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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과 서브컬쳐를 꽤나 먹어본 숙련된 누렁이로서

익명_25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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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을 작품의 소재로 쓰기 어려운 이유를 정리해 줌. KakaoTalk_20240830_170221118.gif

 

편하게 음슴체로 이야기함.

 

1. 일단 현재 웹소설의 주요 테마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 무협 세계관에서 택견은 절대로 사용될 수 없음.

 

이건 웹소설 짬이 조금만 되어도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인데, 왜냐하면 이미 저런 세계관은 일종의 공식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임.


예를 들어서 무협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마교와 혈교, 정파와 사파가 있다던지, 판타지에서는 검사와 마법사, 드워프와 엘프가 있고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 길드가 있다던지. 대충 이런 식으로 해당 장르를 보려는 독자들이 기대하는 국밥같은 설정들이 존재함.

 

문제는 그런 세계관에 있서 우리가 창작물의 소재로 써먹고 싶어하는 택견은 정말 완벽한 이물질이란 것임.

 

일단 저 세계들에 택견이 끼어들어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대략 『빙의』 와 『환생』이 있을텐데, 사실 웹소설이나 서브컬쳐들의 주인공들은 굉장히 다양한 현실의 능력들을 가지고 저런 판타지 세계나 무협 세계관에 떨어지긴 함.

 

예를 들어서 현생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던가, 물리학을 전공했다던가, 혹은 좋은 커리어를 가진 중화요리사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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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중화요리사였던 웹소설. 최근엔 웹툰도 나왔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택견이란 소재는 저런 판타지와 무협 세계관에 있어 절대로 유니크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임. 정확히 말하면 대체되기 굉장히 쉬운 위치에 있다고 해야 하나?

 

꽤 많은 사람들이 접해봤을 무협을 예시로 들자면 무협에서는 막 풀잎을 밟고 날아다니거나 손이나 칼에서 강철도 자르는 검기를 뽑아내거나 하는 무공들이 넘쳐남. 


판타지는 로우 판타지, 하이 판타지.. 뭐 장르가 다양하긴 한데 기본적으로 칼싸움이나 마법이 메인이기도 하고, 택견 같이 마법도, 기(마나)도 없는 현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맨손무술들은 막말로 스토리 전개상 있으나 없으나 그게 그거임.

 

실제로 택견이 아니라 무에타이나 MMA 같이 대중적으로 강한 무술이라고 인정받는 기술을 가지고 빙환트를 한 작품들이 없는 건 아닌데, 다들 흥행을 했다기엔 그저 그런 성적을 받은 걸 보면 저런 현실의 격투기적 능력(?)은 무협과 판타지 세계관에서 스토리의 뼈대를 이룰 만 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고 봐야 함.

기껏해야 초반에 잠깐 쓰이다가 마는 튜토리얼용 소재 정도라면 모를까...

 

물론 정말로 작가의 역량이 필력 차력쇼를 벌일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작가가 굳이 쓰기도 어렵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머리 깨나 싸매야 하는 택견이란 소재를 굳이 선택할까 하면.... ㅎㅎ

 

 

2. 그럼 현대 판타지는 어떨까?

 

아예 다른 차원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나 무협과 달리, 뒤에서 언급할 대체역사/사극과 더불어 최소한 택견이 소재로 나와도 핍진성적인 비판을 덜 받을 유이한 장르임.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두고 그 위로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덮어씌우는 장르이기 때문에 현대의 격투기들이 나와도 그만큼 위화감이 적음.

 

이런 류 작품 중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으로는 갓 오브 하이스쿨이나, 수많은 짤방과 명(?)대사들로 유명한 그래플러 바키 시리즈(이건 피클과 무사시 에피소드를 기점으로 완전히 판타지로 넘어가 버렸....), 켄간 아슈라. 웹소설에서는 소위 헌터물, 성좌물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거임.

 

하지만 이건 택견이 작중에 등장하는 데에 위화감이 그나마 덜하다는 얘기지, 기본적으로 택견이란 무술이 이미지도 딱히 좋지 않을 뿐더러 워낙 마이너하기 때문에 주인공이나 강력한 보스의 무술로 등장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건 마찬가지임.

 

이런 장르에서 단골로 나오는 중국권법이나 일본의 고류 유술은 실전성 논란이 생기기 한참 이전부터 미디어나 서브컬쳐에서 워낙 자주 등장을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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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강함 띵 호잉루!)

 

사람들이 현실의 중국권법/고류 유술과 이러한 작품의 세계관 내의 중국권법/고류 유술을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한데 택견은 그게 아니니 말임.

 

물론 갓 오브 하이스쿨에 등장한 쌈수택견처럼 이름만 택견일 뿐, 작정하고 판타지로 달려버리는 식으로 논란을 회피할 수는 있긴 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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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식으로라도 서브컬쳐와 미디어에 등장을 늘리는 방식도 나쁜 건 아닌데 여전히 작품의 메인 소재로 쓰기엔 좀 많이 빡센 게 문제고, 그건 정말 순수하게 작가의 역량에 달린 거라서 개쩌는 작가님이 택견을 작품의 소재로 간택해주는 걸 바라는 수밖에 없음.

