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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갤럼의 옷깃잡기 경기 편입 떡밥을 보고 용기를 얻어 글 하나 써볼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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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5년차 늒네인데, 이래저래 보고 들은거가 있어 내 생각을 한 번 여기 올려봄.

 

대충 주제를 말하자면, 지금 우리 3대 메이저 단체들이 지속하고 있는 택견의 경기 형태가 앞으로도 계속되어 마땅한가? 에 대한 것이 내가 지금부터 말하려고 하는 내용인데, 아직 늒네니까 좀 읽기에 어이 없더라도 너무 화는 내주지 않았으면 함 ㅋㅋㅋ. 건설적인 지적은 환영임.

 

아무튼 다시 한 번 반복하자면, 현재의 택견 경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해 가는게 과연 택견이라는 무술적 놀이? 에 건설적으로 작용하느냐에 대한 회의가 이 글의 출발점임. 또 위대태껸에서 들고오는 원형론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원형론에 대해 말하려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현재의 택견 '경기 방식'이 택견이라는 컨텐츠를 활성화 시키기는 커녕 점점 늪에 가라앉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됨.

 

1900년대 당시의 택견 경기들 몇개 본 적이 있는데 지금 경기랑 비교해보면 차이 겁나 나는거 암? 충주만 해도 분명 그때 영상에는 주먹으로 늦은배 치기가 있었더라. 근데 어느 시점부터 그거가 안보여.  결련이 택견배틀에서 중단차기 금지시켜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온건 겁나 유명하고. 거기에 대한택견은 애초에 타격 발질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룰이 성립되었단 말이지.

 

암튼 자세한 사항들을 나열하자면 날밤이 샐 정도로 이야기가 길어지니 대충 줄이면, 경기들이 지나치게 덜 격렬해 졌고, 제한되는 기술들의 숫자가 무지막지하게 늘었다는 거임. 그리고 그게 택견의 침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고.

 

물론 수많은 고민들은 있었을 거라 생각됨. 최근에서야 택견이 놀이이자 무술인게 사실 잘못된 프레임이 아니냐는 의문이 윗대 애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분탕질 치고 다니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택견은 무술이자 놀이라는 공식이 거의 당연시 되어왔으니 기존 협회들 입장에선 룰을 빡빡하게 할 수밖에 없었을 거임. 글러브나 다리 보호대, 내지는 몸통 보호대를 끼면 룰을 빡빡하게 걸지 않아도 수련자나 시합 뛰는 선수들의 안전이 최소한이나마 담보될 수 있었을 거지만 택견은 '전통 무술이자 놀이'였으니까.....

 

결국 이놈의 전통 무술이자 놀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맨몸을 강요받는 것이 모든 사달의 근원이었던 셈이지만 아무튼 그건 이미 따지는게 무의미한 과거의 일이니까 접어두고, 주제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도 지금의 택견 경기 룰을 계속 지켜가야 할까? 

 

이미 인터넷에서 택견이라고 하면 이크에크 덩실덩실 엉덩이춤 추는 이미지던가 우스꽝 스런 풍차돌리기 이미지가 다임. 격투기 하는 애들도 솔직히 택견이라고 하면 별로 무술 취급 안하는 것 같고. 이건 결국 태권도와 비슷한 문제라고 봄. 인터넷에 태권도를 두고 발팬싱이라고 놀리는 애들 많잖아? 그게 다 올림픽 태권도 룰에 교습 방식이 따라가서 생기는 결과물인데, 태권도는 적어도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무대와 국기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있지만 솔직히 택견은 아무것도 없잖음? 충주는 그나마 문화재라 지원을 좀 받는다는 것 같지만 들어보니 그쪽 세도 한풀 꺾여서 지하실까지 파고들어간지도 꽤 되었다고 하고.

 

요즘 옛법이 많이 주목을 받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함. 기존의 유약한 택견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는 거지. 그런데 결련 혼자서 저거 한다고 근본적인 무언가가 바뀔 것 같지 않다는게 문제임. 황인무 선생도 언제였나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한단 말이지.

 

"옛법택견이 경기화 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경기화 되려면 결국 있어야 할 것은 다들 알다시피 인프라임. 수련자들이, 선수들이 있어야 경기가 성립되고 그걸 밀어줄 자금력과 인원 동원력이 있어야 그 경기가 일회성으로 멈추지 않고 반복됨. 근데 지금 택견의 상황은 인프라도 간당간당한 상황인데 지속되는 경기도 대중의 외면을 받기 딱 좋은 형태인데다 무엇보다 옛날처럼 무술적으로써도 우월하지 않음(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시점에서).

 

결국 이대로 가면 파국 뿐이라는게 내 생각임. 택견 인구 줄어드는 거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고, 문화재라는 든든한 뒷배를 안고 있는 충주도 쪼그라드는 마당이면 결과는 뻔히 보이지. 

 

무언가 대변혁이 필요하고, 내가 보기에 그건 현재 택견의 경기 방식 자체의 변화라는게 내 생각임.

 

물론 기존의 택견 경기 룰에 무술적 가치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이 원하고, 무엇보다 실제로 있었으나 경기에 사용될 수 없어 거의 도태되다 시피한 기법들을 확실하게 써먹을 수 있는 어떤 마당이 필요하다고 봄. 최소한 결련택견 협회는 그 점에 있어서는 첫 삽을 띄웠다고 봐야 할테니 꽤나 고무적이지만... 문제는 대한택견과 충주택견이라 생각함. 대한택견은 택견 놀이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왔던 협회라 과연 기존의 경기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자체가 의문이고, 충주는 내부적으로는 옛택견이라는 명칭으로 이것저것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어떤 소식도, 그리고 변화도 없으니....

 

개인적으로 현재의 택견이 변하던, 변하지 않던 난 지금까지와 같이 꾸준히 내 운동을 할 생각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돌아볼 수록 답답함만 커져감. 곳간이 비어가는거가 눈에 보인 지 한참이 되었는데 협회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식량 까먹기만 하고 있는 중이고.... 이러다 최후의 한 수마저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그때 바뀌었어야 했다고 후회들 하지 않을까봐 겁난다...

 

저녁나절에 맥주 한잔 빨고 뻘글 써봄. 여기까지 읽어준 갤럼은 괜히 길기만 하고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고, 다들 코로나 조심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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