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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껸과 MMA - 정의, 관점, 목적의 인지부조화.

익명_251607
798 3 26

여러분 안녕.
인왕 김형섭입니당.
 

본론에 앞서 이 답변을 제가 하는 이유는:
- 인왕, 청계 MMA 변경 논의에 참여했고
- 동반되는 실무도 도맡아서 했고,
- 현재 인왕에서 지도도 하고 있으니,
 

일종의 담당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굉장히 합당한 질문들이고, 이에 대한 답변도 명확하게 갖고 있지만
시원하게 내뱉기에는 아직도 조금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잘 풀어가 볼게요.
 

 

1. 정의에 관하여.
 

비단 윗대태껸뿐 아니라, 왜 다른 택견 협회는 통합할 수 없을까요?
- 정치적인 이슈도 있고
- 감정적인 이슈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협회 간의 프로덕트가 호환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유일신 종교가 서로 화합할 수 없는 것처럼,
택견 협회는 명칭만 '택견'이라고 표현했지
- 원리도 다르고
- 체계도 다르고
- 기술도 다르고
- 사상도 다르고

서로 '택견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자체가 다른데,
이걸 대충 뭉뚱그려서 다같이 화합해요~ 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정의하는 태껸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종합격투기에요.

태껸은, 종합격투기.
 

이 관점을 바탕으로 지금 주시는 질문들로 돌아가면:

Q. 태껸만을 베이스로 한, 하지만 지금까지보다는 격투지향적인 형태로 교습한다면~
A. 뭔 소리야. 태껸은 종합격투기라니까? 우리 변하는 거 없어.
 

Q. MMA와 연관성 없는 종목인 택견이 MMA를 표방하는 게 맞아?
A. 뭔 소리야. 태껸은 종합격투기라니까? 연관성이 왜 없어.
 

Q. MMA의 서브미션이 중요한 기술인데 너넨 없잖아
A. 뭔 소리야. 태껸은 종합격투기라니까? 서브미션이 왜 없어.
 

이렇게 답변드릴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왜냐면....태껸은 종합격투기니까...!
 

만약 이 답변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신다면,
저희와 태껸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마음 속에 갖고 있는 태껸의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윗대태껸이 타 협회의 택견과 동일시되었을 때
제가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같은 이유로 인왕 청계 관원 분들이
거부감 없이 수업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왜? 처음부터 종합격투기를 배우고 있었으니까요.
 

 

2. 관점에 관하여.
 

그 다음으로 두드러지는 질문은:
Q. 인왕~청계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타 무술과 섞이면 그걸 어떻게 구별하냐? 인데
 

이건 무술에 대한 관점이
기술중심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제기되는 질문입니다.
 

기술중심적 관점으로는:
- 무술 A는 이런 이런 기술을 사용하고
- 무술 B는 이런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 거야.
 

한 단계 더 나아가면:
- 무술 A는 이런 이런 기술을 사용하고
- 무술 B는 이런 이런 기술을 사용하니까
- 이거 벗어나면 다 가짜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술은 일종의 시스템이라서
원리중심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적절합니다.
 

각 무술은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에 따라:
- 서로 같은 기술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 각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도 있습니다.
 

1.에서 언급했듯 택견은 협회에 따라 이 원리가 호환되지 않고,

동시에 <전통>이라는 속성 때문에
(전통은 실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다루니까)
서로 배타적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한 예시로 질문 주신 분이:

'윗대태껸에서 MMA를 나간다면, "이거 태껸인 척하는 잡탕 무술 아니에요?" 라고 외부인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 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그 워딩은 타 택견 협회가 윗대태껸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제기한 의문과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어라, 내가 아는 택견과 기술이 다르네? 그렇다면 이것은:
- 중국무술이 섞이거나
- 한풀이 섞이거나
- 그런 잡탕무술일거야(=택견이 아니야)


왜냐면 내가 아는 택견에는:
- 자세도 없고
- 안면타격도 없고
- 다양한 그래플링도 없고
- 서브미션도 없으니까...!
(물론 원리까지 학습했다 해도 서로 호환이 안 되므로 동일한 결과로 이어짐)
 

아무튼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희 팀은 태껸의 원리를 명확하게 체득하고 서로 공유하는 데 리소스를 가장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타 무술에게 태껸의 기술이 침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다는
'우리가 이거 틀 잡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 정도도 구별 못할 리가 없잖아요.' 가 
조금 더 솔직한 답변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 관원분들도 그 원리를 매일매일 학습하고 있기에
관원들이 위화감을 느끼면 체육관 운영에도 영향이 가겠죠.
 

 

3. 목적에 관하여

 

MMA러는 저거 잡탕무술 아니야?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잡탕무술을 영어로 번역하면 Mixed Martial Arts 거든요.

 

이미 질문 주신 분이 짚어주신 대로

MMA는 다양한 무술을 혼합하여 각 무술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려 하기 때문에

정해진 룰 안에서 싸우는 게 중요하지, 어떤 무술을 배우느냐는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퍼거슨과 존 존스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태껸을 하든 프레이식을 하든 MMA러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장점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원리를 분석하고, 기술을 흡수하고, 선수들과 훈련하겠죠.

 

인왕과 청계는

- 훈련 방식을 구조화하고

- 선수를 육성하여

- 대회에 참가하는

- 윗대태껸 조직의 최전선입니다.

 

강 관장님이 말씀주신대로, 태껸 연구를 비롯한 관련 활동은 윗대태껸협회에서 유지되는 것이고,

인왕과 청계는 태껸을 바탕으로 더 넓은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그러니 태껸을 MMA로 변경한 것은 피보팅이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저희가 자신있다 판단한 순간에 진행한 자연스러운 행보입니다.

 

 

4. 종합

 

- 태껸에 대한 정의도 다르고

- 태껸에 대한 관점도 다르고

- 태껸에 대한 목적도 다른 사람들끼리

 

같은 명칭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인지부조화를 공개적으로 꼬집는 게 부담스럽긴 합니다.

 

하지만 이를 타파하는 유일한 길은

대면으로 만나서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고 체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체육관 놀러오면 알려드릴게요~ 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저희 편하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저희가 폐쇄적인 조직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그냥 유일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1) 태껸은 종합격투기이며,

2) 태껸의 원리를 바탕으로 구축한 체계로,

3) 파이터를 양성하는 것이 인왕~청계의 목표니!

 

그 행동원리에 맞게 MMA로 간판을 수정하게 되었고

함께 수련하는 관원들도 같이 응원해주신 덕에

순조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고,

추가적인 문의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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