 

그래도 서부극에 광선검이 등장하는 걸 필력으로 독자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수준의 판타지나 무협 장르보다야 훨씬 덜 부담스럽게 택견을 작품 내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는 수밖에....

 

 

3. 격투기 & 무술 영화

 

주인공이 무에타이나 복싱, MMA 선수가 되거나 길거리 파이터로 성공하는 스토리를 주로 삼는 장르임. 혹은 옹박 시리즈나 엽문 시리즈 같이 특정 무술을 스토리의 뼈대로 삼는 작품군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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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쳐 쪽을 보면 내일의 죠나 홀리랜드 같은 작품들이 유명한데, 솔직히 말해서 택견은 격투기물로 성공하기 힘든 소재임.

 

일단 이 장르들의 소재가 되려면 사람들이 전부 알고 있거나(익숙함), 아니면 아예 마이너하거나(새로움) 둘 중 하나여야 하는데 하필 택견은 약한 것으로 유명한 소재이기 때문임.

 

한마디로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해서, 영화의 메인 격투기로 써먹으면 관객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관객을 쫓아버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감독과 투자자들이 단체로 약을 빨지 않는 한 택견을 주제로 격투기물 영화는 나올 수가 없음.

 

택견의 이미지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는 한 도저히 이쪽 장르로 미디어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이 분야는 아예 쳐다보지도 말자.

 

 

4. 대체역사 혹은 사극

 

사실 이 둘이야말로 택견을 작중의 주요 소재로 삼기에 가장 위화감도 적고 부담도 적은 장르임.

 

주인공의 무술로 택견을 선택하였음에도 크게 성공하였던 각시탈이 있기도 하고,

 

https://youtu.be/cKcQQIzfI4g

 

조선 후기에서 구한말-일제 강점기를 무대로 삼는다면 택견이 등장하는 것 자체에 어떤 핍진성적인 문제도 없으니 작정하고 쓰려고 하기만 하면 마음껏 쓸 수 있는 유이한 장르라 할 수 있음.

 

문제는 택견의 대중적 이미지가 완전히 바닥이라서 굳이 작가들이 택견을 등장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과, 
대체역사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주축이 되어 조선의 미래를 바꾼다던가 하는 거창한 변화를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미시사에 가까운 택견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게 어렵다는 것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음.

 

그래도 최소한 스쳐 지나가는 소재로라도 쓰이거나, 단역 인물들이 택견을 한다던가 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작품 내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장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택견의 인식 개선을 위한 첫 삽이 띄여져야 한다면 단언컨데 이 두 장르밖에는 답이 없는 게 현실이라 봄.

 

실제로 드라마가 대중에게 딱히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는 사람은 이거 100% 택견에서 모티프를 받은 거네? 하고 느낄 수 있는 격투 씬이

 

 

 

이와 같이 나온 적이 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나마 인식 전환의 희망이 있다면 있는 장르라 할 수 있음 ㅇㅇ.

 

이외에 이 장르들이 가진 또 다른 장점으로는 이 장르를 파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역덕들이 많기 때문에 위대태껸에서 홍보하고 알리는 연구성과들을 가장 빠르게 접하고,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 정도?

 

쨌든 이만 정리를 하자면

  1. 현재를 기준으로 사극과 대체역사를 제외한 다른 미디어, 혹은 서브컬쳐에서 택견이 나와, 흥행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 그나마 택견이 소재가 될 수 있고,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장르는 역덕들이 피드백을 하는 사극과 대체역사이기 때문에 그걸 위한 빠른 연구와 자료의 공유가 필요하다.
  3. ??? : 아잇 싯발! 그래서 학술적인 연구 결과는 언제 공유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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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음 ㅋㅋ
 

어쨌든 왜 택견이 서브컬쳐나 미디어에 등장하기 어려운가는 이쯤 되면 다들 알았을 것 같고, 부디 미디어와 서브컬쳐서 택견을 자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며 누렁이는 이만 퇴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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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택견 잘 되게 해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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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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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익명_529387

결국 인식 개선 없이는 서브컬쳐고 어디고 택견이란 소재가 못 다뤄질거라는 말이네 ㅋㅋㅋㅋㅋ

지금같은 병신같은 이미지가 더 안 퍼지는 걸 고마워해야 할지 아니면 택견이 이미지가 이따위로 씹창난 걸 슬퍼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시바거

17:40
24.08.30.
뭐 잘나간다는 무에타이나 주짓수도 창작물에 보면 생각보다 많이 등장 않지. 보통 현실 무술이 등장하는 경우는 범죄도시나 존윅 같은 현대 배경 액션활극에 한정되니. 아니면 철권이나 스파 같은 격투게임이라든가.
18:02
24.08.30.
ㅇㅇ 따져 보면 나올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은 게 현실적이긴 함. 다만 그것도 기본적으로 이미지가 좋게 잡혀 있을 때나 가능한 게 문제 ㅠ
18:06
24.08.30.
장르소설 갤러리라고 웹소설 독자 커뮤 있는데 마이너한 취향까지 개밥 처먹듯 잘처먹어서 스스로 누렁이라 부름.
23:21
24.08.30.
익명_719877
중간에 녹두꽃인가? 드라마 액션씬 괜찮네. 지금까지 택견을 모티프로 딴 것들 중에서 가장 잘 뽑힌 듯.
23:45
24.08.30.
익명_249872

오! 이 글 보고 괜찮은 아이디어 생각났음. 이제 개강이라 시간이 많지는 않긴 한데, 그래도 이 참에 글 한번 써볼까?

