번과 [2]번 이슈로 인해 웹툰 혈투의 개연성은 연재 초기부터 크게 흔들리고 말았으며, 갈팡질팡하는 스토리 라인과 그림 작가님께서 여성을 매력적으로 그리지 못하신다는 악재까지 겹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기 종결에 가까운 형태로 연재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택견을 핵심 소재로 다루며 시작한 야심찬 출사표와는 반대로 너무나도 초라한 마무리였죠.

 

 


 

3) 그렇다면 혈투는 어떤 작품이었나?

 

개인적으로 저는 혈투를 이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빨리 나와 버린 비운의 작품."

 

분명하게 선언하는 바이지만 혈투는 결코 대충 만든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료 조사에 한 없이 진심이었고, 시대 배경도 잡으려 했으며, 액션의 질 또한 충분히 좋았고, 택견을 핵심 소재로 삼겠다는 야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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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혈투가 나온 시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2018~2019년 당시에는 윗대태껸협회가 지금과 같이 대대적으로 기술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었기에 택견의 전통적 손질, 활갯짓, 장타, 도끼질, 태질, 발질의 실제 용법을 보여주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https://youtu.be/otq7b_rPI2o

https://youtu.be/szSCNElWLVw

https://youtu.be/REWzDVCHjoU

(이러한 자료가 공개된 것이 고작 1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님의 입장에서는 기존 협회 자료와 기존 택견 홍보 이미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기존 자료 안엔 상생공영, 이크에크 등등의 여러 잘못된 프레임과 옛법택견과 같이 잘못 사용하면 작품 전체의 개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를 가진 내용들이 즐비하였음에도 그 누구도 그러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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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작가는 외부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외부인이 자문 단체나 기존 자료에서 “택견은 원래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 라고 설명을 들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자문을 받아 놓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하고 무시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언급된 혈투의 오류들을 단순히 작가 개인의 잘못이라 말하는 건 오히려 논점 회피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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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초반 전개를 조진 건 작가 잘못이 맞긴 하지만 말이야...)

 

오히려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잘못 그 이상으로 당시의 택견계가 창작자에게 충분히 정리된 기술 자료와 해석 기준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몇 배는 더 크다 보는 것이 맞으며, 이러한 책임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러한다면 결국 제 2, 제 3의 혈투가 등장할 뿐이고, 택견의 이미지 또한 언제까지고 개선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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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을 안 하면 이크에크 하는 꼴을 영원히 봐야 해요 시바!!!)

 

정리하자면, 결과적으로 혈투는 택견을 사랑하려 했으나 정작 택견계가 창작자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택견의 모습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던 시대에 나와 버린 작품이었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비극이며, 택견 그 자체의 비극이었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4)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이것으로 길고 길었던 『한국 웹툰 속 택견이 근본이 없는 이유』 시리즈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웹툰 작가들이 택견을 못 그렸다”가 아니며, 오히려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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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하이스쿨은 택견을 호쾌하게 묘사하며 택견을 나약하게 생각하는 대중들의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하였고, 격기 3반도 기존의 이미지 안에서 택견을 이해하려 하였습니다.

 

혈투는 아예 택견을 핵심 소재로 삼고, 시대 배경과 액션까지 진지하게 준비하기까지 하였죠.

 

하지만 이러한 작가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택견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반복적으로 이상하게 그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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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잡고 뒤틀었다면 차라리 웃기게나 할텐데 말이죠...)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요? 제 결론은 이것입니다.

 

"창작자들이 택견의 근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택견계 그 자체가 창작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정리된 근본을 너무 늦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크에크 상생공영.

얼쑤 좋다 덩실덩실 품밟기.

옛법택견의 신화화.

손질과 활갯짓의 부재.

오염된 방송 자료.

협회별로 충돌하는 설명 등.

 

이런 수많은 정정 되지 못한 오류와 왜곡들이 쌓이고 쌓여, 창작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택견의 모습 자체를 굴절 시키고, 뒤틀어 버렸으며, 이것이 웹툰 속 택견의 모습을 근본 없게 만들었습니다. 

 

네 다른 누구도 아닌, 택견계 스스로의 손에 의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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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지만, 이건 분명한 현실이자 택견계 전부가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그렇기에 비록 늦었으나 지금이라도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택견을 단순한 민속놀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손질과 발질, 태질과 장타, 활갯짓과 품밟기, 군영과 도시 격투문화, 왕실 경호와 근대 체육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으며, 그것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https://youtu.be/OzlG8RSKZtw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은 택견이 무술이라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몇몇 협회에겐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는 것이지만요.)

 

그래야 다음 창작물에서는 택견이 더 이상 이크에크 하며 덩실덩실거리는 이상한 형태의 놀이가 아니라, 한국형 액션의 강력한 소재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부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극악무도한 택견 사랑꾼, 커피크림우유였습니닷.

 

 


 

펨코에서 약 1주일 동안 연재한 시리즈가 마무리되어 저장소에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다른 시리즈가 마무리되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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