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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소드 검술과 택견, 그리고 조선검술 간의 관계

익명_24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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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검술러다. 사실 윗대태껸 사범님께 따로 문의한 내용이지만 나중에 그 분들도 보시기 편하라고 글 씀.

 

근데 택견꾼들한텐 다소 김새는 내용일 수도 있다. 결론이 검술판에서나 중요시하는 걸로 귀결되거든... 택견은 중간에 거쳐가는 통로일 뿐이고.

 

아무튼 이역만리 색목인들의 장검술이랑 조선토종무술 택견이 뭔 상관인가 싶겠지만 의외로 유사점이 있다.

 

마이너 무술 하는 사람끼리 통하는 게 있는지 윗대태껸 하는 분들이 가끔 롱소드도 접하는데 윗대 3년, 7년씩 배운 분들은 '어 이거 택견에도 있는 건데' 하는 반응을 많이 함.

 

다음은 리히테나워 검술의 대원칙이다.

 

1) 자세에서 자세로 이동하는 과정 그 자체가 공격이자 방어.
2) 공격이 곧 방어이고 방어가 곧 공격
3) 공격으로 방어하라. 상대에게 위협을 주지 못하고 그저 막기만 하는 것은 나쁜 것.
4) 큰 공격은 셋업용. 맞으면 좋고 막히더라도 상대의 무기를 휘감고 돌리고 꺾고 밀쳐서 길을 연다.
5)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부어서 주도권을 쥐어라.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영상 참조)

쉽게 이해하는 15세기 리히테나워 검술 특징

약간 더 자세히 알아보는 리히테나워 전투의 예술

 

이 중에서도 리히테나워의 아이덴티티라면 1)과 4)다.

 

1)에 대해서는, 리히테나워에는 기본자세(옥스, 폼탁, 플루그, 알버)와 보조자세(랑오트, 쉬랑크훗, 미틀훗, 나벤훗 등등)들이 이 기본자세와 보조자세를 오가는 동작 그 자체가 공격이자 방어라는 뜻이다.

 

https://youtu.be/FDQh5KENE0M?list=PLT_O0VTJFZDAqjzdCy-ReXQklEN0ZeAyP

(00:26 8가지 뷘든의 예시 참조)

 

리히테나워의 간판기술이자 헬리콥터처럼 칼을 수평으로 빙빙 돌리는 걸로 유명한 즈베히하우(=즈버크하우)도 옥스에서 옥스로 이동하는 동작이다.

 

재미있는 건 태껸에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image.png

image.png

 

이 기본 4가지 겨누기 자세를 오고가는 연결동작 자체가 활갯짓이고 얼르기이고 타격이든 유술이든 이뤄진다는 거. (아직 윗대 2달 좀 안 되게 배워서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4)는 특히 리히테나워에서만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중세 롱소드 검술은 독일 리히테나워랑 이탈리아 피오레가 있고 두 검술 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2개 유파 외에 짜잘한 유파들이 더 있는데 자료가 부족)

 

리히테나워의 가장 큰 특징은 '뷘든(=winding)'이라는 짧은 베기가 중시된다는 거. 이름 그대로 휘감고 돌리고 꺾는 베기다. 검끼리 하는 유술기라고 봐도 좋다.

 

피오레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지의 일반적인 검술들은 내려베기, 사선베기, 올려베기 등 큼지막한 베기로 승부보는데 오직 리히테나워만 이 휘감아 돌리는 짧은 베기를 중시한다.

 

https://youtu.be/lVWr2Hrww4E

 

위는 리히테나워/피오레/조선세법/중국형초장검 비교 영상인데 타 검술에 비해 리히테나워는 칼끼리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엉키는 경향이 보일 것이다.

 

참고로 롱소드와 같은 양날검(사인참사검이랑 비슷) 쓰는 조선세법은 피오레와 비슷한 풍격이다. 이쪽도 큼직큼직한 베기 위주. 외날곡도를 쓰는 본국검, 예도총보도 마찬가지다.

 

그럼 조선이랑 리히테나워랑 아무 상관이 없는 거 아니냐? 맞다. 그게 중론이었다.

 

근데 최근에 택견의 고대세가 검술에서 왔다는 송덕기옹피셜의 증언을 접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舊俗有手術 古自劍技而來 對坐相打兩手去來 如有一手失法則更打倒 名之曰

옛 풍속에 손기술이 있는데 옛날의 검을 쓰는 기예로부터 왔다. 마주 앉아 서로 양 손을 오가며 치는데, 만약 한 손이 법칙을 잃으면 곧 맞아 쓰러진다. 이름은 수벽치기라고 한다.
『해동죽지』 「수벽타(手擗打)」

 

택견이랑 같이 엮여서 자주 언급되는 해동죽지의 수벽치기를 보면 '검을 쓰는 기예'로부터 왔다고 하는데, 택견도 그와 같은 전승이 있던 것이다.

 

고대세는 사용례의 영상을 찾아볼 수 없지만 검도만 해본 사람도 고대세는 그 모습을 한번 보면 바로 검술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윗대사범님들 말로는 고대세뿐 아니라 본세와 팔짱끼기 등 활갯짓 전반이 무기술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https://www.youtube.com/shorts/gLx75U4ujjU?feature=share

https://www.youtube.com/shorts/CGe4N-poqYE?feature=share
https://www.youtube.com/shorts/xrBr_HEChRM?feature=share

 

실제로 태껸의 손기술들은 끈적끈적하게 달라붙고 타격과 유술이 구분되지 않고 리히테나워의 뷘든과 굉장히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https://youtu.be/nS60omrdLsQ

 

조선세법의 좌익세, 우익세, 전시세, 염시세 같은 기법들은 리히테나워의 주력기인 칼 휘감아 쳐내기나 뒷날치기가 보이는데 재미있게도 전부 익(翼)이나 시(翅)처럼 날개를 뜻하는 글자들이 들어 있다.

 

덕분에 조선세법에 대한 시선이 다소 달라졌다.

 

피오레가 아니라 15세기 초창기의 리히테나워와 더 닮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아니면 조선세법 베이스로 리히테나워와 같은 원리를 공유하는 검술이 만들어졌거나.

 

image.png

조선세법 횡충세. 이름의 뜻도 즈베히하우와 똑같은 '가로베기'인데다 양손과 양발을 상황에 따라 오간다는 점이나 둥글게 공격한다는 점, 옥스 자세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즈베히하우와 일치하지만 리히테나워 특유의 썸그립이나 뒷날베기 등의 서술이 없기에 즈베히하우랑 다르게 그냥 허리베기를 상단에서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근데 이게 이제는 같아질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독일-조선의 검술끼리 뜬금없이 엮는 것 같지만 이미 일본검도와 유사하게 좌우 내려베기 연격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한스 폴츠의 검술이나 같은 부위를 3번 연타하고 들어가는 등의 쾰너 싸움책 같이 아시아-유럽 간의 수렴진화 사례가 있다. (아까 말한 짜잘한 유파들)

 

리히테나워는 그동안 전세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검술로 여겨졌지만 택견과 조선세법이 그 관점을 깨뜨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3줄 요약

1. 태껸은 전투철학과 기법의 풍격이 리히테나워랑 비슷하다.

2. 근데 태껸이랑 조선검술이랑 공유하는 이치가 있네?

3. 그럼 조선검술도 리히테나워랑 비슷했던 거 아님?

 

 

(참고로 위 내용은 아직 100% 확인된 건 아니고 사범님들 보여드리려고 쓴 거라 팩트체크 받고 수정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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