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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익명_030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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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대를 제외한 택견 단체들의 시연들이 전반적으로 마당놀이의 변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택견을 바라보는 방향이 단옷날 마을 사람들끼리 즐기는 친선경기라는 도그마에 갇힌 결과물이지 싶음.

 

물론 택견이 명절날 즐기는 대항전의 성격을 가진 게 맞기는 함. 

 

그런데 팩트는 택견이 오직 마을 축제만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녔냐? 하면 남은 여러 기록들을 살펴 보면 아니라는 것임.

 

택견은 투전판 왈짜들의 내기격투 수단이기도 했고, 자타공인 도성 최고의 깡패들이자 화류계의 큰 손으로 군림하던 별감들의 호신술이자 밥벌이 수단이기도 했으며, 군인, 한량, 왈짜 등으로 구성된 사대문 안 출신의 석전꾼들이 익히던 기예이기도 했음.

 

다시 말해 택견에 이렇게나 다양한 얼굴들이 있는데도 오직 마당놀이라는 천편일률적이고, 또 최근의 트랜드에 한참을 빗겨간 방식을 고수하게 만드는 건 결국 택견 단체들이 택견=마을 축제라는 도그마에 갇혀 버린 결과물이라고밖엔 할 수 없다는 것임.

 

아닌 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택견의 다양한 일면들이 조명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상대적으로 마을 축제로서의 택견에 집착하지 않는 윗대태껸회가 대두하면서 부터였음.

 

이것만 봐도 얼마나 기존의 택견 단체들이 택견=마을 축제의 도그마에 갇혀 있었는가를 반증함.

 

다시 말해, 본인들의 마당놀이적 에고가 너무 강고해서 택견이 가진 다양한 일면들을 연구하고, 찾아 볼 생각조차 안 했다는 얘기임. 문화재 택견이 등재된 뒤로 무려 40년 동안!

 

그렇기에 난 단순히 택견의 시연과 홍보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담백하게 기술 위주로만 간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않음.

 

왜냐하면 택견=마을축제 의 도그마를 부수지 않는 이상, 광의적인 측면에서 언제까지고 택견의 홍보와 연구는 현대의 트랜드에 역행하는 마당놀이의 형태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임.

 

20년은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이라도 택견의 다양한 가능성을 고사시키는 마당놀이 문화는 진지한 재고가 필요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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