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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8 – 도탄塗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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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11번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11번이 외부에 보이는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특히 교육훈련을 할 때,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했다. 교관 또한 그것을 알고 그를 이용했다.

 

유격대는 게릴라라고도 부른다. 이 차이점에 대해서 아나? 11?”

 

교관은 이처럼 11번을 지목해서 질문하곤 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1번이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교관은 이럴 때면 으스대며 답변을 이어갔다.

 

게릴라는 현지환경에 익숙한 이들이 일정한 진지 없이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며 행하는 전법이다. 스페인군이 프랑스군에게 저항하면서 행했던 전법에서 유래하지.”

 

교관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게릴라는 어떤 경우에 적용될까. 11?”

 

가용인원에 현지주민이 있는 경우에 적용할 것 같습니다.”

 

부분적으로 맞다. 게릴라는 현지주민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때 활용한다. 주민 속에 숨고 주민으로 부터 정보를 구하며 식량 등의 자원도 공수한다. 그렇기에 군사적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 주로 적용한다. 외부의 적은 물론 내전에도 적용한다.”

 

교관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잠시 뜸을 들였다. 무언가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끝내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교육이 끝난 후, 유격대원들만이 있는 시간이 되어서야 자유로운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가 하게 되는 유격전에서도 현지주민을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3분대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유진은 기시감을 느꼈다.

 

그러게..?”

 

분대장은 뭐 들은 거 없어?”

 

나도 잘 모르겠어

 

분대원이 물음에 유진은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못했다.

 

그래? 1분대장은 뭔가 알고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한 번 물어봐주면 안될까?”

 

분대원들은 교관 앞에서 스스로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다. 그렇기에 이런 사소한 질문도 부담스러운 일이었고, 이는 곧 분대장들의 일이 되었다. 그리고 1분대장은 그런 교관 대신 물어보기 좋은 상대였다. 적어도 그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랬다.

 

알겠어, 내가 물어볼게

 

그러나 유진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유진은 자신의 자리가 쉽게 미움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2분대장처럼 사교적이지 않아서 분대원들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진의 염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유진이 1분대장과 접촉하려고 시간을 만들 수록, 분대원들은 분대장이 부재한 시간을 체감하고 있었다. 유진은 몰랐지만, 사실 이번 부탁에도 비꼬는 의도가 있었다.

 

방금은 너무 티 낸 거 아니냐?”

 

티는 지가 더 냈지 뭐라도 얻어먹으려고 맨날 1분대장한테 붙어서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데. 꼽준 것도 모를걸?”

 

하긴 그래, 청소니 배급이니 자잘한 일할 때 항상 없고

 

그러니까 귀찮은 일 할 땐 쏙 빠져서 도와주지도 않잖아? 지 생각만 하는 약은 놈이야.”

 

유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이처럼 그를 비난하는 말들이 오갔다. 시시콜콜한 불평이 그들의 말들오 쌓이고 쌓여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그러나 유진이 분대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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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대의 훈련은 무척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들에게 큰 능력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본적인 위협을 가할 정도의 실력만을 갖추면 되었다. 고정사격 훈련을 벌써 종료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고정사격 훈련을 종료한다. 그러나 교육을 이수했다고 자만하지마라. 본 교관이 보기에 여러분의 영점사격 결과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교관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읊조렸다.

 

솔직히 너희를 이대로 보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는 노련한 간부답지 못하게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흘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의 실책을 인지하고 잠시 침묵하더니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면 유격대원들이 동요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빠르게 진행한 이유는 주어진 기간에 맞추기 위함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너희들의 미흡함이 오늘 있을 사격 평가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자신의 주제를 알고, 자만하지 말고, 전장에 나서라 알겠나.”

 

유진은 교관의 말에 누구보다 뼈아픈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영점사격 결과가 결코 좋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3분대원들이 대체적으로 성적이 저조했다. 1분대장을 필두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1분대와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책을 부추기는 것은 다름 아닌 3분대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저조한 성적의 원인이 분대장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우리도 1분대장이랑 같이 훈련했으면 훨씬 잘 했을 걸

 

맞아, 34번은 1분대장이랑 맨날 붙어다니기만 하지 배워온게 전혀 없잖아

 

하다 하다 한 번은 분대원들이 유진에게 분대를 섞어서 훈련할 수 있게 건의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유진은 그때 스스로의 입지를 체감했다.

 

어쩌지 이러다가는 전장에서 죽고 말 거야.’

 

분대원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위험한 일이다. 눈앞의 적으로부터 쏟아지는 총탄뿐 아니라 자신의 뒤 있는 총구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깊은 유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 - -‘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그는 이미 사격장에 와 있었다. 마음을 다 잡기도 전에 초탄이 나갔다. 사격 순서는 1분대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41개조로 들어가서 사격을 실시했고, 다음조가 앞의 조의 부사수 임무를 수행했다.

 

어떻게 됐어?”

 

잘 쐈어?”

 

1분대가 사격을 마치고 올 때마다 대기하고 있는 다른 분대원들의 물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넌지시 들리는 1분대의 희소식들은 그를 더욱 초조하게 했다.

 

 

그러던 중 지니가던 2분대장이 그와 어깨를 부딪혔다.

 

미안하다

 

빠르게 자리를 뜨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쳤다.

 

아냐 괜찮아

 

유진이 작게 읖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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