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김두한과 송덕기 옹의 일화

익명_57049070
408 1 14

인터넷 상에 김두한과 송덕기 옹에 대한 일화가 떠돌아서 그 일화에 대해 한 번 적어보려 한다.

 

아래 글에서 한 갤럼이 김두한이 송덕기 옹과 표검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화가 있던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우미관 패거리의 두목 김두한과 무술인 송덕기의 갈등이었던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일은 김두한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 자기가 저질렀던 흑역사 그 자체였을 일이다 ㅋㅋㅋㅋㅋ

 

그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당시 김두한은 18세였다. 젊은 시절의 김두한은 종로 근방에서 알아주는 망나니로, 하두 설치고 다녀 종로에 살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 이름 석자는 들어보았을 정도로 저명한 시장바닥 양아치였다. 그런데 꼴에 싸움은 꽤 잘해서 비슷한 연배의 주먹패한테 나름 인정은 받았다는 모양이다. 당시 김두한이 대략 어떤 이미지였느냐면, 대충 한창 관심병에 걸려서 팔에 용문신 하고 나 MMA 하네, 오늘은 어느 도장에 들려 도장깨기를 할 거니 별풍선 부탁하네 하면서 인방틀고 다니는데 의외로 싸움은 꽤 하는, 허파에 잔뜩 바람든 잉여인간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그런 김두한이가 어느날 조선극장에 영화를 보려 들렸다. 당연히 근자감으로 똘똘 뭉친 김두한이는 표를 돈 주고 사지도 않았고 검표를 하던 접수원에게 마! 니 나 모르나! 하고 을러대면서 오늘도 공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은밀한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두환이를 "지랄은 거기까지다!" 하고 멈추어 세웠던게 바로 조선극장의 기도를 서고 있던 송덕기 옹이었다는 거다.

 

당시 송덕기 옹은 40대에 갖 들어갔던 장년인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최초의 프로축구선수로도 활동했던 스포츠 인이었다. 그런데 제 1회 서울-평양 프로 축구대회가 선수와 선수, 관중과 관중이 서로에게 스트레이트와 날아차기를 날렸던 기적의 난투전(...)으로 끝이 난 이후, 축구선수를 그만두셨던 송 옹은 몇년간 서울바닥의 투전판을 전전하며 타짜 분위기에 흠뻑 빠진 삶을 사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송덕기옹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셨던 집안 삼촌의 대체 언제까지 그따위로 살텐가! 라는 권유에 송덕기 옹은 삼촌이 운영자(소유자는 아님)로 있던 조선극장의 기도로 근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송덕기 옹이 기도를 서는 그 날 김두한이가 무전관람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당연히 기도로써 저런 불순분자를 걸러내야 했던 송 옹은 끌려나가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나가라고 설득을 했는데 우리의 두한이의 대답은 이거였다.

 

"아즈씨, 요즘 애들은 한성질 하거등요? 예-?"

 

하하 이새끼 하하.

 

당연히 송덕기 옹으로써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40대 초반이었던 송덕기 옹에게 김두한은 자기 아들뻘 되는 놈이었고, 지금보다 훨씬 연배에 대한 권위가 강했던 당시 구한말 사회에서 김두한이 보인 반응은 과연 김두한이라는 저 문제적 인간이 얼마나 안하무인이었는가를 증명하는 훌륭한 인감도장이었다. 당연히 송덕기 옹의 반응은 이거였다.

 

"그 애가 커서 된게 나다 이 ㅈ만한 새끼야"

 

그러고 송덕기 옹은 냅다 양 손으로 김두한의 목에 칼잽이를 먹여서 몸을 붕 뜨게 만든 다음 발에 딴죽을 쳐 버려서 천하의 버르장머리 없는 호로새끼를 벌러덩 바닥에 자빠뜨려 버렸다. 현재로도 거구로 통할 그 몸이 밟힌 개구리마냥 꽥 하고 바닥과 찐한 키스를 했다는 거다. 그런데 불의의 기습을 당한 김두한이 반격을 했느냐? 아니, 못했다. 아무리 싸움에 자신이 있다는 김두한이었지만 차마 송덕기 옹에게 덤빌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왜냐고? 간단하다.

 

김두한이 서울의 1세대 주먹패였다면 송덕기 옹은 당시의 서울에서 무술 한다고 하는 사람이면 대충 이름 석자는 한번쯤 들어보거나 몇 번 교류가 있었을 정도로 저명했던 모-던한 스포츠맨이자, 동시에 서촌 일대에서 구제불능의 한량으로 이름 높았던 0세대 주먹패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나도는, 소위 김두한이 송덕기 옹과의 갈등에서 자기 체면 차리면서 얌전히 물러나거나 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새파랗게 어린 건달놈이 이제는 그쪽 업계에서 손 털고 가게에서 기도로 일하던 전설의 주먹한테 줘터지고 빤쓰런했다는 게 해당 일화의 진실이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태껸은 강합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태껸을 익히면 저런 건달쉑들을 한방에 보낼 수 있습니다! 님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태껸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여하튼 오늘의 뻘글은 여기까지. 재미없는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다 ㅋㅋ. 다들 좋은 하루 되라

 

---------------------------------------------------------------------------------------------------------------------

 

참고로 김두한이 태껸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어도 어깨너머로 익혔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사범님도 꽤 높다고 하시더라. 왜냐하면 어렸을 때 김두한이 살았던 청계천 다리밑 주변에서 태껸꾼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겨루는 태껸판이 자주 열렸다고 하거든. 우리도 MMA 보고 막 기술 흉내내고 그러는데 어렸을 때부터 태껸을 하는걸 구경했다면 그 거구가 발차기를 주로 썼다는게 그렇게 이상한 건 아니라고 하시더라.

신고공유스크랩

한달이 지난 게시글은 로그인한 사용자만 토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