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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과 무예도보통지 권법 간의 관계 정리

익명_486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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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글에 댓으로도 썼지만 예전에 이거 궁금해하던 사람 있던 거 같아서 좀 더 보론을 덧붙여서 글로 정리해봄.

 

무예도보통지 권법의 원래 이름은 태조장권이고 기효신서 체제 도입할 때 중국에서 건너옴.

 

태조장권과 택견 사이의 관계는 옛날부터 미스테리였음. 둘 다 훈련도감 무관들에 의해 수행되었는데 기술 명칭이나 체계는 겹치는 게 거의 없거든. 발력법이나 동작 몇 개는 외견상 비슷해 보이는 게 몇 개 있긴 한데...

 

무예도보통지 무술끼리는 기술명 공유하는 게 많은데 택견은 희한하게 따로 노는 편이었지.

 

이를 보면 태조장권은 생각보다 조선군 내에서 지배적인 무술 문화의 위치를 점하지 못한 것으로 보임.

 

지배적인 위치가 뭔 말이냐면 현대에는 복싱이나 MMA가 메이저이기 때문에 동양무술판에서도 원투 스트레이트, 훅, 클린치, 테이크다운, 그라운드 같은 영미식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단 말이지. 비슷하게 롱소드 검술판에서도 검도가 메이저의 위치를 차지하고 검도 경험자가 많기 때문에 상중하단, 타돌, 잔심, 키리오토시 같은 검도 용어를 많이 씀. 

 

태조장권이 중국에서는 메이저였기 때문에 태극권 같은 현대무술에도 아직도 태조장권 용어가 남아 있음.

 

근데 택견은 태조장권의 흔적이 전혀 안 보인단 말이지. 즉 조선군 내에서 태조장권은 생각보다 마이너의 위치였단 건데...

 

그럴만한 게 이미 무예도보통지 권법 서문에서도 기술도 10개나 빠져 있고 2인이서 합 맞추는 것도 안 되고 있다고 적혀 있음.

 

군용제식무술이란 말 때문에 자주 간과되는 점인데 조선군은 생각보다 제식을 잘 안 지켰음. 환도도 원래 정촌카타나랑 비슷한 길이가 제식인데 군용환도유물 보면 그보다 짧고 얇은 물건 천지이고 쌍검도 제식 다 쌩까고 대충 짧은 칼 아무 거나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왜검도 김체건이 8유파 가져온 거 무예도보통지 시점에선 4유파로 줄어들고 그마저도 다 안 해서 운광류 하나만 하고 있다고 하고 무예도보통지보다 불과 20년 뒤의 융원필비 시점에선 장창이랑 월도도 사라지고 웬 단창이랑 조선식 폴암이 보임. 그마저도 해외반출무기들 보면 융원필비보다도 더 짧아져 있고.

(오죽하면 연구자 분이 이 망할 나라는 매뉴얼, 디테일이란 게 없고 모든 게 다 가라라면서 울분을...)

 

그래서 제식이란 것에 너무 매몰되면 제식 외의 실재를 담은 자료들을 놓치게 됨.

 

조선군 입장에서도 태조장권을 외면할 만한 이유가 충분한 게 조선군인들은 (현대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귀찮은 걸 겁나게 싫어함. '우리나라 검술'이라고 자랑스럽게 이름붙인 본국검도 너무 복잡해서 19세기 어영청중순등록 보면 응시율이 0.2%밖에 안 되고 제일 간단한 쌍수도랑 제독검만 함.

 

근데 태조장권은 

 

1. (전쟁 없어서 별로 쓰지도 않는) 무기술용 체조

2. 무과시험 과목도 아님.

3. 32세로 세법수도 많고 투로도 2인이서 같이 해야 함. 둘 중 하나라도 투로 못 외우면 연습 안 됨.

4. 중국 일본서 배워온 무기술과 다르게 맨손무술은 전승 안 끊김. 씨름 같은 건 옆집 머슴 춘식이도 할 줄 앎.

5. 실제 돈줄이 오가는 부업용 경기판, 도박판, 석전판에서 쓰이는 건 택견, 수박, 씨름.

 

조선군 입장에선 '왜 함?' 소리가 나올 수밖에.

 

어쨌든 제식이고 윗사람들이 시키니까 하긴 했을 텐데 군대태권도처럼 최소한의 보여주기로만 가라로 대충대충 했을 것이고 부대에 따라서는 안 하는 데도 많았을것.

 

이런 정황을 모두 따져서 결론을 보자면 '태조장권의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았겠지만 크지도 않았을 거'란 거지.

 

그렇다고 택견과 무기술의 관계까지 부정되느냐 하면 그건 아님.

 

사람 몸이란 게 여러 무술 체계를 동시에 쑤셔넣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훈련도감 무관들도 택견하던 그 몸짓으로 칼 쓰고 창 휘두르고 했을 거라서.

 

그리고 택견이 태조장권의 후계인 태극권이랑 신법이랑 보법이 비슷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이게 태조장권에서 왔는지 무아이보란처럼 수렴진화인지는 알 수 없음) 태극검 잘만 쓰는 거 보면 택견의 몸 쓰는 요령으로 무기 쓰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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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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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익명_144526
이렇게 정리해서 보니까 진짜 태조장권을 익힐 이유가 하나도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몇백년 앞선 군대 태권도였구만.
17:15
1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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