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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7 - 불나방(5)

익명_78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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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믿어야 하지?”

 

유진은 막사로 돌아오는 내내 골몰히 생각했다.

 

어느 쪽도 수상했다. 그리고 혼자 추측하기에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유진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무제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누가 그의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내야 하는건가

 

막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소동이 있던 다음날에도 분대장들의 교육은 계속되었다. 2분대장은 그때의 기억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가만히 있지 못했지만, 11번만큼은 전과 다름없이 행동했다. 유진은 그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늘 이야기한 내용대로 다음 주 수요일에 유격대 창단식을 진행한다.”

 

교관의 말에 유진이 움찔했다. 긴장한 탓에 창단식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진은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교육이 끝나고 교관이 먼저 교육이 이루어지던 텐트를 떠났다. 2분대장은 그 뒤를 따라 빠르게 사라졌다.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는 11번을 보며 유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결국 피할 수 없다면 조금이라도 빠르게 말을 트는 게 나을 거야.’

 

저기 창단식은 정확히 어떤 거야?”

 

유진이 11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새로 창단한 유격대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행사지, 뭐 좀 더 내밀하게 보면 유격대와 본대가 협의한 계약관계를 확실히 하는 거고

 

계약이라니?”

 

유격대도 사람인데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에 받는 게 있어야 하지 읺겠어? 작전에 성공하면 보상을 약속한다던가, 하다못해 전쟁이 끝났을 때의 신변의 보장하는 거지.”

 

그거 우리한테도 해당하는 걸까?”

 

우리는 해당이 없을지도 모르겠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였어.”

 

유진은 평범하게 대화가 이어진 것이 기뻤지만, 그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실망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닌건가..’

 

유진은 무력감을 되새기면서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이 부조리한 구조 위에 서있는 이들을 끌어내리고 말겠다는 열망이었다.

 

너무 그렇게 티내지마.”

 

11번이 턱 끝으로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진은 그가 가리키는 방향에서 교관과 함께 상급부대 지휘관이 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직 남아있었나, 잘됐군, 안 그래도 대대장님께서 보고 싶어 하시던 참이었다.”

 

교관은 그렇게 말하고 지휘관에게 자리를 넘겼다.

 

너희들이 분대장이라고

 

, 그렇습니다

 

11번이 칼같이 대답했다.

 

그런가

 

지휘관은 한동안 두 사람을 눈으로 훑었다. 한참 지난 거 같을 때 그가 말을 이었다.

 

자네들은 유격대의 임무를 아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11번은 군생활을 하다가 왔다고 합니다

 

11번의 즉답에 교관이 말을 덧붙였다.

 

그럼 자네는?”

 

지휘관이 유진을 향해 말했다.

 

야간에 먼저 적진을 습격하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유진은 눈치를 보며 대답하다가 눈쌀을 찌푸리는 11번을 보고 말을 흐렸다.

 

아직, 창단식 전이라 기초훈련에 집중하고 임무와 역할에 대해서는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았습니다.”

 

교관이 수습하려고 나섰으나, 지휘관은 그만하라는 듯 눈을 감았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몰라도 된다. 그러나 너희는 앞으로 스스로의 임무에 대해 주도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동료를 살리는 법을 배우게 될 거다. 그러지 않는다면 주검이 된 동료 앞에서 후회하게 되겠지. 전력의 소실은 당장 너희의 목숨과 직결된다. 주변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 그게 강해지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일장연설에 두 분대장이 대답했다.

 

위험한 작전에 기계가 아닌 사람을 보내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많겠지. 하지만 믿어라. 위에서 너희를 보내게 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전장은 변수로 가득한 공간이다. 기계에게 맡길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이번엔 유진이 먼저 대답했다.

 

나는 자네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 명심하겠습니다!”

 

대대장은 자신의 할 말이 끝나자, 발길을 돌려 사라졌다.

 

짧은 여정 속에서 유진의 행동에는 항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을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는 치안과 전쟁 속에서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힘을 얻고자 했다. 그래서 싸움을 용인하는 집단에 적응하고 싸우는 상대에 대해 수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순간 그 환경에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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