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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벽치기의 정체에 대한 추정

익명_414509
445 0 13

https://youtu.be/zrDRtiMth38

 

조선군 검술 훈련 중에 대타(對打)란 게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슨도메 하는 라이트 스파링임.

 

무기끼리만 부딪히고 몸 앞에서는 멈추면서 기술공방 주고 받으면서 흐름 익히는 거.

 

유럽 인도 중국에도 있고 일본에서는 구미타치라고 함.

 

이 대타는 척계광의 기효신서에서 나오고 조선군의 기본 훈련법이었음.

 

당연하지만 사람인 이상 실수를 안 할 수는 없으니 대타도 부상이 꽤 발생한다. 본인도 목검으로 대타 하다가 손가락이랑 눈두덩이 여러 번 다침.

 

https://youtu.be/kVq2jmXYjNs?t=40

 

그래서 위 영상 40초의 삼고비처럼 맨손으로 부딪쳐가며 검술 기법을 교환하는 대타법도 존재한다. 부상방지뿐 아니라 칼보다 상대방 몸짓에 더 집중하고 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스텝에 더 주의하게끔 하는 게 목적임.

 

칼이 길든 짧든 맨손이든 결국 몸 쓰는 요령은 똑같기 때문.

 

손장난 같지만 생각보다 유용한 훈련법이라 롱소드 검술에서도 핸드소드라는 명칭으로 가끔 함.

 

수벽타(手癖打)」
九屬有手術古自劍技而來對坐相打兩手去來如有一手失法則便打倒名之曰수벽치기.

옛 풍속에 수술(手術)이 있는데 예전에 칼 쓰는 기술에서 온 것이다. 마주 앉아서 서로 치는 것인데 두 손이 왔다 갔다 할 때에 만일 한 손이라도 법에 어기면 곧 타도(打倒)를 당한다. 이것을 수벽치기라고 한다.

劍術先從手術妙

戚將軍己敎兵才

三節胊如差一節

拳鋒一瞥落頭來

검술(劍術)은 먼저 손재주의 묘한 것으로부터 온다.

척장군(戚繼光을 지칭)이 이미 군사에게 기예를 가르쳤다.

세 절구(節句)에 만일 한 절구만 어긋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주먹이 머리에 떨어진다.

 

검술에서 왔다는 점이나 척계광을 인용하는 점을 보면 그냥 맨손대타법이었던 게 아닐까.

 

참고로 조선군은 검술 훈련에서 부상에 엄청 시달려 왔음. 태종실록에 임금 앞에서 목검으로 대련하다 갑사 둘이 죽었다는 기사도 있고 무예도보통지에도 목검대타하다 자꾸 다치니까 철검에 가죽 두른 걸로 바꾼 기록이 있고.

(철검이 탄성이 있어서 더 가볍게만 만들면 목검보다 안전함. 서양검술 훈련에서 철검 쓰는 이유)

 

이런 걸 보면 조선군이 맨손대타법을 도입할 이유는 충분하긴 함.

 

수벽치기가 해동죽지 외에 기록이 전혀 없고 기술 체계도 매우 부실한 이유도 그냥 맨손훈련법이어서가 아닐까.

 

옛날 무술 사료 보면 죽장창이나 갑을창법처럼 단순 훈련법도 하나의 체계를 갖춘 독자적인 무술인 양 분류해놓은 게 왕왕 있는데 수벽치기도 그와 같은 걸로 보임.

 

택견도 그렇지만 옛날엔 무술과 훈련, 놀이, 체조, 춤을 잘 구분하지 않았거든.

(참고로 기효신서에서 혼자 검술 품새 수련하는 걸 춤(舞)이라고 불렀음. 분명 군용검술인데도.)

 

물론 한량들이 군에서 배운 수벽치기 갖고 도박하고 놀면서 이런저런 기술체계를 추가해서 독립된 무술로 만들었고 그게 육태안 씨에게 전승됐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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