07:51
24.08.31.
익명_333370

그냥 작가들 역량부족 탓 아님?
무협물에 태껸이 사용되기 힘들면 구한말 버전의 김치 웨스턴처럼 현지화해서 이용하면 그만이지.

예를들면 무협소설 속 문파들은 조선시대 각 지방의 군영들 간 무술대결 이야기로 바꿔서 스토리 전개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조선시대 때 군영들은 지방마다 배우는 무술들이 조금씩 다 달랐다고 함.)


아니면 현대물을 조선시대 버전으로 번안한다는 생각으로 소재를 만들면 얼마든지 활용가능할 것 같은데?

타입슬립한 태껸꾼이 현대MMA계에 도전하는 이야기나, 짱이나 럭키짱을 조선판 버전으로 한성 서당계를 제패하기 위한 애기태껸꾼 개똥이의 이야기나, 켄간 아수라처럼 지하격투물을 차용해서 양반가 혹은 상행 간 세력싸움을 태껸꾼들 결투로 해결하는 이야기( https://yugakkwon.com/taekkyeon/69285 )나, 보부상 태껸꾼이 전국팔도를 돌아다니면서 각 지방의 싸움도박판을 석권하는 이야기, 영화 장군의 아들처럼 조선판 조폭인 검계들의 결련태껸 이야기, 명이 망하고 조선으로 흘러운 중국군인들과 임진왜란 때 조선에 항복한 항왜군인들이 같은 군영 내에서 무술대결하는 이야기, 부패양반들 재산 털어먹는 괴도가 추적하는 포졸들을 태껸으로 물리치며 도망다니는 이야기, 투캅스처럼 두포졸들이 태껸으로 검계 때려잡는 이야기...

뭐 단순히 생각난 것만 해도 소재로 삼을만한게 한둘이 아닌데?

15:37
24.09.01.

일단 님이 말할 정도의 스토리로 글이던 드라마던 영화던 시나리오를 짤 만큼 역량 있는 작가들이 택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게 먼저인데... 

16:11
24.09.01.
익명_724881
그건 우리들의 희망사항이고, 현실은 작가들도 택견 자체에 관심이 없음
16:26
24.09.01.
익명_147564

T-T 옛날에 저장소에서 소설 써줬던 분이 써주시면 안 될려나...--;

일본 학교 동아리 활동을 주제로 한 청춘소설들처럼 태껸 동아리를 소설로 써도 꽤 괜찮을 것 같은데... 

19:01
24.09.01.
익명_719864
작가들의 역량부족 탓으로 돌리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봄.
일단 웹툰이랑 웹소설 사이에서도 통하는 소재가 다름.
예를 들면 학원물 같은 경우에는 웹툰에서는 외지주나 싸움독학 같은 박태준 테이스트가 먹히는데 웹소설에서 그런 내용을 쓰면, 유료화도 못하고 아무도 모르는 채로 사라질 내용임. 반대로 웹소설에서는 통하지만 웹툰에서는 안통하는 소재도 있고.

아무튼 님이 말한 소재들 중에서 웹소설에 통할만한게 얼마나 있을까? 과연 작가들이 그런 생각 못해봐서 안쓰는걸까?
물론 필력, 글빨이 ㅈㄴ뛰어나면 ㅈ같은 소재라도 재밌게 만들고, 흥행시킬 수 있음. 하지만 더 쉬운길 좋은 재료들이 널려 있는데 굳이 쓰기 어려운 재료를 쓰려고 하는 작가가 있을까?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님이 말한 소재들 중에 실제로 매체에서 통할만한 소재는 기껏해봐야 켄간아슈라, 잘쳐 줘봐야 검계 정도 밖에 없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재밌어 보이는데?"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가 택견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임. 그리고 택견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매우 적은 것도 영향이 있을거임.
그리고 오히려 일반적인 독자들은 택견이라는 단어를 보고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 더 많을거임.

요약하자면
1. 존나게 쓰기 힘든 소재다.
2. 이러면 재밌을거 같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들이 택견을 좋아하기 때문에 최애보정이 들어간 것이다.
3. 그래서 택견을 소재로 쓰려는 사람이 없는거다.

+ 웹소설, 웹툰 작가들은 예술적인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임. 작품 만든다고 작가병 걸린 사람들은 천재들 빼고 다 굶어 뒤짐ㅇㅇ
20:16
24.09.01.
익명_135282
칼부림은 ㄹㅇ 한국 역덕들 조회수로 연재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20:20
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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